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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파네마 Feb 16. 2019

70만 원으로 다녀온 3박 4일 교토 여행

교토, 잘 먹었습니다



1일 차

오사카 공항 > 교토 이동(하루카 패스) > 숙소 근처에서 점심(오후쿠) > 시내 구경(기온 거리) > 저녁(텐동 마키노★★★) > 사케집(마스야 사케텐★★★)


오후쿠 お福


교토에 도착해서 먹은 첫 끼. 주변 맛집이라고 숙소 주인이 추천해준 곳이다. 음식점에는 현지인뿐, 관광객은 우리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식당 하면 맛보다 소리로 기억되는 곳인데, 고요함 속에서 식당 문이 드르륵- 열고 닫히던 소리와 사람들이 우동을 호로록- 마시던 소리가 생생하다. 맛은 평타였지만 교토에서의 첫 끼라 기억에 남는 곳


텐동 마키노 ★★★


니시키 시장 안에 위치한 튀김 덮밥집으로 엄청난 인기 덕에 웨이팅은 기본인 곳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화제를 모았던 텐동집 사장님도 이곳에서 배워온 것이라고. 1층은 닷지로 되어있어서 튀김 장인들의 솜씨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거쳐 한 숟갈 뜨니 그간의 노고는 눈 녹듯 사라지는 매직. 반숙 계란 튀김을 한 입 앙- 물었을 때 노른자가 줄줄 흐르던 그 맛, 꿈엔들 잊힐리야. 튀김도 튀김이지만 밥에 뿌려져 있는 단짠 양념이 너무 맛있어서 그릇까지 먹을 뻔. 부메뉴로 파는 조갯국은 느끼할 때쯤 한 입 떠먹으면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히어로 메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조갯국이 신의 한 수)

붕장어 덮밥 1285엔, 조갯국 421엔, 11am~9:30pm


Tip_니시키 시장 안에 위치해 있어서 미리 대기 리스트에 이름 먼저 적어 놓고 시장 구경하다가 대략 순서 맞춰서 가면 대기 시간이 빨리 지나감


마스야 사케텐 ★★★

살 수만 있다면 병째 엎어오고 싶었던 인생 사케


니시키 시장 근처의 작은 사케집으로 이 구역에서는 나름 힙한 곳인 듯했다. 다양한 사케가 구비되어 있고 작은 접시 단위로 파는 안주도 대체적으로 맛이 좋았다. 옆의 일본 젊은이들이 레몬빛을 띠는 사케를 시키기에 똑같은 걸로 주문해서 먹었다가 유레카-!!! 를 외치고는 같은 자리에서 몇 잔을 해치웠다. 결국 이 사케 맛 못 잊어 그다음 날도 이곳을 찾았더랬지.


우리가 푹 빠진 사케는 요구르트 맛으로 술은 쓴맛으로 먹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달달하니 맛있었다. 사케 한 잔에 대략 5-6천 원으로, 앉아서 먹으면 자릿세가 붙고 서서 먹으면 다른 사람들이랑 테이블 셰어 하는 형태이다. 시간대를 잘못 맞춰가면 기다림의 향연

월~금 5pm~11:30pm, 토~일 3pm~11:30pm



2일 차

숙소 > 커피클럽(Coffee club) > 블루보틀 커피 > 난젠지 > 철학의 길 > 점심(오멘 긴카쿠지★) > 버스 > 산젠인 > 저녁(和ぎ)


커피클럽


3일 동안 묵었던 숙소 주변에 위치한 커피클럽. 거의 여든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정성껏 커피를 내려주는 곳으로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고 현지인들이 주로 커피를 마시러 오는 듯했다. 커피잔은 오직 한 개씩만 구비되어 있어 마치 한 사람만을 위한 커피를 대접받는 느낌을 준다. 커피 잔이 예쁘다고 번역기를 돌려 보여드리니 찻장의 모든 커피 잔을 다 꺼내어 보여주시던 할아버지.


깨진 잔도 다시 붙여 소중히 보관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복고 분위기가 아닌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카페라 더 기억에 남는다. 커피의 맛보단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러 가기 좋은 곳


chocolaterie HISASH


현지인들로 북적이길래 눈여겨 보았던 디저트 가게. 벽에 걸려있는 상장들이 ‘여기 진정 초콜릿계의 고수가 있다!!!!!!’ 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오후에 방문하니 점 찍어 놓았던 디저트들은 이미 다 팔리고 없어서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다음에 가보려고 기록


블루보틀 커피


워낙 유명한 블루보틀 교토점. 블루보틀 중에서도 교토점은 특히 건물이 예쁘기도 해서 난젠지로 가는 길에 들렸다. 워낙 사람이 많아 웨이팅은 기본이라 들었는데 다행히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커피맛은 다른 블루보틀과 크게 다른 점은 없는 걸로!


난젠지 / 수로각


난젠지에서 마주한 초록. 10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토는 초록이 가득했다. 난젠지로 들어와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수로각은 메이지 시대에 로마식 수로를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고. 아직도 수로각 위로 물이 흐른다고 한다.


오멘 긴카쿠지 


오멘 긴카쿠지는 철학의 길, 은각사 부근에서는 꽤 유명한 식당인 듯했다. 서양인들이 많이 보여서 신기방기. 대기가 있었지만 은근 내부가 커서 회전율이 빨랐다. 덴푸라 정식을 시키면 소바와 함께 신선한 야채 튀김이 나온다. 우리가 시킨 냉우동은 면이 쫄깃쫄깃하니 입에 잘 맞았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고등어 초밥인데, 교토에서 유명하다해서 시켰다가 너무 비려서 두 입을 먹지 못하고 남기고 왔다. 이 초밥만 아니었더라면 이 식당에 대한 기억이 더 좋았을지도...! 덴푸라 세트2+자루스시 2조각에 5.5만 정도. 원래 고등어 초밥은 이렇게 비린 것입니꽈?

11am~8:30pm 목요일 휴무, 덴푸라세트 1850엔


철학의 길


철학의 길은 은각사부터 난젠지까지 이어지는 수로길로, 하천을 따라 산책하기 좋았다. 일본 철학가 니시다 기타로가 사색을 즐기며 걷던 길이라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로를 따라 심어진 나무는 모두 벚나무로 벚꽃철과 단풍철에는 얼마나 아름다울지. 다만 겨울에는 다소 삭막한 느낌 일수도...


철학의 길을 쭉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요지야 카페. 일본식 정원을 즐기며 쉬어가기 좋다.

산젠인


여유롭게 철학의 길 부근을 걷다 버스를 타고 북쪽의 오하라 지역으로 이동했다.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도착하니 곧 있으면 문을 닫는다는 청천벽력 늬우스. 원래 가려던 액자 정원으로 유명한 호센인을 포기하고 가는 길에 보이는 산젠인으로 냉큼 들어갔다. 문을 닫을 시점에 방문해서 인지 우리밖에 없어서 한가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끼정원으로 불리는 산젠인은 초록이 가득가득.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

입장료 700엔


산젠인으로 가던 길에 먹었던 당고의 맛, 환상적.


和ぎ

구글 번역기로 대화하는 타케시

술 한 잔 기울이다 보면 전철 소리가 들리는 낭만 있는 이자카야. 회사 동료 2명에게 강력 추천을 받았던 곳이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의구심을 품으며 방문했다가 홀딱 빠져서 돌아왔다. 이곳의 셰프이자 주인인 타케시 상 때문에 교토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질 정도로. 돌아가진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함께 가업을 잇고 있는 타케시는 선한 인상에 선한 인품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가 하나도 통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우리와 대화하기 위해 구글 번역 앱을 깔던 타케시. 번역앱과 손짓+발짓으로 나눈 대화는 신선하면서도 재밌었다. (현대 문명 만세!) 자칫 귀찮을 수 있음에도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와 이야기하기 위해 열심히 핸드폰에 대고 말하던 그의 모습을 어찌 잊을까. 타케시상 오겡끼 데스까?



3일 차

숙소 > 마루야마 공원 > 스마트 커피(★★★) > 니시키시장 > 점심(테라마치 부타야 톤이치 돈가스) > 시내 구경 > 디앤디파트먼트/위캔더스 커피 > 저녁(토미센 스시 ★★★ ) > 집 근처 오코노미야끼집(오코노미야끼 키라쿠)


마루야마 공원


숙소가 있는 히가시야마 쪽에서 시내까지 걷다 보면 통과하게 되는 마루야마 공원. 도심 속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점이 놀랍다. 별생각 없이 시내 가는 길에 우연히 들렀다가 기분 좋은 산책길이 되었다. 마루야마 공원은 벚꽃이 피면 장관이라던데 봄에 다시 찾고 싶은 곳


스마트커피 ★★★


스마트 커피는 무려 1930년대에 문을 연 오래된 깃사텐이다. 이번 교토 여행에서 먹은 디저트 가게 중 우리 마음 속의 굳건한 1등. 일본 옛 다방 느낌의 인테리어에, 정갈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종업원들. 마치 일본 드라마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추천 메뉴는 프렌치토스트, 에그샌드위치와 커피. 지금까지 먹어본 프렌치토스트 중 가히 인생 프렌치토스트였지 않나 싶다. 빵인지 두부인지 너무나도 부드러웠던 식감에 둘이서 얼마나 오이시-를 외쳤던지. 커피 맛도 기대 이상. 카운터에서 원두도 구매 가능하다.

8am~7pm


테라마치 부타야 톤이치


높은 구글 평점 4.3 만큼이나 높은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다. 나쁘진 않았으나 우아아아아오아아아아!!!!!!!! 이정돈 아니었지 않나... 착한 마음으로 장점을 되짚어보자면 니시키 시장 안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성이 나쁘지 않으며 가격도 저렴해서 가볍게 점심 한 끼 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정도?

돈가스 1177엔, 가츠동 745엔, 11am~10pm


디앤디파트먼트 교토

사찰 안에 위치한 교토 디앤디파트먼트

시내 주변에서 쇼핑하다 잠시 쉬어갈 겸 카페 투어. 독특한 외관의 디앤디파트먼트 카페겸 음식점. 편집샵으로 친숙한 디앤디파트먼트의 교토점은 사찰 안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이색적.


 위캔더스 커피


공영주차장 한편에 자그맣게 위치한 위캔더스 커피. 살다 살다 주차장 안에 있는 카페는 또 처음이었다. 심지어 테이블과 의자는 찾아볼 수 없다.

호주에서 사람들이 하늘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주인장이 교토에서도 하늘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아쉽게도 커피맛은 생각보다 기대 이하였고 하늘 보가 자동차가 더 많이 보였......... 아이스 라테를 먹지 못한 것이 아쉽쓰

7:30am~6pm. 커피 430~510엔


토미센 ★★★


이번 여행에서 베스트로 꼽는 식당 중 한 곳.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다. 가격은 한 접시(2개~6개)에 250엔~900엔까지. 초밥 2개가 올려진 접시는 대부분 600엔 정도였다. 게살 내장 초밥은 너무 맛있어서 결국 한 접시 더! 를 외쳐버렸고, 두툼한 연어초밥도 연어 덕후 둘의 후한 점수를 받았다. 저녁에만 영업하므로 영업 시간을 잘 확인해서 갈 것


아쉬운 점은 교토역 주변에 위치해 있어서 숙소가 교토역 근처가 아니라면 동선 상 약간 애매하다는 점과 식당 안에서 흡연이 가능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담배 냄새가 고역.

5~10pm, 일요일 휴무



4일 차

숙소 > 이나리 신사 > 점심(백식당 스키야키) > 시내구경 > 아라비카 커피 > 오사카 공항


후시미 이나리신사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 서둘러서 방문한 이나리 신사. 교토를 오사카에서 당일 여행으로도 많이들 다녀온다기에 3박 4일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생각 그 이상으로 교토는 어마어마하게 큰 도시였다. 마지막 날 위쪽의 아라시야마 지역과 고민하다 최종 간택된 이나리 신사. 지하철로도 편하게 갈 수 있어서 가볍게 다녀오기에도 좋았다. 심지어 입장료도 무료


이나리 신사는 '이나리'신을 모시는 신사로, 1만 개의 붉은 도리이가 터널처럼 줄 지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신사 앞쪽에만 도리이들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가보니 산길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서 꽤 인상적이었다. 붉은 도리이 길 풍경에 기모노를 입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마치 '게이샤의 추억'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백 식당


하루에 백인 분만 판다는 백식당 스키야키. 교토 스키야키를 검색하니 가장 많이 보였던 식당이다. 둘째 날 방문했다가 퇴짜 맞고 절치부심 그다음 날 일찍 방문해서 입장 성공! 하였으나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맛. 오히려 후식으로 내온 콩가루 과자가 더 맛있었다. 카운터에서 콩가루 과자를 구매할 수 있는데 다시 교토를 찾는다면 이 과자만 사러 가지 않을까. 스키야키는 회사 부근은 스키야키집이 더 맛있는 걸로...

11am-3pm, 스키야키 1188엔, 큐브 스테이크 정식 1404엔, 카드사용 불가


아라비카 커피


일명 '응커피'로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아라비카 커피. 아라시야마에 위치하고 있어서 시간상 방문하지 못해 아쉬웠었는데 시내의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잽싸게 달려갔다. 강 주변에 위치한 아라시야마 지점의 풍경 때문에 유명한 줄 알았는데 커피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반전. 인스타빨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라테 너무 맛있쟈나? 합격점 드립니다!


별 도장 깨러 다시 가야지! 댓글로 맛집 추천 받습니돠


#1인 여행 경비

- 비행기표(인천-오사카 왕복) : 약 18만

- 숙소 3일 : 약 13만

- 교통비(오사카-교토 하루카 패스 왕복) : 약 3만

- 와이파이 도시락 4일 : 약 2만

- 환전 : 약 35만(왜 때문에 거의 다 식비로 쓴 것 같죠...?)


#여행할 때 유용했던 일본어

요약꾸 - 예약

오스스메 - 추천

도꼬 데스까 - 어디입니까

나마 비루 - 생맥주

오네가이시마스 - 부탁합니다

미즈 - 물

고젠 / 고고 - 오전/오후


#교토 여행 소소 팁

- 제주 항공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했다면 부치는 수하물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할 것. 특가 요금으로 구매했다면 수하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필요시 온라인으로 사전에 추가하는 것이 더 저렴

-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하루카패스는 한국에서 미리 구매하고 현지에서 바로 사용하니 편리했스므니다

-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무지는 BAL 백화점, BEAMS는 후지이 다이마루 백화점 안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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