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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주 Apr 20. 2021

내가 이런 건 엄마 때문이야

이야기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_로리 고트립

TED Tuesday는 매주 화요일 TED 강연 한 편을 선정하고 요약해 소개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애틀랜틱, 뉴욕 타임스, 미국공영라디오(NPR), 오프라 매거진 등에 기고하고 출연한 심리치료사 로리 고트립(Lori Gottlieb)의 <이야기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How Changing Your Story Can Change Your Life>의 일부를 요약했습니다.



결혼 10년차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즈음부터 남편이 관계 맺기를 싫어하더니 이제는 거의 하지 않아요. 어젯밤엔 남편이 지난 몇 달 째 어떤 회사 여자와 밤 늦도록 통화를 나눠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아버지도 제가 어릴 때 회사 동료와 바람이 나서 가정이 깨졌는데,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너무 비참합니다. 가정을 지키자니 다시 남편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애들에게 이혼이나 새엄마 문제를 겪게 하고 싶진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치료사인 나는 이런 내밀한 사연이 담긴 편지를 수천 통씩 받는다. 인간적인 감정이 앞설 때도 있지만 이런 사연들이 한 사람의 관점에서 쓰인 이야기이며 다른 버전의 이야기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주의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직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현재 시점에서만 진실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로 만들지만, 편향된 관점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남기는 그다지 미덥지 않은 화자다.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왜곡됐거나 불완전하거나 아예 틀렸다면? 우리는 우리가 처한 환경이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의 이야기가 인생을 만든다. 우리를 망쳐버릴 위험도 있지만 이야기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게 바로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나는 심리치료사인 동시에 편집자다. '이 이야기에서 불필요한 내용은 뭐지? 주인공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나? 아니면 제자리를 맴돌고 있나? 다른 등장인물들은 중요한가? 아니면 방해가 되나? 주요 사건들은 주제를 드러내고 있나?' 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어떻게 편집하면 좋을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자유와 변화라는 두 가지 화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굉장히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가족, 일, 관계, 과거, 자책 등 문제에 닥치면 편지를 보낸 여자처럼 자유를 잃고 상황에 갇혔다고 느낀다. 그러나 실상은 자유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책임을 피해 스스로 만든 감정의 감옥에 자신을 가둔 것에 불과하다. 이야기 속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진다면 우리는 철창 밖으로 나와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번째 화두인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달라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야기 속 다른 인물이 달라지길 바란다. 사람들은 변화를 택해서 낯선 상황에 놓이느니 차라리 불쾌하고 비참해도 익숙한 상황을 반복하는 편을 택한다. 새로운 장을 쓰려면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야 한다. 그래도 한번 쓰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진다는 걸 기억하자. 자기 자신을 잘 알려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해오던 이야기대로 살지 않고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무조건 내 입장에 동조하며 '멍청한 연민'을 베푸는 인물은 편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명한 연민', 즉 진실의 폭탄을 건네는 사람이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편집할 때도 현명한 연민을 발휘해야 비로소 빠뜨린 부분이 보일 것이다.


아내는 요즘 제가 뭘 하든 짜증스러워 합니다. 씹는 소리가 싫다며 시리얼에 우유도 더 부어줄 정도에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제게 트집을 많이 잡는데, 아내는 어릴 때 아버지와 헤어져서 그런지 제 심경이 어떤지 잘 모릅니다. 몇 달 전 아버지를 떠나보낸 친한 동료는 제 슬픔을 이해해요. 아내와도 그렇게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저를 못 견뎌하는 것 같습니다.


여자의 이야기는 남편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일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써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무수한 가능성이 열린다. 편집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지만 바로 여기서 변화가 시작된다. 우울하거나 외롭거나 상처 받았을 때 변화가 어려운 이유도 우리의 시야가 좁아지면서 온갖 거짓된 이야기를 지어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종국에는 '부고'라는 이야기를 쓴다. 불행한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이야기를 써 나가자. 어떤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인생을 빚어갈지, 그 이야기를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 정하자. 피해자가 아닌 영웅이 되기를 택하자. 인생은 어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이야기를 편집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삶의 질에서 우리 스스로 써 나가는 그 이야기들만큼 중요한 건 없기에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 문제에 닥쳤을 땐 덫에 빠지지 말고 편집을 시작하자. 그리고 나만의 걸작을 써보자.







{요약의 요약}

1.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고 납득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든다.

2. 그러나 그 이야기는 다분히 편향된 일인칭 시점에서만 진실일 뿐 실체는 아니다.

3. 우리가 상황을 탓하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변화가 두렵고 책임이 귀찮기 때문이다.

4. 불편하고 두려워도 진실을 마주하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5. 우리 삶의 질은 어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어떤 이야기를 다시 쓸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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