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그림책 스터디] © 기이해
글 괵닐 외즈쾨크
그림 제이훈 쉔
출판사 한울림
누구나 약점이 있으면 숨게 된다.
일자리를 잃었다거나
그래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거나
돈이 없으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하고
영화 <김씨 표류기>에 나오는 주인공인 '정연'처럼
히키코모리이거나
혹은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슬란 아저씨처럼
장애가 있다거나
그렇게 생긴 약점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동굴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더 아래로 아래로.
이 그림책은 튀르키예 사람이 만든 그림책이다. 주인공 아슬란 아저씨의 '아슬란'의 뜻은 튀르키예 언어로 "사자"라는 뜻이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사자의 이름도 아슬란이다.)
『오즈의 마법사』에는 겁이 많은 사자가 등장한다. 겁쟁이 사자는 오즈에게 용기를 달라고 부탁하러 가는 길이었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양철나무꾼과 허수아비와 강아지 토토 그리고 도로시는 함께 오즈의 마법사가 살고 있는 에메랄드시로 떠나게 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겁쟁이 사자는 오즈로부터 용기가 생기는 물약을 얻게 된다.
그림책에는 겁쟁이 사자처럼 물약까지는 필요가 없었지만 창밖에서 지나다니던 사람의 발만 쳐다보던 아슬란 아저씨가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용기는 창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소녀를 발견하면서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눈싸움 장면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휠체어에 앉아있는 소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현관문 앞에 있는 신발을 살폈다. 아슬란 아저씨의 아주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그리고 아저씨의 용기였다. 아슬란 아저씨는 오랫동안 신지 않았던 신발을 꺼내 밖으로 나갔다. 휠체어를 탄 채 소녀에게 눈뭉치를 던졌고 소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사랑 무브』의 작가 후카미 준에 따르면 용기를 얻는다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이며 자신의 결점까지 모두 인정하는 것이다. 아슬란 아저씨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창밖으로 나갈 용기를 냈다.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주며 눈뭉치를 던짐으로써 소녀에게 괜찮다고 위로했다.
얼마 전 나영석 PD의 채널에 출연한 유해진 아저씨가 말했지. "Just do it!"이라는 이 문장이 정말 대단한 말이라고. 뭘 하려거든 현관 앞에 서서 신발을 신으라고. 신발이나 신고 생각하라고.
직장을 잃어 봤던 사람은 재취업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배가 고파봤던 사람은 굶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안다. 신체적으로 아파 봤던 사람들의 위로가 아픈 사람들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오는지 안다.존스 홉킨스 의과 대학 지나영 박사의 난치병 발생 전과 후가 의료진으로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처럼 말이다.
혼자가 편하며 혼자 있어야 에너지를 얻는 사람도 사회성은 필요하다.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 그래서 서로에게 배울 기회를 놓치거나 온기를 나누지 않으면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하려거든 일단 신발을 신고 나가자! 그래도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겁쟁이 사자가 오즈에게서 받은 물약처럼 가짜 물약이라도 타먹고 그게 없으면 냉수라도 마시고 밖으로 나가자!
© 기이해
[수요일 그림책 스터디]는 오는 9월 첫 주 종료 예정입니다. 참여하는 작가님들의 새로운 일정으로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작가들 각자 재정비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이 걷는 길이 반짝반짝 빛이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