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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네아 Apr 16. 2018

가끔은 책을 읽기도

2018년 1분기 독서 기록

1. 『맛 읽어주는 여자』

식탐을 없애고, 항상 배가 고플 때만 먹도록 스스로를 단련시켜오고 있으나 음식을 문화적 맥락에서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는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문화 탐방'이라는 명목 하에 평소보다 먹는 데 관대해지곤 한다.

식문화는 시대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변화한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일본인에게 맛 보여 준 카스텔라가 일본의 명물 디저트로 자리 잡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똑같은 음식을 접하더라도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걸 보며 서로를 이해하기도 한다.

이 책의 섬세한 맛 묘사라든지, 음식의 탄생과 연관된 역사적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모르는 음식이라도 한 번 먹어보고 싶고, 생소한 역사라도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된다. 혀 끝의 원초적인 맛에만 열광하기보다 음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2. 『취미는 전시회 관람』

전시회에 가진 편견과 무지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책이다. 특히 작품 감상에 대한 오해와 감상법,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직업 형태가 흥미롭다.

아직 국내에서 하는 생소한 전시회까지는 자주 즐기지 못할 듯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이번 런던 여행코스에 테이트 모던을 추가하였다. 작가들을 미리 공부하고 진짜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우라들에 오감을 기울여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작품에 나의 경험과 생각을 덧붙일 수도 있지 않을까?

3. 『보통날의 와인』

홍차와 와인 즐기기에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어본 책이다. 일반인들이 적당히 와인을 마시기에는 이 책에 있는 지식만 알아둬도 충분해 보였다. 사람들이 마시기에 크게 차이 없는 다즐링 홍차끼리라도 희귀성이나 특수한 상황에 따라 가격이 몇 배씩 차이 날 수 있고, 와인도 그러하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비싼 와인을 마셔야 진정 와인을 즐긴다는 인식이 있다. 홍차를 마시듯이 와인도 부담 가능할 정도의 선에서 같이 먹는 음식이나 취향에 맞춰서 마시면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페어링 관련 내용이 제일 흥미로웠다.


4. 『한국이 싫어서』

소설은 감정이입도 안되고 인물이 복잡해서 잘 안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듯) 상황이 너무 현실적이고 문장이 간결해서 금방 읽었다. 특히 자신이 이 사회에 맞을까, 이 사람과 맞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내면에 큰 울림을 준다.

행복을 찾아서 호주로 가는 것이 도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혼자서 자신이 속한 조직을 자신에 맞게 변화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개인은 이 세계 밖의 대안적인 삶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5. 『차의 기분』

나도 차 마실 때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어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책이다.

차를 마시는 시간의 기분에서부터 시작하여, 시음기, 다구 사용기, 글 쓰면서 차를 마시는 순간의 기록들로 마무리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읽다 보면 내가 차를 즐겨 마신다는 점이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 보이지도 않고 쓸모없어 보일 수 있는 차의 순간들이, 기분들이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되다니!

섬세한 감성을 사랑하지만, 차가 막연히 어렵거나 현학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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