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전편에서 백수들에게 도전을 하라고 썼는데, 이번 편에서는 이백수(27세, 가명, 무직) 씨의 도전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백수 씨에게 있어 최근에 하고 있는 최고의 도전은 바로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참여해 대상을 타는 것'이다. 가능성은 0~1% 사이로 본다. 우선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0편 이상의 글을 올려야 하는데, 여태 올린 글 수가 6편. 마감일인 오늘(9월 30일)까지 4편을 더 올려야 한다. 연재를 시작하고부터 하루에 2편씩 꾸준히 올렸으면 충분히 달성했을 분량이지만, 백수 주제에 추석이라는 핑계로 이래저래 바쁜 척 하다 보니 어느새 마감일이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도전은 이백수 씨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매일매일 노트북 앞에 앉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하기 전에 브런치 홈페이지에 먼저 들어오게 되고, 남들에게 자신을 '작가'로 소개하는 발칙한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되었으며, 어제 새벽 5시에 잤음에도 이벤트 참여를 위해 아침 10시에 일어나는 쾌거(?)를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똥 이외의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생산적인'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백수 씨는 최근 어머니의 차를 빌려 운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운전 면허를 7년간 숙성시킨 그에게 운전이란 갓난아이의 걸음마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심한 성격 덕분에 '도로 위의 범퍼카'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어제는 친구를 잠깐 태우고 운전을 했는데, 친구가 혹시 어머니를 태우고 운전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운전하는 걸 봤는데도 키를 주시더냐고 물었다. 과연 맞는 말이다. 아마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사고를 내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 같은 건 없었을 테고, '사고를 내면서 배우는 거지'라는 생각이셨을 것 같다. 어제 집에 올 때는 내비게이션 없이 돌아오는 것에 도전했는데, 역시나 길을 잘못 들어, 우회전해야 되는 상황에서 1차선에 있다가 어쩔 수 없이 좌회전을 했다. 그러고는 결국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네비를 켜고 집에 돌아왔다는 슬픈 결말이다.
그 외에도 이백수 씨의 일상은 도전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취미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취미가 기타인 그는 좋아하는 노래가 생길 때마다 기타 치는 법을 찾아보고 연습한다. 원래 기타 치는 사람은 왼손에 굳은살이 있어 줄을 잡아도 아픔을 못 느끼는데, 그는 굳은살이 없어 아파한다(이쯤 되면 취미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새로운 곡에 도전할 때에는 정말로 손에 굳은살이 제대로 생길 때까지 연습한다. 그러다 가끔 기타 치면서 '기타 치면서 노래도 해봐야지'라는 객기를 부릴 때가 있는데, 그러다가 오히려 '에라이 @X%&'하면서 기타를 내려놓을 때가 많다. 도전을 하더라도 명심해야 할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래나 기타 중 하나를 잘 할 때에는 동시에 하는 것에 도전해도 되지만, 둘 다 못 할 때에는 그냥 하나만 하도록 하자.
이렇게 이백수 씨의 일화를 통해 도전이 얼마나 백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알아보았다(딱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백수니까 안 돼'라고 생각해서 미리부터 포기하지 말고, '나는 백수니까 잃을 게 없어'라는 마인드로 많은 일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인생을 시니컬하게 바라본 백수의 이야기.
40만 백수가 공감한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절찬리 연재 중!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