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Frame Oct 05. 2016

귤을 그리다

#31.밀라노 행 기차에서

귤을 까먹었다. 껍질은 두꺼웠지만 말랑거렸다. 시지 않고 단 맛이 강했다. 커다란 씨앗이 한두 개쯤 들어있었는데 먹는데 불편하진 않았다. 스위스에서 밀라노로 가는 기차 안에서 두알쯤 먹다가 스케치를 시작했다. 심심했는지, 졸렸는지, 그때의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약간의 죄책감과 짧은 고민 끝에 결국 충동적으로 선택하는 것 아니겠는가. 때마침 창문으로 오전의 긴 볕이 스며들었고, 그 앞에 귤이 있었을 뿐이다.

15.01.14, 밀라노 행 기차, 귤
매거진의 이전글 빛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수면은 반짝거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