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의사가 아니라 하는 민주당 박희승의원님께
의원님 안녕하세요. 의원님께서 보건복지위 예결소위에서 전공의 지원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며 “의사도 안 된 사람들에게 왜 정부가 지원하느냐“고 주장하셨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https://v.daum.net/v/20241114065551086?fbclid=IwY2xjawGiJzFleHRuA2FlbQIxMQABHb98BmSwBi6xmxW_iTuJmgrRSAvcrRnDgWcvnjZ1HZZUSb53HzZHvS7jPA_aem_9SAY7xXjE4YdXHYplMEQLwhttps://v.daum.net/v/20241114065551086?fbclid=IwY2xjawGiJzFleHRuA2FlbQIxMQABHb98BmSwBi6xmxW_iTuJmgrRSAvcrRnDgWcvnjZ1HZZUSb53HzZHvS7jPA_aem_9SAY7xXjE4YdXHYplMEQLw
의원님의 이력을 찾아보니 전직 판사시더군요. 판사와 굳이 비교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보도된 내용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지만 국회의원이시니만큼 많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의원님의 말씀에 동조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합니다.
1) 의사는 민간인입니다. 공적업무를 수행하지만 그렇다고 공무원인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판사나 공무원의 연봉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물론 예산감액을 주장하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관점이 문제입니다. 오늘날 이 장기적인 의료사태가 발생한 것은 의료공급을 정부가 조정/통제하지 못하고 대부분을 민간에 맡겼기 때문입니다.전공의가 정부로부터 경제적인, 또는 신분상의 지원이나 보호를 받지 않는 민간인이기에 대량 사직 또한 가능했던 것입니다. 정부가 전공의가 수행하는 업무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의료공급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현재 전공의 연봉수준과는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한편, 저는 현재 전공의의 임금수준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사 연봉에 대해 말하자면 또 진흙탕싸움이 될 것이기에 업무강도 대비 동년배 민간 직장인 또는 외국 의사와의 비교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판사들은 박봉이지만 공무원으로서의 신분보장과 연금 그리고 퇴임 이후의 명예 또는 의원님처럼 정치에 입문할 기회가 있기에 그것을 견디는 것이지 그들이 특별히 더 봉사정신이 투철해서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법률 일원화 이후엔 오히려 “쉬러” 오는 경력변호사들이 많다 들었습니다만) 또한 그런 식으로 미래가치를 담보로 입직하는 젊은이들에게 현재의 박봉을 견딜 것을 요구하는 방식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도 더 이상 통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공무원들이 그 직을 떠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요. 의원님 현실을 보시기 바랍니다.
2) 전공의는 의사입니다. “아직 의사도 안된 사람들“이라 칭하셨다니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모르시고 국가 보건의료의 향방을 결정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시는 것에 유감을 표합니다. 전공의가 되려면 의사면허가 있어야 해요. 판사가 되려면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것처럼요. 전공의들은 피교육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의사로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일합니다.
물론 의원님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께서 전공의를 의사로 인식하지 않고 계시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병동에서 전공의 선생님이 아무리 친절하고 자세하게 봐주어도 환자경험조사를 하면 “의사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응답하는 환자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요. 병원에서 회진의 맨 앞자리에 있는 교수만이 의사인 것은 아닙니다. 입원 환자의 변화를 매일 챙기고 처방약을 조정하며 시술이나 수술 준비를 하고 복수나 흉수를 빼는 일들은 일견 허드렛일처럼 보여도 환자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일이며 하나하나가 모두 의사의 결정과 손길이 필요합니다.
의사의 업무에 위계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낮은 위계의 일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의사가 아닌 것은 또한 아닙니다.
법조일원화 이전엔 초임 판사가 수 년간 배석판사를 한 후 재판장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배석판사가 판결에서 하는 역할이 재판장만큼이 아니라고 해서 배석판사를 판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의원님처럼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당대표에게 충성을 다하는 정치인들이 많지만, 당대표의 결정에 군말없이 따르고 우르르 몰려다닌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의원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각자가 지역구를 책임진 헌법기관으로서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의원님을 “의원도 아닌 사람”이라 부르지는 않으려 합니다.
지난 9개월간의 의정갈등은 전공의들이 우리 고효율 의료 시스템의 핏줄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었고, 동시에 많은 국민들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 공백에 대한 분노가 절부 뿐만 아니라 전공의들에게도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그 분노와는 별개로 그들이 하는 일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지원하여 정부의 책임과 조정능력을 강화하는 일은 필요한 일입니다. 보건복지위 국회의원답게 의료의 공공성 강화라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시기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