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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의 딸 Jun 09. 2020

개똥철학

02. 인생은 디딤돌

당신의 ‘인생의 개똥철학’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우의 수 앞에 놓이게 됩니다. 개똥이라도 마음속에 철학 하나 품고 있다면, 그 누구도 그의 인생을 개똥으로 만들 수 없지 않을까요?


채도가 낮은 주황빛 조명이 가득한, 사방이 막힌 어느 대학교 강의실 안. 수업을 하기보단, 저 새하얀 스크린에 당장이라도 영화를 틀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 이곳은 다행히도 원활한 집중력을 뽐내는 30명의 학생이 앉아있다. 이 학생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은 다름 아닌 교단 위. 어느 행위 예술가, 아니, 바로 교수님이다. 그는 한시도 손을 가만히 두지 않는, 제스처에 특화된 인물로, 정말 사소한 이야기도 대단한 것으로 극대화할 줄 아는, 꾼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마술쇼가 벌어질 것 같은 손동작으로 강의를 펼치는 교수님. 그는 학생들이 거리낌 없이 발표할 수 있는, 이른바 발표 강의에 능했다. 주먹을 쥔 오른팔을 곧게 펴, 어깨선과 일직선이 되게 들어 올린 다음, 학생들과 약간의 밀당을 한다. 그리고 지목을 하고 싶은 학생을 향해 엄지와 검지를 펴, 화살표를 만든 오른 손가락을 뻗는다. 앞자리의 학생이 당첨됐다. 다행이다. “너의 인생 개똥철학은 뭐니?” 인생 개똥철학이라니? 인생에 있어 개똥철학이라는 게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철학이면 철학이지, 개똥은 또 뭐람? 속으로 아무 말 대잔치를 펼치는 나. 그리고 얼버무리는 앞자리의 학생. 다시 한번 다행이다. “그럼 너!” 다른 곳을 향해 곧게 뻗는 교수님의 화살표. 아무리 봐도 마술사다. “못, 못 먹어도 고?” 저 학생은 요즘 휴대폰 게임 ‘섯다’에 빠져있다. “그래 좋아. 그럼 너!” 신이 난 듯, 또 다른 곳을 향해 뻗는 교수님의 화살표. “저의 인생철학은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좀 더 간결한 것 원하는 듯 말을 끊는 교수님.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는 또다시 학생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밀당을 한다. 나와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는 안심이다. “너!” 곧게 뻗는 손가락 화살. 어라? 이거 나를 향하는 건가? 슬쩍 상체를 기울인다. 반대쪽을 바라보던 교수님의 고개가 손가락 방향 즉, 내 쪽으로 돌려진다. 장난스레 웃는 교수님. “너의 개똥철학은 뭐니?” 피할 수 없구나. 당황한 나는, 대답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마술쇼가 벌어진 것이다.

“인생은 디딤돌입니다.” 그는 만족한 듯 다시 양팔을 펼치며, 개똥철학에 대해 말을 이어간다. 요지는, 남들이 뭐라 하든 인생을 대하는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인생의 어떤 고난과 시련이 찾아와도 견딜 수 있다고.


인생은 디딤돌을 건너는 것과 같다.

봄이 있어 여름이 있고, 가을이 있고, 또 겨울이 있듯이 인생도 이와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음을 향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부디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어야 할 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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