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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라이터 Oct 10. 2018

미스터 션샤인  '의병'을 소환시켜주어 고맙소

김은숙 작가, 의병에게 스포트라이트

내가 뽑은 2018 최고의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이 될듯싶다. 웰메이드 콘텐츠의 필수조건인 '의미와 재미' 미스터션샤인은 작정하고 의미 쪽에 방점을 찍었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 의병     

 

드라마는 초장부터 목적성을 대놓고 드러낸다. 그런데 메시지가 가슴팍에 꽂히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훅 걸린다.



유진초이 

"당신은 당신의 조선을 구하시오. 나는 당신을 구하겠소."

"이것은 나의 히스토리이자 러브스토리요. 그대는 나아가시오 난 한걸음 물러나니..."      


구동매

"역시 이놈은 안 될 놈입니다. 아주 잊으셨길 바랬다가도 또 그리 아프셨다니 그렇게라도 제가 애기씨 생의 한순간만이라도 가졌다면 이놈은 그걸로 된 거 같거든요."


김희성

"(의병... 그이들과) 함께 묶인다면 영광이오."


고애신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게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민초(民草)라고 뭉뚱그려서 역사에서 사람의 이야기로 1905년 즈음 일제에게 처참하게 짓밟히고 망가져가는 조선의 민낯을 보여준다. 기억해야 할 역사라는 뼈대 위에 김은숙 작가의 장기인 '로맨스'라는 살을 붙여서 솜씨 좋게.      


애기씨, 귀하, ~했소라는 생소한 어투로 그 시대를 낯설면서 낭만적으로 소환하고 상투머리, 댕기머리, 쪽진 머리와 한복 여기에 레이스 치렁치렁한 롱드레스와 한껏 멋 부린 양복 같은 서양 복식의 퓨전으로 그 시대를 이색적으로 묘사한다.

고애신, 유진초이, 구동매, 쿠도히나(이양하), 김희성 다섯 남녀의 오각 관계 러브스토리는 애틋하고 애달프다. 재미있는 건 여자 둘, 남자 셋 연적일 수 있는 다섯 주인공이 밀고 당기다가 나중에는 동지애로 뭉치도록 찰지게 스토리를 끌고 간다.      


고애신. 꽃이 아닌 불꽃같이 의병으로 살겠다는 그녀의 결기가 조선의 운명에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거나 아예 눈감고 싶어 했던 세 남자를 서서히 변화시켜 결국에는 구국의 의병 동지로 만드는 설정이 흥미롭다.

 

문어체적이고 은유적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대사와 눈빛으로 몸짓으로 무언의 대사를 전달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비호감 배우였던 이병헌이 창조한 유진초이 캐릭터는  호불호를 뛰어넘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배우로서 그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쿠도히나를 연기한 김민정을 재발견한 기회도 됐다. 배포 있고 강단 있는 여자, 외로운 여자란 복합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냈으니까.


김은숙 작가는 역시 고수다. 로맨스에 특화된 드라마 작가가 첫 사극에 도전하는데 소재가 대중의 관심받지 못해 먼지가 켜켜이 쌓은 의병 이야기다. 비장한 계몽주의를 숙명적으로 깔고 가야 하는 드라마.... 군데군데 스로리 전개가 '의미'에 함몰돼  부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했지만 작가가 고생 많이 했겠구나란 안쓰러움이 먼저 든다. 자가 진화하는 작가의 근성과 노력에 진실로 박수쳐주고 싶다.

    

구슬픈 가락이 흘러나오는 뮤직박스를 작가는 미국 땅에서 이방인으로 고달프게 살아가는 유진초이에게는 엄마의 자장가 같은 위로였고 조선땅에서는 고애신과 유진초이를 이어주는 든든한 장치로 활용한다. 또한 러브, 건, 글로리, 새드엔딩 같은 흔한 영어 단어들을 이야기 전개의  키워드 메시지로 중간중간 곱씹게 만드는 점 역시 대사의 달인답게 노련하다. 

제작비 430억 원 쏟아붓는 통큰 배짱,  넷플렉스에서 투자 300억 원을 받아 전 세계에 유통되는 드라마라 흥행 부담감이 컸을 테고 내심 수월하게 갈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라인으로 바꾸고 싶었을 텐데  제작진은 아무도 가지 않은 거친 길을 택했다. 일제의 만행을 조목조목 고발하며  뻔히 질 줄 아는 싸움을 목숨 걸고 의연하게 하는 의병을 그려내며 그 시대를 곱씹게 만드는 스토리를 호기롭게  그려냈다.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이다. '드라마 한 편이 열 일했다'라고 진심 담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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