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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May 04. 2024

102. 개인적으로 편애하는 고통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1호 오빠가 어릴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14,5년 전쯤.


장소는 동탄 임아트. 그냥 봐도 스무살 남짓한 유니폼 입은 남자직원이 앞마당 한구석 벤치에 앉아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린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는 청년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 몹시 후회하는 건.

자판기 음료수라도 빼주고 좀 다독여 주기라도 할 걸.

#개인적으로편애하는고통


누구에게나 각자의 고통은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편애하는, 마음을 써주고 싶은 고통이 있다.

가난한, 병든, 부모 잘못 만나거나 잃은, 업신여김 당하는 게 일상이 된.

당당함도 잃은, 울어야 할 때 우는, 그러면서도 살아가는.


그러니까,

부모 잘 만나 하고 싶은 공부해서 좋은 학교 나와서 어쨌든 공돌이 공순이 소리 안 듣고 회사 다니고 하고 싶은 거 해가며 살아가는 사람의 고통은 내게는 투정일 뿐. 어쩌겠어. 나한테도 남의 고통을 편애할 권리쯤은 있는 거거든.


오늘따라 그 청년 생각이 왜 이렇게 나나 몰라.

오늘 내 심정이 그때 그 청년 심정이었으려나.

하지만 난 안 울 거야. 흘릴 눈물이 없거든.

오늘은 특별히 사람이 싫어지는 날이지만

누구도 미워하진 않을 거야. 오늘 하루는 이 기분을 안고 가야겠지만.


#더러운세상의 #구차한삶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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