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행도 전인 김영란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선두에는 대통령이 있고 여당 대표가 밀었으며, 일부 언론이 여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일컫는다.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를 받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은 이 법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내용이다. 우리 사회의 병폐 중 하나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이다. 하지만 이런 김영란법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이유로 고치려고 하다니!
아예 주거나 받지 않으면 된다. 김영란 법이 처벌하겠다고 선을 그은 범위, 이를테면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 범위 내에서 선물을 하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그냥 안 하면 된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면 선물도 하지 않는다. 명절이면 유독 고위공직자의 집에 선물이 많은 이유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정이 없다고? 정은 상호 간 신뢰에서 오는 것이지 선물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정을 나누고 싶다면 이웃에게 선물하라.
민생이란다. 특정 법으로 인해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더불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법을 고치는 게 맞다. 실제로 일부에선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농축수산업계에 2~3조 원 대의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관측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2~3조 원 가량의 거래가 소위 뇌물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말대로 ‘대한민국은 뇌물공화국이고, 그렇다면 김영란법의 필요성은 더 크다.’
정말로 민생을 걱정한다면 김영란법을 고칠 것이 아니라 실업대책을 세우고 고용을 안정화시키고, 최저임금을 현실화시키는 등의 일을 해야 한다. 내수경제의 3요소를 정부, 기업, 가계라고 하지만 우리의 경제 정책에서 가계(민생)는 구호뿐인 듯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가계소득과, 이와는 반대로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기업소득이 증거다. 가계소득이 나아지질 않으니 소비가 늘지 않고 내수가 침체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여전히 낙수효과를 기대하는가? 기업의 양심에 분배를 맡기는 낙수효과는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게 증명되었다.
언젠가 막장이라고 불렸던 한 드라마에서 ‘암도 생명’이라는 표현이 나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경제가 걱정되니 김영란법의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것은 부정부패도 경제의 일부분이니 함께 살아가겠다는 말과 같다. 왜 마피아를 두둔하지 그럴까? 잘못된 구조에 기대 성장한 산업이 있다면 그 잘못된 구조를 고쳐 문제가 없는 새로운 구조로 대체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생 때문에 김영란법을 고친다니. 다시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