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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o 시오 Jun 13. 2021

쉽게 사랑에 빠질 자유

this is not an usual love song

오늘은 그저 노래하고 싶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멋진 일이다.


우리는 사랑으로 인해 무너지고, 다시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무장한다. 부모님의 사랑은 온전하지 않고, 자식은 부모님이  애정에 보답할  모른다. 언니들은 남자 골라 만나라고 하고, 형들은 여자 조심하라고 한다. 학창 시절 이후 맺게 되는 관계들은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고들 하고,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은 슬프게도 들어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마음을 내려놓을만한 안전지대를 찾다 보면 알게 된다. 결국 온 세상이 지뢰밭이구나. 그래서 우리는 혼자를 노래하고, 서로 의지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편을 선택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랑은 불편함을 자처하는 행위다. 이 불편함은 깊이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가중되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럼에도 사랑을 선택해본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알게 된 한 분이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마침 선물 받은 복순도가 여러 병이 있어 하나를 선물했다. 그녀는 작고 예쁜 전통주 잔 두 개로 나에게 답례를 했고, 그 순간 직감했다. 아 우리는 인연이 되겠구나! 좋아하는 동생이 첫 직장을 얻었는데, 마침 우리 회사와 같은 건물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두근두근. 우리에게 허락된 이 가까움을 어떻게 누리면 좋을까 생각하며 설렌다. 한 친구는 자기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를 찾아왔다. 곁을 내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다니. 고마움으로 마음이 가득 채워졌다. 이런 순간들이 사랑에 빠질 빌미가 된다. 이제는 즐거운 궁리를 시작한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리가 무엇을 함께하면 좋을까, 내가 당신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나머지 삶의 순간들은 고민들을 실천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행복한 건 아마도 나 자신일 거다.


그러나 어찌 달콤함만 있을까. 때로는 나의 존재가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아 슬퍼하게 된다. 배려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었는데, 어느새 그냥 낮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두려워진다. 나의 진심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느끼는 허무함이 있다. 가끔은 주는 만큼 돌려받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그런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어제의 결심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날카로운 말을 상대에게 툭 던질 때도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 날카로움에 자주 베였을 거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나는 간장 종지구나. 큰 사랑을 담기에는 너무나 쪼잔하고 작은 그릇이다.


간장 종지로서 이런 말 하기 굉장히 머쓱하지만, 그래도 사랑을 해볼란다. 내가 쉽게 사랑에 빠지기로 결심한 이유는 먼저 받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자라났으며, 누군가의 관심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발견했다. 누군가의 묵인으로 받아야 할 비난을 비껴갔으며, 누군가의 배려로 내가 쟁취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것들을 받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사랑임을 느끼게 된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데에 있다. 그의 사랑은 내게 지켜야 할 규칙들이 아닌, 대접받고자 하는 욕심에서 벗어날 자유를 주었다. 나의 삶은 이미 선물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나는 오늘도 더 많은 당신들이 사랑을 선물 받기를 바란다. 혹여나 이미 받고 있다면, 스스로의 삶이 얼마나 사랑으로 가득한지를 발견하길 바란다. 받아 마땅한 사랑을 넘어, 굳이 이렇게까지 주나 싶은 사랑까지 받기를 바란다. 사랑은 넘쳐야 흐를 수 있다. 부족하지 않아야 결핍되지 않을 것임을 믿고 흥청망청 쓸 수 있다. (그런 일을 원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되려 얻어맞게 되더라도, 덜 두려워할 수 있다. 사랑으로 용감해지고, 사랑으로 따뜻해지길 바란다.




사랑하는 것은 연약해지는 일이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 자체만으로 당신의 심장은 잘못되고 고장 날 것이다. 마음에 흠집 나지 않고 싶다면, 동물뿐 아닌 그 누구에게도 주어선 안된다. 취미와 작은 사치들로 마음을 잘 둘러싸라. 애정을 가질만한 그 어떤 것도 가까이 해선 안된다. 자기 중심성이라는 관짝에 마음을 잘 넣고 잠가둬라. 그러나 그 안전하고 어두우며, 움직임이 없고 공기도 통하지 않은 관짝 안에서 당신의 마음은 변해있을 것이다. 상처 받을 수 없으며, 깨어지지도 않는 마음으로. 무언가가 통과할 수도 없고, 사할 수도 없는 마음으로 말이다. 사랑하는 것은 연약해지는 일이다.
C.S 루이스

To love at all is to be vulnerable. Love anything and your heart will be wrung and possibly broken. If you want to make sure of keeping it intact you must give it to no one, not even an animal. Wrap it carefully round with hobbies and little luxuries; avoid all entanglements. Lock it up safe in the casket or coffin of your selfishness. But in that casket, safe, dark, motionless, airless, it will change. It will not be broken; it will become unbreakable, impenetrable, irredeemable. To love is to be vulnerable.
C.S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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