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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네아 Aug 19. 2018

중국차, 영국의 장미향을 머금다

매력적인 장미향 홍차 로즈 포우총(Rose Pouchong)의 탄생

꽃 가향이 된 차를 볼 때마다 이성과 감성이 약간 부딪치고는 한다. 진짜 꽃향기를 맡으며 살기에는 시간도 공간도 여유가 없어서, 아침마다 꽃 가향차를 마시면 내 삶도 향기롭게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동안 만났던 꽃 가향차들은 대부분 향이 부자연스럽거나 맛이 없었다.(지금도 치를 떨 만큼 맛없는 차들이 몇몇 있는데 다른 글에서 정리하려고 한다.)


그래서 꽃 이름을 단 차들을 보면 '지름신'의 감성과 '후회할 것'이라는 이성이 싸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꽃 가향차에서 딱 두 번의 행복을 느꼈으니, 하나는 오설록의 '동백이 피는 곶자왈'이며 나머지 하나가 오늘 다룰 '로즈 포우총'이다.

실물은 사진보다 조금 더 꽃분홍색이다. (사진 출처 : 포트넘 앤 메이슨 홈페이지)

로즈 포우총(Rose Pouchong)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장미꽃잎으로 가향한 홍차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의 스테디셀러 홍차이며 그 외 몇몇 영국 브랜드에서도 판매 중이다. 살짝 농익었지만 자연스러운 장미향과 달짝지근한 차맛이 인상적이다. 조금 오래 우려도 쉽게 써지지 않으며, 한 두 번쯤 더 우려내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포우총(Pouchong)은 포종(包種)차를 일컫는 말로 청차 중에서 발효도가 약한 차이다. 종이로 포장해서 진상한 차라 하여 포종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이 차의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만 북부의 핑린이라는 마을이다. 핑린에서 생산하는 포종차는 문산포종이라고도 불리며 장미향을 비롯한 신선한 꽃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포우총은 홍차가 아닌데 왜 로즈 포우총은 중국의 기문 홍차를 베이스로 했을까? 영국인들이 홍차를 훨씬 선호해서 그럴 수 있다. 가향 홍차의 베이스로는 단연 순하고 튀지 않으며 은은한 단맛이 나는 기문 홍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 매력적인 차를 마시면서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포우총의 주 생산지인 대만의 차와 중국차와의 관계를 알아보게 되었다.


대만차의 역사는 19세기 초에 가조라는 사람이 중국 복건성 무이산의 차나무를 가져다 심은 것에서 시작하였다. 차나무뿐만 아니라 제조 기술도 중국에서 전래되었으며, 대만 포종차는 처음에 대만의 찻잎들을 복건성으로 보내 포종차 명칭을 붙이는 방식으로 판매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대만 포종차의 원류가 중국 복건성에 있는 것이다.


어쩌면 영국인들은 로즈 포우총을 만들면서 대만이 아닌 중국 무이산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무이산의 정산소종을 영국인들이 너무 사랑한 나머지 랍상소우총이 탄생하기도 했으니까. 차의 성지를 숭배했던 영국인들이 무이산의 포종차를 영국식으로 다시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역사는 돌고 돌아 차 한 잔 속에서도 여러 이야깃거리를 가져다준다. 21세기에도 가을의 문턱에서 만나는 한 잔의 장미가 여전히 신선하다.

◎ 참고 문헌

프랑수와 사비에르 델마스, 마티 미네, 크리스틴 바르바스트,『티 소믈리에 가이드 2』, 정승호 감수,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2013

문기영, 『홍차 수업』, 글항아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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