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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Mar 01. 2024

빈지노 2관왕, 무관 설움 이기고 왕좌에 오르다


무관이던 빈지노,

드디어 2관왕 등극


한국힙합어워즈에서도 이미 3관왕을 차지한 빈지노. 하지만, 한국힙합어워즈는 '힙합'에 국한되었기에 3관왕을 차지했음에도 무언가 아쉬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물론, 빈지노는 그동안 상복이 없어서인지, 그동안 한대음이나 한국힙합어워즈에서 사실상 상을 수상해본 적 없는 '무관의 제왕'이었기에 한국힙합어워즈 3관왕도 대단한 결과긴 하다.


빈지노는 정규앨범을 딱 2장 냈다. 1집이던 12는 괜찮은 평가를 받긴 했으나 노미네이트 된 분야에서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정말 오랜만에 발매한 2집 '노비츠키'로 드디어 한국대중음악상의 '올해의 음반'으로 수상하게 되었으며, '최우수 랩&힙합 앨범'으로 꼽히며 2관왕을 차지하게 됐다.


이센스의 에넥도트 이후, 오랜만의 힙합아티스트의 '올해의 음반' 수상이다.


빈지노는 끊임없는 쇄신을 통해 한국힙합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노비츠키가 그 결과물인데, 각각의 트랙에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른 표현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오늘은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고 싶다.


한국힙합팬으로 20년 넘게 음악을 들어왔고, 그의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봐 온 나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자부한다.




똑같을 바엔,

차라리 독특한 게 낫다


빈지노는 독특하다. 달랐다. 데뷔 이전부터 음원을 통해 들었을 때, Flow가 독특하단 평가를 받았다. 버벌진트와 함께 Flow가 좋은 래퍼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그때까진 작업물이 많지 않아 신예래퍼였지, 수준급의 래퍼로 불리진 않았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P'skool, 지금의 프라이머리 앨범 'Daily apartment'에서였다. 지금 들어도 세련된 그 앨범, 피지컬을 구하고 싶어 지금도 수소문하는 바로 그 앨범이다.


도끼, 다이내믹듀오, 쌈디, 팔로알토 등 그 당시 최정상급 래퍼들이 함께한 앨범에서 그는 결코 뒤처지지 않는 랩을 보여줬다.


쌈디와 함께한 '잔치피플'이란 곡에서 '분위기를 부풀리기 때문이지'라는 가사를 풀어내는 그 플로우에 깜짝 놀란 기억이 떠오른다.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말이다.


그는 누가 봐도 뭔가 다른 래퍼였고 자신만의 그 강점을 쭉 이어간 독보적인 래퍼다. 루키는 많았다. 지금도 많다.


하나, 처음의 독특함을 계속 이어가며 자기 나이에서 딱 자신이 할 수 있는 랩을 보여주는 그가 유일하다. 한국힙합에 분야가 있다면 빈지노는 잘난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 같은 선구자 같은 이미지다. 후배들 중에 그에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센스도 멋진 래퍼지만, 누가 이센스의 랩을 독특하다거나 새롭다고 표현하지는 않지 않은가. 그건 '뛰어남'의 영역인 것 같다.

 



자신이 믿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용기


빈지노는 쌈디의 '혼란 속의 형제들' 크루에 영입됐다. 그 와중에 스윙스, 이센스, Beatbox DG 등의 멤버와 교류하게 된다. 그러면서 DG와 핫클립이란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활동한다.


그러나, 크루는 얼마가지 않아 와해되었고, 행보에 적잖은 고민을 하던 빈지노는 스윙스의 제안을 받아 저스트뮤직의 일원으로 활동하려고 했다. 계속되는 제안에 머뭇거리던 빈지노, 고민 끝에 저스트뮤직이 아닌 도끼와 더콰이엇이 세운 '일리네어레코즈'를 택한다.


그는 일리네어가 자신과 더 맞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이며, 동료들과도 더 잘 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친구들과 IAB Studio도 운영하며, 아티스트로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곳이 일리네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무관의 제왕,

한국힙합 왕좌에 오르다


2집 노비츠키, 참 오래도 기다렸다. SM A&R출신 엔지니어가 세운 바나에 합류하면서 빈지노는 앨범 발매를 예고했다. 그러나 참 많이 기다려야 했다. 빈지노의 앨범 수록곡이 북유럽에서 리코딩되었다는 이야기를 안주삼아 하루하루 손꼽았다.


기대했다. 곰과 호랑이가 된 듯 마늘을 먹으며 인내심을 테스트했다. 선공개곡 Monet, Trippy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난 특히 Trippy가 좋았다. 앨범에서는 비트도, 아카펠라도 바뀌어있지만, 오히려 선공개된 곡이 좀 더 내 타입이었다.


재지팩트 시절의 빈지노를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했지만, 듣다 보면 좋아지는 빈지노 음악의 매력은 이번에도 똑같았다. OKGO도 똑같은 평이었지 않았나.


기다리던 노비츠키의 발매, 음원을 듣다 번뜩하던 나는 음반을 예약구매했다. Change를 들을 때는 강아지를 키운 적 없어 공감은 못했지만, 그가 창이를 생각하는 애절한 마음이 무던하게 전해졌다.


오히려 가슴 아팠던 건 늦게 퇴근하는 어머니를 반기는 창이보다 더 가엽고 불쌍한 어린 시절 빈지노 자신이었다. 연예가중계 김혜수의 엔딩이 끝나고도 하염없이 엄마차의 진동소리와 창이의 격한 짖음을 기다려야 했던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유년시절의 그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감정도 피어났다.


Camp도 빈지노가 편곡한 곡인만큼 군대에서의 소상한 추억과 기억들이 군필자로서 임팩트 있게 전해졌고, 상대적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Radio, 해석이 멋진 Sandman, 즐거운 매력의 여행 again, 김심야와의 케미가 돋보인 990이란 곡 모두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갈 수 없을 만큼 프로듀싱과 랩 두 부분에서 빛났다.


무관의 제왕이었던 그의 컴백. 보란 듯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등 2관왕을 차지하고, 한국힙합어워즈 3관왕의 영예를 얻은 빈지노, 이제는 명실상부한 한국힙합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 같다.


그의 최대 강점은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개성에 있다. 그의 음악은 그 말고는 카피할 수가 없다. 독특하며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힙합에 대해 다소 실망하는 리스너들이 많다. 한국힙합의 주제가 돈, 여자, 욕설, 폭력, 마약으로 가득하여 죄다 비슷비슷하다. 그 틀과 같은 영역에서 조금 벗어날 수는 없을까.


이제 그의 앨범으로 또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됐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앨범으로 증명해야 하며, 차라리 똑같을 바에야 독특한 게 낫다는 것을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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