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으며
헤르만헤세는 정말 위대한 작가네요. 책을 읽으면서도 깨달음이 생기니까요. 그 작은 자각은 스스로를 향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가끔씩 당황스럽습니다.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 실망도 하고, 넘치는 자기애를 너머서는 타인에 대한 사랑에 놀라기도 합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요히 사색하는 시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통한 성찰의 결과를 타인과 함께 할 때 실천함으로써 자신에 대해 알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도 힘들었으니, 어른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긴 한 것 같습니다. 어떤 종교와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던지와는 무관하게 우리 모두는 구도자와 같은 태도로 일상을 살아간다면 꽤 멋진 어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싯다르타라는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반복해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페이지에 밑줄을 그으며, 밑줄의 의미가 없어질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감명 깊은 내용은 목표가 아닌 목적 있는 삶과 이를 이루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주는 내용입니다. 이 페이지에 서성이며 많은 생각이 오갑니다. 싯다르타는 '지속가능한 삶'은 목표가 아닌 삶의 목적, 목적에 맞게 영혼을 곧추 세우며, 이 영혼이 흔들릴 때 사색하고, 인내하고, 비우면 된다고 이야기하네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종종 삶의 목적을 잃거나 잊습니다. 삶의 목적이 타인에 의해, 세상의 흐름과 시류에 의해, 욕심에 의해 종종 흔들립니다. 일상에 지쳐 영혼을 곧추 세울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바닥납니다. 뒤돌아보면 사색하지 않아서 인내하지 못해서 비우지 않아서 겪어온 아픔과 고통들이 대부분입니다.
'조금 더 생각하고 행동할 걸, 이 말은 하지 말걸, 그건 과욕이었구나. '
가끔씩 찾아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나는 서욱인가"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나" 일상에서 아웅다웅 타인과 삶의 목표와 부대끼다 보면 불현듯 찾아오는 그 문장, 실은 그 문장이 저를 현재로 인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수시로 찾아보고 싶은 문장도 생겼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단식할 줄 안다면, 마술을 부릴 수 있으며, 자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소."
마술도 부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카밀라, 91Page 중 ------------------------------------------------------------------------------------------------------
카멜라, 만약 그대가 돌멩이 하나를 물속에 던지면, 그 돌멩이는 곧장 물아래 밑바닥에 가라앉게 되겠지요.
싯다르타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계획을 세우면 바로 그렇게 되겠지요.
싯다르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아요.
그는 기다리고, 그는 사색하고, 그는 단식을 할 뿐이지요. 그러나 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몸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마치 물속을 뚫고 내려가는 그 돌멩이처럼, 세상만사를 뚫고 헤쳐 나가지요.
그는 이끌려 가면, 이끌려 가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놔두지요.
그의 목적이 그를 끌어 잡어당 기지요. 왜냐하면, 그의 목적에 위배되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자기 영혼 속에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오.
이것이 싯다르타가 사문들에게 배운 것이오. 이것이 바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부르는 마술이라는 것이오. (중략)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단식할 줄 안다면, 마술을 부릴 수 있으며, 자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