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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Feb 23. 2024

최근의 항암치료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드리는 말씀

안녕하세요.  저는 big5 중 한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종양내과 전문의 입니다. 요즘 전공의 단체행동과 관련하여 항암치료 지연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전공의들의 부재와 관련한 수술 및 입원의 취소와 지연에 대해 많이 불안하실 것이라 생각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보도되는 항암치료 관련 보도는 많은 것이 사실과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암환자 치료는 수도권 big5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암주사실은 늘 많은 환자들로 붐비고, 진료 당일 처방된 항암제를 맞고 갈 수 있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당일날 맞으려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요. 이것은 전공의의 부재와는 관련이 없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항암치료는 외래에서 전문의의 처방하에 간호사가 투약하고 전공의가 관여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항암치료까지 4시간, 6시간을 기다리고 심지어 다음날 맞아야 하는 일은 전공의가 있던 시기에도 늘상 일어나던 일입니다.  저희병원은 하루에 약 20명의 교수가 처방한 500-700건의 항암주사를 투약합니다. 환자 안전을 위해 적정한 주사건수는 400건이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진료를 보고 당일 주사까지 맞고 가기를 원하는 환자분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를 넘어서서 더 많은 투약을 하고 있습니다. 주사실은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오전11시-오후 2시 경에 당일 항암 주사가 마감됩니다. 그 이후에 진료를 보는 환자들은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에 다시 와야 하는거죠. 오전에 온 환자들도 본인 차례가 되려면 밤까지 4-6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저희병원만 이런 것은 아니며, big5 병원들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모두 수 년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며, 특히 최근 몇년간 더욱 환자 쏠림은 가속화되었습니다. 그것을 마치 단 며칠만에 전공의가 없어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호도하지 말아주십시오.


이번 기회에  항암치료 환자들의 big5 병원 쏠림현상에 대해서도 돌아보아 주십시오. 전국의 많은 대학병원에 훌륭하신 종양내과 의사선생님들이 계십니다. 학회에서 늘 최신 치료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항암제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하는 저의 자랑스런 동료들입니다. 항암제는 병원이 아니라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것이므로 어느 병원에서 맞으나 동일한 성분이고,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른 표준화된 용량을 투여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지역병원에서의 투약을 보통 권고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여간해서는 가지 않으십니다. 큰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당일 주사가 안될 수 있으며, 오가는 시간동안 지치고 체력이 소모되어 더 좋지 않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부작용이 생겼을 때 집에서 병원이 멀면 대처하기 어렵다고 수 차례 말씀드려도 '큰 병원이 좋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인지 병원을 옮기지 않으십니다.

물론 임상시험 때문에 큰 병원에 다니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그 경우는 지역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울수 있죠. 임상시험은 아무래도 서울의 큰 병원에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일부 임상시험은 지역에서도 가능하며, 또한 임상시험에 참여하시는 환자분들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 환자들은 임상시험이 아닌 표준치료의 대상으로, 지역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합니다.


지금 항암치료 환자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지역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기피를 정부가 적절한 지원과 정책으로 해결하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지 전공의들이 없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전공의의 부재로 문제가 생긴 것은 입원진료입니다. 전공의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대부분의 외래진료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점점 시간이 갈수록 입원과 외래를 동시에 커버해야 하는 교수들의 피로도가 쌓이면서 외래도 어려워질 것은 예상됩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무차별적으로 보도되는 암환자들의 치료의 어려움은 상당히 과장된 것일 수 있으며, 산적한 한국의료의 문제와 모순이 마치 모두 전공의들의 탓인 양 보도되는 부당함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항암제를 맞다가 부작용이 생겨서 응급실에 간 환자를 보느라 늦게까지 병원에 남아있던 김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환자분들이 부디 안전하게 치료를 받으실 수 있기를 바라며 전공의 선생님들도 속히 상황이 해결되어 복귀하기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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