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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흑백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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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우림 Dec 08. 2015

창문을 가지고 싶다

흑백일기

 큰 창문을 가지고 싶다.  그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햇볕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몇 년 전 살았던 방의 창문은 있으나 마나한 구멍이었다. 내가 살던 건물이 옆 건물과 바로 붙어있었던 탓에 환기나 채광 따위가 안됐다. 방을 구할 때 그런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싼 방 위주로 봤다. 기대도 안했다. 아침이되도 아침이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다. 알람이 울리면 그 때가 아침이었다. 비가 오거나 눈 때문에 해가 구름에 가리는 날에는 시계마저도 실수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 방을 구할 때면 창문의 크기와 방향부터 확인한다. (아! 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방일 뿐이다.) 고시원에서 두 달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선택지가 있었다. 창이 없는 방은 15만 원, 창이 있는 방은 25만 원. 당연히 10만 원을 더 주고 창이 있는 쪽을 선택했다. 10만 원 짜리 창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창을 얼어 놓기는 힘들었다. 건물이 차도를 끼고 있었고, 2층에 있던 고시원 바로 아래 1층에는 삽겹살 집이 있었다. 그 소음과 냄새. 어영부영 내 코를 공격하는 고깃집 불길을 피해 편의점으로 도망쳤던게 몇 번인지.


 그래도 지금은 좀 낫다. 시끄럽지도 않고 노릿한 기름 냄새도 나지 않는다. 지금 방에는 창이 두 개나 있다! 동쪽으로 몸을 튼 건물의 오른편 앞 쪽에 있는 방이라 동과 남으로 창이 있다. 태양 볕이 4계절 내내 좋은 공간임은 틀림없다. 그런데도 방은 여전히 어둡다. 창문을 제대로 열지 않기 때문이다. 2중 창 중 가장 방 쪽으로 설치된 창문의 유리는 흐릿한 모양이다. 그 문을 열지 않는한 빛은 제대로 들어오기 힘들다. 여튼 창문을 제대로 열지 않는다. 동쪽으로 난 창은 조금만 열어도 앞 집이 보일 정도로 가릴 것이 없다. 앞집 사는 사람과 "좋은아침입니다!" 라고 인사를 할 게 아니라면. 통화소리마저 들리는 옆집의 사람 얼굴도 모르는데 다른 건물의 사람이라니. 남쪽으로 난 창에는 방범막이 있다. 방범막과 창문의 사이는 애처로울 정도로 가깝다. 그 곳으로 밖을 내다보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 그렇다. 나는 지금 창문을 가진 방에 살지만. 나는 창문을 가지지 못 했다. 창문 달린 집(!)에서 밖을 내다보며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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