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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Jul 05. 2024

서머타임(Summertime)

조지 거슈윈, 빌리 홀리데이, 그리고 팝즐(Pabzzz)

https://youtu.be/eEOMQZkBPpo?si=QUrgUbyp-7dfRZxw


조지 거슈윈이 작곡하고 빌리 홀리데이가 불렀으며 팝즐(Pabzzz)이 재해석한 불후의 명곡 서머타임(Summertime)에 바치는 오마주

서머타임 (summertime) -1



Summertime 서머타임

And the livin' is easy 삶은 쉽지

Fish are jumpin' 물고기는 뛰어오르고

And the cotton is high 목화는 자라고

Oh, your daddy's rich 얘야, 네 아버지는 부자고

And your ma is good-lookin' 네 어머니는 미녀란다

So hush, little baby 그러니 작은 아가야

Don't you cry 울지 말거라

 

 -조지 거슈윈 <서머타임>중에서 –




“이쁜아, 그만 울어!!!”



1



직사광선이 살을 구워버릴 기세로 내리꽂히던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찾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내 막내 조카딸 이쁜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서 손에 쥐어주었다. 하지만 무자비하게도 뜨거웠던 햇빛은 이쁜이의 아이스크림을 순식간에 녹여 버리고 말았다.

그게 그렇게도 슬프고 억울했는지, 이쁜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요 네살배기 꼬맹이의 진짜 이름은 민서였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민서를 이쁜이라고 불렀다. 네 살짜리가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때문에 우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지만, 그 날 세상이 무너져내린 것처럼 서럽게 울던 그 녀석을 보며 나는 그만 내가 울고 싶은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녹아내린 건 이쁜이의 아이스크림인데 왜 끈적해진 건 내 손이었는지 그것만이 지금으로서도 기억나지 않을 뿐이다. 나는 우는 이쁜이를 달래고 한편으로는 낡은 맥클라렌 유모차를 서둘러 끌며 계속해서 “이쁜아 그만 울어”를 연발했다.



So hush, little baby 그러니 작은 아가야

Don't you cry 울지 말거라



“이쁜아, 그만 울어! 그만 울고 집에 가자!”

뜨거운 햇살이 무색하리만치 앙칼지게 소리높여 울어대며 내 손에 이끌려 집으로 향하는 이쁜이를 지켜보던 동네 할머니들이 소리높여 웃고 있었다. 그 진절머리나는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저만치 떨어진 놀이터의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와 이쁜이를 지켜보던 그 할머니들은 마침내 한껏 목청을 높여 이쁜이를 소리쳐 불렀다.

“이쁜아, 왜 울어!”



2


오래 전, 나는 양육권 소송에서 패소해 두 아이를 전남편에게 빼앗겼다. 그들은 내게는 아이를 기를 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은, 내가 아이를 기르기에 충분한 돈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눈물과 절규와 비명과 고성, 그런 드라마틱한 액션은 없었다. 영화배우처럼 극적인 연출을 해가며 엄마로서의 권리를 호소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일년이 넘게 질질 끌었던 법정공방에 지칠 대로 지친 덕에 분노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를 빼앗기고 친정으로 돌아온 후, 여동생이 잇달아 두 아이를 낳았다. 아들만 둘을 낳은 나와 달리 동생의 둘째는 딸이었고, 남자아이만 연달아 세 번을 본 끝에 만난 여자아이를 보며 얼어있던 내 마음이 버터처럼 녹아내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 이쁜이의 손에 쥐어져 있던 그 아이스크림처럼, 가슴 속에서 딱딱하게 얼어있던 그 무엇인가가 삽시간에 녹아내렸다.



3



그때는 몰랐다. 영원할 것 같던 그 순간이 사실은 찰나의 한때였다는 것을. 그때는 정말로 몰랐다. 그 뜨거운 햇살도 영원히 내리쬘 것 같았고, 이쁜이의 울음소리도 영원히 울려퍼질 것 같았고, '이쁜아 왜 울어‘를 외치며 소녀처럼 깔깔 웃어대시던 그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도.

심지어는 힘겹게 ‘이쁜아 그만 울어’, ‘이쁜아 집에 가자’를 연발하던 내 목소리도 영원할 것 같았는데 .



4



어느 날 늦은 오후, 커튼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을 피해 애써 그늘진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내 앞에, 그 눈부시게 찬란했던 날이 다시 되돌아와 펼쳐졌다. 그리고 눈부시게 찬란한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그 뜨거운 여름날(Summertime)은 순식간에 내 앞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려 사라져갔다.

남은 것은, 나직하게 울리는 내 목소리.


“이쁜아. 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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