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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ife Recipes

You are what you Hear

공감각적 감수성에 관한 우회적 단상

by 허병민

최근, 내가 소속돼 있는

M&A 플랫폼의 대표가

합류한지 4개월 만에

영업 본부장을 소개시켜줬다.

사실, 영업 본부장이 있는지도 몰랐다.


일적으로 앞으로 계속 엮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

식사하고 차 마시고 헤어질 때까지 이분의 관상,

언어 습관, 행동/제스처 등을 살피게 됐는데

(뭐, 항상 그렇지만 관상의 경우 스승님께 배웠다 보니

안 보고 싶어도 저절로 보인다) 몇 년 전에 정리해둔

내 사용설명서 12-1, 14-2, 약간의 34를

그대로 갖추고 있더군.



다만, 사업을 했던 사람이다 보니

상대에 대한 형식적/의례적 매너 & 리스펙이

몸에 너무나 잘 배어 있어

사람 경험치가 많지 않은 사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보면,

그냥 '좋은 사람'으로 비쳐질 법한 사람이더라.

정확히는, 누구라도 그렇게 속아 넘어가겠더라.


중요한 건, 기본적으로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게 역력히 전해진다는 것.

온통 자기 자신에게 포커싱돼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 이걸 명징하게 알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내가 과거에 정확히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과거에 평판이 안 좋아져

어찌어찌하다 스승님께 찾아가 2년 간

관상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된 배경/맥락과

연결되는 이야기). 듣는 척하고는 있지만,

다음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에

생각이 가 있는 거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거지.


나는 차라리 매너나 어조가 좀 부족하거나 별로여도,

상대의 이야기에 진심어리게까진 아니어도

최소한의 관심을 갖고 귀를 여는 사람이 좋다.

귀를 열지 않는 사람은, 말이 많은 사람만큼이나

피곤하다. 아울러 의외로 꽤 많은 에너지를 앗아긴다.

듣고 있지 않다는 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


그런데 뭐, 이것도 나처럼 센시티브하고

소위 '공감각적 감수성'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사람이나 느낄 부분이지, 나와 반대의 극에 서 있는

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라 생각.


어쨌든, 결론.

대표에게 반드시 직접 소통해야 하는 건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대표하고만 소통하겠다고 알림.

그나마 내가 회사의 자문역이라 이럴 수 있는 거지,

일반 회사의 팀원/팀장이었다면 피로감이 상당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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