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이슈 앤 상식ㅣ2017년 7월호
역사 유적지 기행
경주는 기원전 57년 박혁거세가 세우고 935년 고려 왕건에게 나라가 넘어갈 때까지 천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대국가 신라의 수도였던 도시입니다.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곳인 만큼 도시를 비롯하여 그 인근 지역까지 무수한 문화유적이 산재한, 말 그대로 문화유적의 보고가 경주입니다. 어느 한 국가나 도시가 천 년이란 긴 시간을 유지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세계사에서도 로마제국을 제외하고는 그 유래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경주는 수학여행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이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번씩은 다녀온 곳입니다. 그마만큼 신라라는 국가와 경주라는 도시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며 소중한 우리의 유산입니다. 그런 경주를 여행한다는 것은 선조들의 발자취를 쫓으며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유적지를 여행하다 보면 자칫 수박 겉핥기식의 여행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유적지 또는 유물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하거나 역사적 인식 없이 여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주 같은 역사유적지가 많은 도시를 여행할 때는 그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라도 숙지하고서 여행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주의 속 속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동궁과 월지,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등 관광지로서 모르는 사람이 없으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도 많습니다. 그러한 사연들을 찾아서, 그리고 경주라는 도시를 역사의 스토리를 따라서 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1974년 폐허처럼 방치해뒀던 안압지 일대를 정화공사하던 중 많은 기와와 와당 조각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2년여에 걸친 본격적인 발굴 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많은 건물터와 신라시대 축조된 석축, 그리고 3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발굴을 통해 이곳이 신라시대 왕자들이 살았던 동궁 터였고, 연회장이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당시 신라 왕족은 이곳에 대규모의 인공 연못을 조성하였고 이곳에서 국내외 귀빈들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년 고도 경주는 나라의 패망과 함께 다시 천여 년 동안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동궁과 월지 이곳 역시 궁원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천여 년의 세월 동안 폐허화되고 말았습니다.
안압지란 이름 역시 신라시대 때 불렸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을 둘러보던 조선시대 묵객들의 시구를 통해 폐허 된 연못에 기러기와 오리만 날아들고 있다는 뜻으로 기러기’ 안(雁)’자와 오리’ 압(鴨) 자를 써서 안압지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백여 년 동안 안압지라 불렸던 이곳은 1980년대 발굴 과정에서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의 월지(月池)라고 쓰인 토기 파편이 발굴되며 본래의 이름인 동궁과 월지로 이름을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 대규모의 복원공사를 통해 연못과 3채의 누각을 건축하여 당시 신라 궁궐의 화려했던 원지(苑池) 형태에 가깝게 복원을 하였습니다. 이렇듯 다시 찬란했던 시절의 모습으로 되살아나기까지 천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동궁과 월지가 주는 역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궁과 월지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립경주박물관의 상설전시관인 월지관을 먼저 둘러보는 게 좋습니다. 월지관에는 발굴 당시 이곳에서 발견된 3만여 점의 유물 가운데 엄선한 천여 점의 유물이 다양한 주제별로 분류되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이나 동궁과 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동궁과 월지를 보기 위해서는 두 번의 발 품을 파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동궁과 월지는 낮과 밤의 풍경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못과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낮 시간에 들러야 하고, 경주 최고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해 떨어진 저녁에 다시 들러야 합니다. 화려했던 시절을 재현하기 위해 복원 과정에서 곳곳에 다양한 조명을 배치하여 화려함을 극대화하였고, 그래서 지금은 경주를 대표하는 야경명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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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시사상식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월간 최신이슈&상식 2017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