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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이해 Sep 06. 2023

다르면 다 가둬!

[수요일 그림책 스터디] 마지막 편 © 기이해

글 앙리 뫼니에

그림 나탈리 슈

출판사 꿈공작소


이미지 출처: 꿈공작소 그림책 다르면 다 가둬!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중에서-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 또는 그 밖의 견해·민족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다른 지위 등과 같은 그 어떤 종류의 구별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세계인권선언 중에서-


위의 내용은 『다르면 다 가둬』그림책의 면지 (책표지를 열고 맨 처음으로 만나는 부분) 왼쪽에 위와 같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어쩌면 이 내용들은 그림책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가장 정확한 내용을 먼저 알려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어린이 친구들이 아직 어려서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른들에게라도!




오늘부터 이틀 뒤 9월 8일 이무진의 신곡 "측정거부"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잠깐 들어봤는데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나오면 꼭 들어보고 싶어 졌어요. 잠시 들어본 가사는 이런 표현을 가지고 있습니다.


MBTI, 난 이거 측정 거부할래요.
감성적이기도 하다가 단도직입적니까요.
온전히 나로 살 거니까!



INFP의 설움


INFP는 전체 인구의 4% 밖에 되지 않는 레어템 인간 (Rare Human)에 속하는 그룹입니다. INFP들은 (I) 혼자만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고, (N) 사실과 세부사항보다 아이디어와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F) 감정과 가치에 기초하여 결정을 내리고, (P)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것보다 자발적이고 유연함을 선호하는 유형입니다.

이렇듯 INFP는 주로 예술가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유형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INFP의 유형을 가진 사람들이 예술가가 아니라 직장생활을 한다면 어떨까요?

작년에 어떤 신문 기사에서 'INFP는 안 뽑습니다'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를 적어서 제출하라는 채용기준을 보기도 하였고 최근 어떤 인터뷰에서 저의 MBTI가 채용기준에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INFP가 우리 사회에 정말 불편한 존재일까요?


C. S. 루이스, BTS의 V(뷔)와 정국, 김숙, 장기하, 트와이스 채영, 민효린, 서강준, 선미, 아이유, 팀 버튼, 주드 로, 빈센트 반 고흐, J.K 롤링,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A. A. 밀른(곰돌이 푸 작가), 빌 워터슨(캘빈 & 홉스 만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호메로스(일리야스, 오디세이아의 작가), 오드리 헵번 모두모두 INFP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이렇게나 훌륭하고 멋있는 인물들이 많은 유형의 사람들인데 INFP의 유형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 설 때와 같은 경험들을 할 때에는 이 유형들은 사무직에 맞지 않으니까 예술계에만 머물러 있으라는 경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INFP의 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연예인이나 예술가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지니스 분야나 정치, 경제 등에서도 INFP 성향을 가진 리더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존 F 케네디, 크몽 박현호 대표,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 증강현실 플랫폼 스페이셜을 운영하는 이진하 대표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알려드릴 베아트릭스 포터가 있습니다.


피터 레빗의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는 작가 및 삽화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해부학자, 세균학자, 곰팡이학자이자 대단한 자연보존가이자 환경운동가 및 사업가이기도 하였습니다.


Peter Rabbit & 베아트릭스 포터 (Beatrix Potter) 1866 - 1943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면서 알게 된 영화 "Miss Potter"를 보고 그녀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1800년대 후기~ 1900년대 초 시대의 여성들은 대부분 사회생활에 제약을 많이 받았습니다. 


포터가 살았던 영국은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에 산업혁명이 있었고 영국의 인구, 정치, 사회구조, 제도 그리고 경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영국의 모든 여성들은 아직 사회적 지위가 낮아 투표권이 없었고 정치나 사업에 참여하는 여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포터는 영국의 중산층에 속한 가정이었는데 당시 영국의 중산층 여성들의 역할은 클럽에 나가 사교 활동을 하거나 손님을 접대하고 자수, 그림, 피아노, 성악 같은 취미 정도가 권장되었습니다. 여성 하층민으로 구성된 영국의 서프러제트(Suffragett: 세계 최초로 참정권 운동을 벌인 영국 여성)들은 중산층 여성들의 삶을 "고상한 무용지물"이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의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으나 진취적이었던 포터는 1902년 프레드릭 워런 출판사와 피터 레빗을 발간하여 자신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고 책의 인기를 중심으로 1903년 피터 레빗 인형을 디자인하고 캐릭터 특허를 냈습니다. 이 피터 레빗 캐릭터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센스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미키마우스는 최초 드로잉이 1928년이며 특허는 1930년에 받았습니다.) 1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피터 레빗의 캐릭터 산업은 여전합니다.


도서와 캐릭터 산업 및 여러 상품 (tea 세트 및 기타 굿즈)을 판매하여 모은 수익금으로 땅과 농장, 집을 구입하여 막대한 여성 자산가가 되었습니다. 이후 자신이 좋아했던 지역이 개발 위기에 닥치자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더 이상 파괴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장 14곳과 집 20채, 땅 4000 에이커(약 500만 평)를 환경단체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하였습니다.


환경활동가였던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면 
한국내셔널 트러스트: 베아트릭스 포터 이야기 링크를 클릭하세요.




INFP는 마음이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고 관대합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잘합니다. 비지니스는 냉철해야 해서 마음이 물렁물렁한 F 성향과 함께 일하면 왠지 피해를 볼 것 같지요? 그러나 이 성향은 맡은 일에 책임감이 강하며 일처리를 완벽하게 하고 싶은 꼼꼼함이 있으며 열정이 많고 신념이 뚜렷합니다. 

전형적인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몽상가적 기질이 많고 과학적인 상상력과 문학적 감성도 있어서 창작 활동에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종교 등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고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도덕과 비도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INFP의 장점은 다른 MBTI의 유형을 가진 이들의 단점을 보완해 줍니다. INFP 유형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동정심 때문에 ‘치유자’라고도 불립니다. 회사에서 동료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토닥여 주고 동료의 고충을 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혼자서도 일을 잘하고 함께 일하면서 협업도 잘합니다.


그림책 『다르면 다 가둬』의 내용처럼 신분증이 없거나 나와 생김새가 다르니까 내 눈앞에서 치워버려!라고 말했던 경감은 피부색이 다른 사람, 초록색 고양이, 생김새가 희한하게 보이는 새들을 모두 잡아갔고 심지어 신분증이 없는 해님도 잡아가서 경감님이 사는 세계가 모두 컴컴해졌어요.

90년대에는 별자리와 혈액형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2020년대 즈음 부터 한국 사회에서 MBTI가 유행이 되면서 자신이 유형이 하나 선택이 되면 이 자체가 곧 신분증이 되어버린 것처럼 변해버린 이 사태를 그림책을 통해서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 세계인권선언 | 그림책 다르면 다 가둬 면지


MBTI 유형 중 INFP가 차별받지 않으려면 위의 세계 인권 선언 중 그 밖의 견해에 해당되는 내용일까요? 어쨌든 세계인권 선언에서는 누구든 그 어떤 종류의 구별도 없이 모든 사람은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나와있어요. '우리 회사는 INFP는 안 뽑아요'와 같은 기사는 이제 그만 보고 싶어요.

여전히 이 유형의 사람들이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INFP는 사무직을 잘 못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편견이 남아있어요. 물론 이 유형의 사람들이 때때로 감성적이긴 하지만 단호해야 할 때는 단호하여 일처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편견 없이 받아주세요.

이런 장점이 많은 INFP들을 부디 예술계에만 가두지는 말아주세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사무직도 잘합니다. 


© 기이해


*수요일 그림책 스터디에 함께 하는 <노들리에> 작가들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같은 주제'로 작업한 <노들리에> 소속 작가님들의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아스터 작가  https://brunch.co.kr/@asterchoi

진영 작가     https://brunch.co.kr/@g2in0

영주 작가     https://brunch.co.kr/@leeyoungjoo

암사자 작가  https://brunch.co.kr/@amsaja

가둥 작가     https://brunch.co.kr/@3907kgh


[수요일 그림책 스터디]는 오늘이 마지막 날 입니다. 참여하는 작가님들의 새로운 일정으로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작가들 각자 재정비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이 걷는 길이 반짝반짝 빛이나길 응원하겠습니다. 함께 스터디 했던 2년 동안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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