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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Jan 23. 2024

92. 텍스트의 의미를 결정할 권한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텍스트의 의미를 결정할 권한은 독자에게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이유로 작가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읽혀지지 않는 이야기는 가치를 상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읽혀지는 이야기들의 가치에 대해서도 작가는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작가라는 신분의 위상이나 영향력에 대한 환상이란 알고 보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그러니까, 자신이 쓴 글이 갖는 권력을 허심탄회하게 독자에게 넘긴 시점에서 글쟁이는 한없이 초라해질 뿐이고 그것은 어쩌면 숙명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다시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 시점에서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 반역을 꿈꾸던 자도, 반역을 선동하려 했던 자도 아닌 그저 그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홀가분해진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했던 간에, 내가 꿈꿨던 것들은 당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보잘것없고 초라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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