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함이 최고의 아이디어를 낳는다 _마누쉬 조모로디
영아산통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기를 재우려고 매일 유모차를 밀며 20킬로미터씩 걸었다. 살이 빠진 건 좋았는데 너무 무료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평소 늘 꿈꾸던 라디오쇼(팟캐스트)를 하겠다는 생각을 뭉게뭉게 키웠다. 시간이 흘러 영아산통은 사라졌다. 나는 마침내 (1세대) 아이폰을 샀고, 소파에서, 화장실에서, 침대에서, 아이폰을 놓지 않았다. 신속하게 확인하고 답하고 업데이트했다.
어라, 그런데 생각해 둔 라디오쇼를 기획하려는데 아무런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게 언제였더라? 아, 하염없이 유모차 밀던 그때로구나.
무료함을 연구하는 샌디 맨 박사에 따르면, 빨래를 개거나 출근길을 걸을 때 무료해지면 뇌 속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가 가동되며 의식의 세계를 떠나 무의식의 세계로 약간 들어간다. 자유롭게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서로 전혀 다른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끈질기게 반복되는 문제에 해결책을 찾는다. 또한 인생을 돌아보고 중요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개인적 서사를 만들고,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방법을 생각하는 '자전적 계획(autobiographic planning)'도 이때 일어난다.
그러나 신경과학자 대니얼 레버틴 박사는 소파에 앉아서 구글닥을 업데이트하거나 이메일에 답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그때마다 다른 종류의 신경화학물질을 분비하기 위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고갈시킨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강연 당시 2017년 기준) 10년 전에는 3분에 한 번씩 업무 전환을 하던 것이 이제는 45초에 한 번으로 빨라졌고, 이메일은 하루 평균 74회 확인하며, 컴퓨터 작업 중 주의를 전환하는 횟수는 566회에 달한다. 정보과학 교수인 글로리아 마크 박사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자주 주의를 옮기고, 잠이 부족할 때 페이스북을 더 자주 확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내 쇼의 청취자들과 함께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이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특히 창의력이 신장될지 알아보는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미국 전역과 해외에서 2만 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첫째 날, '움직일 때 (이동할 때) 보지 않기'에 도전했다. 많은 이들이 '좀이 쑤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 구글 디자이너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붙들어 두는 데 투입되며, 최근 넷플릭스 CEO는 페이스북, 유튜브, 그리고 잠을 경쟁자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전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는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티네즈는 "'프로덕트가 무료라면, 당신이 프로덕트'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앱에서 보내는 시간이 곧 실시간으로 산정되는 광고 수익"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우리는 평균 평생 2년의 시간을 페이스북에서 보낸다고. 한편, 셋째 날에 도전한 '가장 영혼 빨리는 앱 한 개를 (하루 동안만이라도) 지우기'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했고 슬픔이나 외로움의 감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일주일의 도전 기간이 너무 짧아서 그랬는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평균 6분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16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20분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할 게 없어진 시간에 창의력을 발휘해 운동할 방법을 찾는가 하면, 전보다 더 잘 자고, 더 행복해 하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지배당하는 대신 내가 필요할 때 도구로 활용할 힘을 갖게 된 것은 소기의 성과였다.
특히 젊은층 중에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줄곧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발견이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가 친구와 대화하거나 숙제할 때 스마트폰을 보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런 상태가 2년간 계속되면 개인의 미래나 사회 문제 해결과 관련한 창의력과 상상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BM이 실시한 조사에서 현직 CEO들이 최고의 리더십 자질로 창의력을 꼽은 만큼 개인의 성공과 미래 사회 대응 측면에서도 주목할 지점이다.
몇 년 후에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게 쿨하지 않은 게 될 지도 모른다. 어린아이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의 일환으로 삶을 개선하는 데 기술을 활용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법을 가르치자. 그리고 깊은 생각이 필요한 힘든 작업을 피하고 싶을 땐 잠깐 멈추고 창밖을 보자. 아무것도 안 할 때 가장 생산적이고 창의적일 것이니.
1. 우리가 무료해서 이 생각 저 생각 할 때 문제 해결, 과거 성찰, 미래 계획 등 중요한 사고 작용이 일어난다.
2. 스마트폰에 의존하며 습관적으로 멀티태스킹 하면 뇌의 자원이 고갈되고, 정신 건강이 악화되며, 창의력과 상상력이 감소한다.
3. 테크 기업들은 수익을 낼 목적으로 이런 기술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며, 특히 미래 세대의 잠재력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교육과 절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