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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주 Jun 12. 2024

책 읽기 전 마음가짐 _서문과 서론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 2023 | 박상길, 정진호

회사에서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책을 사서 보다가 서문과 서론이 인상 깊어서 평소 생각해 오던 매거진을 이 글로 연다. 모름지기 책 본문으로 뛰어들기 전, 저자가 직접 책을 쓴 배경과 의도를 밝히는 서문과 서론부터 읽어보라 하였거늘, 그것도 저자마다 천차만별이라 항상 읽진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워낙 화두인 데다 익히 들어 아는 것 같지만 정작 아는 게 없는 과학/기술 분야라 첫 장부터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우선 클로드(Claude)가 알려준 서문과 서론의 의미와 차이를 짚어보면,


서문(Preface)은 책이나 논문 등의 본문 내용에 앞서 저자가 쓴 짤막한 글을 말합니다. 주로 저자가 그 작품을 쓰게 된 동기, 목적, 견해 등을 밝히는 부분입니다. 반면 서론(Introduction)은 본문의 주제와 내용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서문(Preface)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작품 배경을 설명하는 글이고, 서론(Introduction)은 본문 내용 자체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문과 서론은 모두 본문에 앞서 오는 글이지만, 그 역할과 목적이 약간 다릅니다. 출판물에 따라 이 둘의 위치나 사용 여부가 다를 수 있습니다.


내 느낌에 서문은 (미술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깃털 펜 시절 작가의 유물들을 떠올려 보자)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서한 같은 느낌이 있고, 서론은 그 편지와 함께 부친 종이 꾸러미에 끼워 얹은 노트 같은 느낌이 있다.




명심할 건, 챗GPT는 마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술도 아니죠. 지금처럼 대중이 새로운 기술에 열광할수록 우리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인공지능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챗GPT는 실재하는 기술이며, 인간의 손으로 만든 공학입니다. 이는 뒤이어 등장한 GPT-4도 마찬가지입니다.
챗GPT, GPT-4와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기술은 분명한 공학이며 그 원리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독자 여러분께 알리고 싶었습니다.
"인공지능은 당신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뿐이죠."


개정판 서론의 핵심 내용이다. 초판에서 상세히 다루지 못한 챗GPT와 GPT-4 관련 내용이 개정판에 대폭 보완됐다는 점을 알리는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을 바라보는 자세와 책을 쓴 저자로서의 신념을 밝히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류를 정복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고민은 "화성에 인구가 너무 많이 늘어날까 봐 걱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술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인간을 더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로서 말이죠. 지나치게 기술에 의존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기술에 공포를 느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진화와 공학을 구분해서 살펴야 합니다. 컴퓨터가 학습하는 과정은 인간처럼 고유한 의지를 스스로 획득하거나 진화하는 과정과는 전혀 다릅니다. 컴퓨터는 여전히 인간이 지시한 일을 할 뿐이며, 인간이 설정한 목표를 성취하는 방법을 학습할 뿐입니다. 컴퓨터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스스로 목표를 세울 수가 없습니다. 인간과 달리 목표를 수정하고자 하는 고유한 의지도 없습니다.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담대한 질문을 던지고, 여기서 '생각'의 정의를 내리는 대신 '생각'하는 행위를 만족스럽게 흉내 낼 수 있다면 '생각'을 하는 것으로 판정하자고 제안한) 튜링처럼 인공지능의 '정의'를 내리는 대신 인공지능의 '쓸모'를 만족스럽게 증명할 수 있다면 이 경우 '인공지능을 이해했다'고 간주하고, 그렇게 여러분에게 인공지능의 쓸모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서문에서도 서론의 기조와 이어지는 중심을 명확하게 세운다. MSN 메신저나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같은 신문물을 '굳이 저런 것까지' 하고 삐딱하게 보면서 버티다가 결국 받아들인 - 그러다가 공연히 누릴 수 있는 혜택까지 놓치지 말고 일단 받아들이고 알아본 다음 판단해도 늦지 않겠다고 반성하고 깨닫게 된 - 사람으로서 특히 와닿았던 내용. 기술은 인간이 만들어 낸 도구이고 쓸모에 따라 이해하고 이용할 대상이지, 의존하거나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는 마음가짐은 세상을 휩쓸고 있는 신기술에 관한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꼭 앞서 준비시켜 줄 만한 것이다.




이 책에는 고심해서 고른 인공지능의 8가지 쓸모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원리를 살펴보면서 여러분이 인공지능 서비스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닫게 하고 이를 통해 기술과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 여러분이 다른 분야에도 작동 원리를 응용하여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제 프레임이 의존과 공포에서 쓸모와 매력, 이해와 응용으로 옮겨갔다. 본론을 읽을 준비가 거의 된 듯하다.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와 내용을 간략히 압축해서 소개하는 부분인데, 고만고만 뭐 특별한 게 있을까 싶다가 헉. 훌륭하다.


6장에서는 기계번역을 살펴봅니다. 천국에 닿기 위해 탑을 쌓아올리던 인간의 오만함은 신의 분노를 초래했고, 신은 인간이 서로 말을 알아들을 수 없도록 형벌을 내립니다. 수천 년이 흐른 지금, 인간은 드디어 신의 형벌을 극복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지난한 극복의 과정을 살펴봅니다.
7장에서는 챗봇을 살펴봅니다. 인간이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챗봇이 어떻게 사람처럼 대화를 이끌어나가는지 그 원리를 살펴봅니다.
9장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을 살펴봅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여기로 이끌다'로 대표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부터,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추천 알고리즘과 원리를 살펴보고 어떻게 고객에게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을 제안하는지 그 설레는 느낌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술이 오로지 기술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현실 세계와 사회의 맥락 안에서 쓰이는 것이다 보니 다른 다양한 영역의 문제와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런 기술의 특성의 단면과 저자의 통섭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소개로 읽혔다.




자, 이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등장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인 18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보죠. 당시 처음으로 인공지능이라고 주장한 기계가 등장합니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고작 70여 년에 불과한데, 250년 전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과연 이 기계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인공지능처럼 작동했던 것일까요? 인공지능의 역사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서문의 마지막. 인공지능의 역사를 개괄하는 1장의 내용으로 이어지게 썼다. 인공지능을 표방하며 1770년 오스트리아에서 등장한 체스 기계 이야기를 암시하고 있는데, 처음 읽었을 땐 '그런가 보다' 하지만 1장의 이야기들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보면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단락이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Patrick Tomass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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