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유용한 디자인 이야기
Less is more.
(작은 것이 풍부한 것이다.)
로버트 브라우닝, andea del sarto.1855
간결한 것이 더 아름 답다는 말로 '더-'를 의미하는 'more'와 반대로 '덜-'을 의미하는 'less'를 동격으로 표현하여 역설적인 미학을 드러낸 문장이다. 이 문장은 미니멀리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문구로 꼽힌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최소한의~'라는 뜻의 'minimal'과 이념을 나타내는 접사 '-ism'으로 합쳐진 단어로, 단순함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철학 또는 예술, 문학을 말한다. 용어의 사용은 1930년대 시기엔 기하학적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가 1960년대에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쓰였다.
우리는 물체가 깔끔하고 질서 있게 정돈된 상태를 보았을 때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미니멀리스트는 복잡한 겉치장이나 불필요한 부속에 불과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본질적인 내용만을 드러내는 것을 추구한다.
동양 미술 특유의 '여백의 미' 역시 거시적 의미의 미니멀리즘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 공간에 단순한 상자가 금속판을 늘어놓은 작품들을 전시했다. 처음 미니멀리즘이 처음 등장 할 때 모더니즘을 예찬하던 미술 평론가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하며 이들의 작품을 '미니멀 아트, ABC art, 원초적 구조물, 순수 오브제, 환원 예술, 쿨한 예술'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렀다.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의도는 모더니즘 미술을 대표하던 추상표현주의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추상표현주의는 회화의 조건으로 '평면성'과 '시각성'에 중점을 두어 건축은 공간의 부피나 양감에 집중해야 하고, 음악은 소리와 시간의 흐름에 집중해 매체의 순수성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본질이 '평면'에 있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그들은 인물과 풍경을 그리지 않고 무작위적인 추상 표현을 선호했다. 인물을 그리면 관객이 '연극적'으로 바라보고, 풍경을 그리면 관객이 '건축적(3차원적)'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회화의 '평면성'이 깨진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평면성을 부정하고 의도적으로 연극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건축적으로 보이게 하는 회화를 시도했다. 캔버스 모양을 따라 캔버스 내면에 선을 그리거나, 전시 공간 안에 밋밋한 상자를 차례대로 놓아두거나, 벽에 상자 같은 사물들을 걸어두는 식의 작업을 선보였다. 이들은 이것이 '회화'라 주장하면서 이를 통해 회화도 조각처럼 '두께'가 있기 때문에 추상표현주의자들이 추구하는 '평면성'은 애초에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철학자 후설의 현상학(역사적 문화적 맥락 등을 일단 생각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느껴지는 현상 자체만을 표현해 보자는 학문)을 받아드려 어떤 대상의 역사적, 환영적, 장식적 스토리를 일단 생각하지 말고 지금, 여기서 느껴지는 대상 그 자체만을 살펴보기 위해 그저 단순한 오브제를 전시공간에 위치시킨 것이었다.
그 결과 관객이 미니멀리즘 작업을 이해할 때에 '장소(site)'의 개념이 중요해지게 된다. 로버트 모리스의 <L자형 빔> 작업을 예로 들면, 관객은 L자형으로 된 구조물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점차 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방향(관객의 위치)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은 그저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을 지각하는 자신', 그리고 자신과 사물이 있는 '장소',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 미니멀리즘 작가들이 의도한 것이다.
이런 시공간의 지각이나 특정 장소의 중요성, 관계를 느끼게 만들기 같은 개념은 현대미술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개념예술은 '그렇다면 굳이 이 시공간뿐만 아니라 다른 것을 지각하는 것도, 혹은 그 인지 과정의 산물인 '개념'도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되어 미니멀리즘 디자인 방법론이 생겼고 오늘날의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위의 글들은 나무위키의 내용을 내 기준으로 재구성하여 정리한 정도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 재구성을 통해, 그동안 단순히 스큐어모피즘의 반대 정도로만 이해하고 생각하며 단순히 트렌드 용어로만 접근해 가볍게 사용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이제 나에게 미니멀리즘은 형태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닌 가치를 고려하면서 단순화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지금 이 과정이 앞으로의 내 디자인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도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출처
https://namu.wiki/w/%EB%AF%B8%EB%8B%88%EB%A9%80%EB%A6%AC%EC%A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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