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이 책의 제목은 사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집에서 차를 마시면서는 철저히 업무와 분리되고 싶은 직장인이지만, 가끔 일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가 있다. 라오스의 매력을 알아야 하는데, 라오스에 대해 일단 좀 공부해야 이 일이 해결될 듯하여 우러나는 찻잎은 뒷전으로 둔 채 온라인 서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내용을 읽어보니 라오스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지만 감정에 과도하게 빠지지 않아 담백한 여행 에세이였다. 책에 소개된 보스턴, 아이슬란드, 포틀랜드, 그리스의 두 섬, 뉴욕, 핀란드, 루앙프라방, 토스카나, 구마모토 중 아직 가본 곳이 없어서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적이지 않은 편이라 여행지에 대한 그리움, 만났던 사람들, 개인적인 감정에 심취한 에세이를 끝까지 읽기가 힘들다. 정보성 책을 좋아하고 구미에 맞는 주제의 에세이나 칼럼에 주로 눈길이 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는 개인의 경험을 서술하면서도 감정보다는 묘사가 많았고, 특히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각 여행지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들을 다 읽고 나면 나만의 여행 계획도 짜 봐야겠다.
가끔 여행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본다. 공항 이용객 수는 매년 최고 수준을 갱신하는데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 돌아올까. 대부분이 이국적인 정취를 경험하며 리프레시를 하는 데 여행의 의의를 둔다. 새로운 경험과 리프레시는 다 좋지만 주요 여행지를 다 돌고 나면 여행에 시들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어떤 장소에서든 의미를 찾고 내 삶에 접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여행지도 결국 삶이 지속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알고 싶었던 라오스의 매력은 무엇인가? 저자조차 라오스는 무엇이 좋다고 한 단어로 명쾌하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특별한 관광 명물이 없는 도시라도 모든 장소는 그만의 분위기를 가진다. 사진으로만 보는 여행지에서는 그곳에 있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비록 실제로 가보니 사진 속 환상과는 너무 달라서 실망할지라도, 내 삶을 알아가는 과정 중의 하나일 테니 말이다. 남이 좋다고 하는 곳을 좋다고 여기고, 별로라 하는 곳을 피하는 마음을 버린다면 더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