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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흑백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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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우림 May 05. 2016

혼자 먹는 밥에 대해

 건전지를 먹는 기분이다. 건전지를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외로 맛이 있을 수 있다. 건전지가 생각보다 맛이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건전지를 먹는다. 한 개, 두 개 먹다 보니 머리가 조여 온다. 관자놀이부터 뭉뚝하게 머리 안으로 파고든다. 대단한 고통은 아니므로 적당히 참아본다. 입안에서는 생각보다 먹을 만한 건전지가 분해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기대 외의 발견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까지 다 쓰고 버린 녀석들이 생각난다. 장난감, 벽걸이 시계, 텔레비전 리모컨, 라디오 등등. 그러다 전기 맛이 난다. 예전 배불뚝이 텔레비전을 켜면 곧장 나는 ‘부-왕’하는 소리의 맛이랄까. 혀 아래 고여 있는 잔해 물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사람의 입속은 자기들이 있을 곳이 아님을 안 것이다. 그 어떤 건전지가 아버지 공장에서 받든 최초의 순간에 자신의 최후를 인간의 소화기관에서 맞을 것이라고 상상을 했을까. 저들은 공장에서 나와 공장으로 돌아가거나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인 것을. 공산품으로 난 이들이 생명체의 일부가 된다니. 일종의 이종교배다. 종이 다른 두 종이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이종교배는 완전하지 않을뿐더러 성공한다고 해도 돌연변이만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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