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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onuk song May 24. 2016

인문계로 독일에서 취직하기

디지털 마케터 - 독일에서 일하기

독일에 온지 1년...

말을 배우고, 친구를 사귀었다.

취직도 했다. 아내도 취직을 하고 생활이 안정되어간다.


회사에서는 내 성과에 비해 대우가 좋고 고용주는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해한다.너무 쉽게 가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본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레임과 함께 불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이번 주에는 아이패드를 보너스로 받았다. 지난 몇달을 돌아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엄밀히 말해, 지금 독일에서 내가 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 온라인 판매 전략을 세우고, 온라인샵을 구축한다. 아마존 등 다양한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개척한다. 유튜브에 관련 제품 동영상을 올리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채널을 연결하고 광고를 한다.


나의 개인적인 특수한 상황의 취업스토리일 수 있지만, 전문직이나 이공계 또는 예술 계열이 아닌 인문계로 외국에서 취직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정리해본다.

 



이력서 작성하기

취직을 목표로 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경력을 바탕으로 어떤 분야의 업무에 지원할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이전 직장인 삼성전자에서는 해외법인 영업관리를 5년 하였고, 본사 마케팅 부서로 옮겨 2년간 디지털(온라인) 마케팅을 그리고 1년간 다른 제반 마케팅 업무를 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이력서를 준비했다. 써 놓고 보니 그럴싸해 보이고, 매우 만족스럽다.


  ① 영업/수요관리 (가격, 라인업, 유통 전략)

  ② SCM 기반 물류관리

  ③ 디지털 마케팅


하지만, 첫 단계부터 내가 잘못 한 것은, 이력서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쓴 것이었다.

'그럼 이력서를 지어내란 말인가?'


자신 있는 분야는 비교적 오래 했던 ① 영업/수요관리 ② 물류관리였다. 하지만 이 분야로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시장을 분석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수요를 예측하는 이 분야의 일은 경험이 중요하고, 많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굳이 말도 잘 못 하는 외국인에게 까지 자리가 돌아올 만큼 구인시장에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많은 인문계열이 하는 업무가 영업, 영업관리, 마케팅, 물류 등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보고 전략을 세울 것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고,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분야에 기회가 많은지, 그 분야에서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추어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전략을 세워야 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던 이대호 선수가 '난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홈런왕이었어요'라고 말하며 자기를 뽑아주기를 기다렸다면 기회가 왔을까? 시장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홈런왕도 중요하지만 주루도 잘할 수 있는 조금 더 날렵한 선수를 희망했다. 그래서 이대호는 이를 악 물고 살을 뺐고, 그렇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럼 구직시장에 기회가 많은 포지션은 어디인가?

구직 사이트나 포털에서 영업 마케팅 매니저를 찾으면 엄청나게 많이 뜨는 단어들이 있다.


디지털... 온라인... 이커머스... 소셜미디어...


아... 난 디지털이랑 썩 친하지 않은데...

전혀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2년여 경력으로 잡을 구하려니 부족한 게 많았고, 자신이 없었다. 짧은 디지털 경력은 영업 중심 경력에 일관성이 없어 보여 이력서에서 빼야 할까도 고민하였다. 하지만 기회가 계속 오는 것은 자신 없는 디지털/온라인 관련 업무였다. 헤드헌터를 통해 연락이 오기도 하고, 웹에이젼시 등에서 직접 연락이 오기도 했다. 내 이력과는 전혀 관계없는 온라인 고객 서비스 매니저(CRM manager)를 뽑는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디지털', '온라인'이란 글자만 들어가면 일단 연락이 왔다. 그만큼 시장에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것이다.


디지털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하나요?

길지 않지만 내가 했던 분야는 웹사이트 구축이었는데, 실제로 코딩을 한 것은 아니고, 웹사이트 타깃 고객을 분석하여 타깃 고객에 맞는 디자인, 메뉴 구조와 웹 콘텐츠를 만들고, 웹사이트 운영을 위한 프로세스를 만드는 웹 전략을 짜는 일이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실무는 에이젼시가 하였고, 내가 한 일은 에이전시 관리였다. 나라별 언어별 글로벌 70여 개 삼성닷컴 사이트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규모가 큰 일이었고, 나름 배우기도 많이 배웠지만, 그런 규모의 일을 하는 회사는 많지 않고, 중소기업에서 디지털 마케터로 일을 하려면 에이젼시에서 하던 기술적인 부분도 커버가 가능해야 했다.


복잡해 보이는 이런거 말이다.

HTML, Java Script,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Google Anaytics, Google Ads, CMS 관리, 포토샵, 소셜미디어 마케팅...

그 어느 것도 내가 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디지털(온라인) 마케팅에는, 웹사이트 전략 수립, 웹사이트 개발 구축(개발), 웹 디자인, UX/UI 설계, 디지털 콘텐츠 제작, 웹사이트 운영, 이커머스, 온라인 광고, 소셜미디어 전략 및 운영, 고객 대응 등이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새로 하기도 막막했다.

그런데, 내게는 운 좋게도 기회가 먼저 왔다.


기회

"온라인샵을 만들려고 하는데 한 번 해볼래?"


사실 온라인 판매는 결재시스템, 재고관리시스템, 물류시스템 등 복잡한 일이다. 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어쩌나 아는 척할 수밖에...


작년 말부터 시작한 내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차피 돈을 받고 인턴을 하는 게 아니었고, 그 일은 할 사람이 없어 오래 스톱되어있었기 때문에 회사도 손해 볼 것이 없었다. 뭘 가져올지 한 번 보자... 하는 식으로 그냥 시간이 주어졌다.


상상하고, 막히면 인터넷을 찾아라. 엮으면 내 것이 된다.

회사는 의료보조기구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소비자 대상 매장은 서너 군데 있지만, 주요 사업은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이 필요한 보험회사 고객을 상대로 제품을 제공하고 보험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구조이다. 그래서 보험 회사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온라인샵은 회사 매출로는 큰 비중이 아니어, 일단은 급하지 않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PHILmed Gesundheit GmbH

프로젝트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곰곰이 생각하고, 얼개를 잡았다. 디지털도 그렇고 마케팅도 그렇고 경험이 얕아 매 단계 막힌다. 전에 일하던 에이젼시에 연락해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나마 2년여 발을 담구어 조금은 친숙한 디지털마케팅 용어들에 기대어 인터넷을 뒤지는 수 밖에......


책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이 그렇게 한 동안 정보를 모으고 공부를 하느라 인터넷을 붙잡고 씨름을 하면서, 무궁무진한 인터넷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은 기분이랄까... 인터넷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이커머스 전략 및 브랜드 전략, 소셜 미디어 전략 등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과 포토샵 강의, 이커머스 플랫폼 비교, HTML 코딩 등 상세한 스킬들 까지... 인터넷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그 단계를 넘으면 또 그다음 차원의 고민을 한 사람들의 기록들이 끝도 없이 있었다.


그러나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포탈에서 한글로 정보를 찾는 것은 지양했다. 가급적 영어로 구글 또는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았다. 국내 포털의 정보는 광고성 블로그 글들이 많고 영어로 정보를 찾는 것보다 정보의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이나 제한적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빌리더라도 영어로 정보를 찾는 것이 그 만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많이 참고를 한 것은 유튜브이다. 내가 필요한 오만가지 정보며 지식들을 시청각 자료로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을 하자 가닥이 잡혔다. 발표자료를 작성하고, 안 되면 읽기라도 할 요량으로 발표 대본을 독일어로 만들었다. 영어로 쓴 다음에 구글 번역기를 돌리고,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수정한 다음, 일주일 동안 맹열히 발표 대본 읽기 연습을 했다. 그리고 준비한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한 날, 그 자리에서 정식 계약을 제안 받았다.


이커머스 전략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으로 옮긴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장조사를 하고 경쟁사 조사를 했다. 엄밀히 말해 유통업이다보니 경쟁업체는 엄청나게 많지만, 콘셉트들이 비슷해 차별화가 되지 않아 보였다. 조금 열심히 하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구매 주요 타깃인 젊은 층이 많이 보는 모바일에 적합한 웹사이트는 많지 않았다. 산업은 노인 대상이지만 타깃을 젊은 층으로 잡고 전략을 세웠다. 온라인 판매의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키였다. 고객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그리고 한번 온 고객들을 계속 오게 만드는 좋은 경험을 주는 것...


첫 번째는 온라인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야 했다. 많이 알리기 위해서는 SEO는 기본이고 많은 채널을 만들어 운영해야 했다. 그리고 아마존과 같이 큰 유통에 들어가서 존재를 알려야 했다. 구글에 검색될 가능성도 높이고, 온라인샵을 운영하기 전에 나도 감을 잡고 연습이 필요했다. 이커머스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실제 판매가 얼마나 될지 어떤 제품이 팔릴지... 회사로서도 물류는 어떻게 할지 등을 미리 연습할 필요가 있어서 먼저 아마존 판매를 시작했다.


둘째는 SNS에 올릴 좋은 콘텐츠가 필요했다. 비디오를 모으고 이미지를 모으고 제품 정보를 모아 디지털화해서 잘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블로그 운영을 위한 아티클도 축적하기로 했다.


셋째 당장은 어렵지만 수많은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브랜딩도 일단 계획에 넣고 천천히 고민하기로 했다. 이전엔 옆 부서에서 발표하는걸 듣기만 했던 일인데 내겐 좋은 연습이 되었다. 포지셔닝.. 슬로건.. 페르소나..


그리고 네번째 젤 중요한 온라인샵 만들기... 한번 왔던 고객을 스쳐가는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주어야 했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계획이 경영진의 마음에 들어야 했고, 에이전시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온라인샵이 있다고 해서 열심히 썰을 풀었다. 그런데 내가 나중에 제품 하나하나 등록하고 처음부터 새로 만들게 될 줄은 그 땐 몰랐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다벗번째... 고객 경험을 위한 그리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back 단의 오퍼레이션은 기본이었다. 사실 나도 회사도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하면서 맞추어 나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해 보지도 않았지만, 상상하고 정보를 찾아 넣으며 일의 얼개를 짰고, 그렇게 맨땅에 헤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샵 오픈을 드디어 일주일 남겨두고 런칭 사전 프로모션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https://www.facebook.com/philmed.gesundheit/posts/1229702573730779


영업 + 디지털 + (    ) = 이커머스


5년간의 해외 법인 운영(판매/생산/물류) 경험이 비즈니스가 움직이는 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마케팅 부서에서 기본적인 마케팅 스킬들을 배우고, 웹사이트를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보았다. 웹사이트의 목적 대상을 정하고 그에 맞는 고객 journey를 설계한다. 얼개를 짜고 디자인 요소를 넣는다. 가시성.. 행동유형 등... 돌아보니 엄청난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그 둘을 합치니 e-commerce가 되었다.


그럼 괄호에 들어가는 것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라는 말을 넣고 싶다.

끊임 없이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배우고 익힌 것들을 활용하고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서 훨씬 큰 시너지가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해서 익숙한 일을 쉽다고 계속 하게 되면, 한 분야의 장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닳아서 교체되는 기계의 부품처럼 언젠가는 그렇게 교체 되어 폐기 되고 말 수 있다.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

어떻게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로 잡을 구하고 나름 성과를 내고 있을까?


나 잘났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전략을 세우는 그 두 어달 동안 내게는 그렇게 한 가지만을 깊이 팔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 전에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깊이 열정적으로 고민들을 하고 생각할 시간이나 심적 여유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 항상 바빴고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 갈때면 항상 지쳐있었으니까. 혼자 자료를 찾아 읽고, 고민하고, 상상하고, 공부하면서 천천히 전략을 짤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참 당연한 일인데도 한국에서는 참 가지기 쉽지 않은 기회였다. 리프레쉬하라고 교육이라도 보내주면 부족한 수면을 보충했고, 교육이 끝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으니... 동료들끼리 모이면 어찌하면 이 생활에서 벗어날까가 주요 고민거리였으니... 그런 생산적인 고민은 끼여들 틈이 없었다.


하루 종일 생각만 하기도 했다. 책을 보고 메모를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정답만 알고 따라 하던 것들이 왜 그래야 하는지 아귀가 맞아 들어갔다. SEO가 왜 중요한지, Social Media가 왜 중요한지... 이전 회사에서 갑이라고 앉아서 일일 보고 안 한다고 쪼는 메일이나 보내던 나를 에이젼시에서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을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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