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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의 의미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지지 마라

바야흐로 스타트업 열풍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 대박신화는 실리콘밸리의 전유물로만 보였다. 미국에서는 빅 테크 창업자들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 받고 부와 명예를 다 가졌는데, 한국은 아직도 재벌 대기업에만 부가 집중된, 역동성 떨어지는 사회로 여겨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확실히 정부, 해외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돈이 많이 풀리면서 스타트업 회사들도 많아지고 당연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다만 뉴스에는 대부분 성공 케이스만 나오다 보니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의 리스크를 너무 과소평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쿠팡, 배민, 토스의 사례만 보고 '스타트업이 대기업 보다 연봉도 더 많이 주네?'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런 회사들은 기업가치가 1조를 훌쩍 넘을 뿐만 아니라, 직원 수도 정직원만 수백에서 수천 명이다. 최근에 등장한 회사들도 아니다. 쿠팡은 2010년, 배민은 2011년, 토스는 2013년에 시작한 회사로 다들 10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스타트업 10년 생존율이 8%임을 고려할 때 이미 예외적인 회사들이고, 신생 대기업으로 보는게 더 적합한 분류라고 생각한다. 또한 신문에 보도되는 스타트업 고연봉자들도 알고 보면 컨설팅, 금융계 경력 출신이거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변호사 등 전문직인 경우가 많다. 자격증이나 전문적인 경력이 없다면 뉴스에 나온 사례들 보다는 훨씬 적은 대우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평균적인 취준생이 스타트업에 기대할 수 있는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준생들이 스타트업에 바라는 최저 연봉이 2,656만원이라고 한다. Lower bound임을 감안할 때 대략 여기서 10~20% 높은 수준을 초봉으로 잡으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연봉 상승률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대기업 상승률이 4~5%라고 잡으면 스타트업은 2~3% 정도이다. 원래 받는 연봉도 적은데 상승률까지 반토막이니 시간이 흐를 수록 경제적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물론 지금 다니는 스타트업이 대박이 나서 유니콘 (기업가치 1조)의 위치에 오른다면 좀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모든 사원이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보유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원 입장에서는 흔히 아는 창업자들의 인생역전 스토리만큼 큰 금액을 벌지는 못한다

그 뿐만 아니다. 스타트업들은 회사가 아직 작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 점을 잘 활용하면 여러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해보는 좋은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양날의 검임을 명심해야 한다. 몰아닥치는 일들을 급히 처리하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대체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인지, 본인의 커리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회의가 들 수 있다. 또한 인사 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에 팀장이나 임원 한 명이 잘못 들어와서 갑질, 횡령, 업무 태만 등 헛짓을 할 경우 빠르게 제재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대표가 CEO 놀이에 심취해서 밖으로만 돌고 회사 내부 사정에는 무지한 경우도 있다. 혹시 이런 총체적 난국의 징조가 보인다면 빨리 이직을 알아 보는게 현명한 선택이다.


"스타트업에 간다는 건, 중소기업 연봉으로
최소 3년에서 5년은 살겠다는 결정이야"


퇴사하고 스타트업으로 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며 생각에 잠겼을 때 친한 선배가 해준 말이다. 이 분은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 외국계를 거쳐 벌써 세번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연쇄 창업가이다. 곱씹어 볼 수록 참 맞는 말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좋거나 안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현실이 저렇다는 것이다. 재밌는 일로 세상에 큰 임팩트를 낼 수도 있고, 나중에 훨씬 더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일단 당장 3-5년 동안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보다 30-40% 적은 연봉으로 사는 것에 대해 자신있게 오케이 하지 못하면,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후회할 길이다. 그 선배는 페이 컷을 감수하고 도전을 하고 있고, 나는 그 페이 컷을 감당할 수 없어 다른 길을 찾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본인의 스타일에 맞으면 된다. 다만,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스타트업 대세론에 취한 최근 분위기에 떠밀려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말리고 싶다. 자신이 삶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는 어디까지인지 우선순위를 면밀히 따져본 후에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 (연관글 : 인생 조언을 들을 때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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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workadvice.biz/post/00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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