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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Oct 04. 2023

세입자의 원상복구 의무를 이행중입니다.

매사에 사서고생하는 자영업자의 삶이란..


문밖세상으로 올라오는 건물 입구 벽면에 설치된 나무 판넬(?)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빗물에 촉촉이 젖어서 서서히 썩어 들어갔다. 특히 올해 들어서 많은 비가 내려서인지 너덜너덜하게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도저히 더는 버틸 재간이 없어 보였다.

결국 오늘 갑작스레 철거를 결심하고 일을 치렀다. 바짝 마른 상태에서 철거를 하면 힘에 부칠 것 같아서 비가 내린 직후라 흐물흐물한 틈을 타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과 지하 노래방 사장님은 건물주한테 얘길 하지 이걸 왜 혼자서 직접 하냐며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질문 폭격을 날렸다. 철거하느라 힘이 들어서 구구절절 설명을 다 하진 못했지만 나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사실 이건 2018년에 이 건물에 처음 들어올 때 내가 설치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난 인테리어 사기를 당했었는데, 나를 만만히 봤던 그 업자가 약속한 외부용 방부목재를 사용하지 않고 실내용 싸구려 자재를 빗물이 들이치는 벽면에 말도 없이 설치를 한 것이었다.

당시에 수습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건 그대로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5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난 세입자의 의무랄까, 건물주가 굳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도 과도한(?) 책임감으로 알아서 척척 원상복구를 실행하고 있는 거다.

물론 단순히 의무이행으로만 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건물 2층에 자리한 문밖세상으로 들어오려면 이 통로를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데, 사실상 우리 공간을 찾는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노후한 이 건물이 주는 오래된 이미지와 구조적인 문제를 내가 다 해결할 수는 없으니,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최소한의 개선만이라도 하고자 하는 의지였던 거다.

헌데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훨씬 더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소모되고야 말았다. 빗물에 푹 젖은 상태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힘을 들여야만 했다. 평소에 워낙 힘쓰는 일에는 재주가 없던 터라 금세 어깨, 허리, 무릎, 팔 온몸이 쑤셔왔고 후회가 밀려왔다.

이렇게 갑작스레 할 게 아니라 날을 잡아서 철거 알바라도 쓸걸, 왜 이리 혼자서 사서 고생인지 즉흥적이고 실행력이 넘쳐나는 내가 오늘따라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시작했으니 어쩌나 끝을 봐야지. 폐기물 봉투 20리터 10포대를 꽉 채워서 버리고 나니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철거도 마무리하고 벽에 핀 곰팡이 제거까지 완료하고 나니 3시간 반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리고 온몸엔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1차로 지저분한 걸 닦아냈는데도, 자재가 썩은 상태일 때만큼 보기가 싫은 건 매한가지. 조만간 며칠 내로 벽이 바짝 마르면 페인트칠을 해서 지저분한 벽을 말끔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말이지 일을 괜히 벌였구나 싶다. 너무 힘에 부친다. 이래저래 탈이 많은 자영업자&세입자의 삶이란. 아니, 굳이 사서 고생하는 내가 문제인 건가? 하하.




하.. 진짜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언제 또 마무리가 될지..ㅜ

#교정하러한의원을다니면뭐하나
#없던통증도일삼아만들어내는나
#자영업자의삶 #자영업자의한숨
#사장님은웁니다 #세입자의한숨
#창업의맛 #창업의현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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