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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명 Mar 02. 2016

시간의 시험



기다림에 겨워 한기에도 고개를 빼고 눈알을 굴려본다. 

휙 하니 입바람도 불어본다. 

시간이 다가와 기다림조차 기다리라고 속삭인다.

날카로운 한기에 고개를 잘못 빼어냈다간 

눈알이 베어지고 입술이 터져나가 

뜨거운 눈물조차 쓰라린 고통이 되리라고 속삭인다. 

보이지도 않는 칼날에 베인 상처의 기억에 

빼낸 고개가 순식간에 움츠러든다.  

품 안에서 시큼 뜨뜻한 고름내가 풍긴다.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에서 흙내음이 난다. 

얼어붙은 땅의 눈물이 바람을 타고 오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시간은 기어코 빛을 향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허나

고름에 절은 코는 봄내음마저 시큼 뜨뜻하다.  

뭉툭한 바람이 위로가 되는 것은 오직

터져나간 입술뿐이요. 

찬란한 봄의 영광에 눈부신 것은 오직

베어진 눈알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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