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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 Yeon Lee 이탁연 Oct 14. 2019

AI대학원으로 10만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을까?

2019년 초부터 한국 정부는 부랴부랴 AI대학원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지정된 지원금의 규모는 총 190억. 그걸 3개 대학에 10년 동안 나누어 준다고 하니, 대학원 당 연간 6억이다.  '억' 소리가 날 만큼 큰 돈이군 -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눈들은 높으셔서 세계 정상급 리서처나 현직 교수를 스카웃할 계획이라 한다.  AI쪽 주요 학회 Nips, ICML, CVPR같은 곳에 주저자로 논문 여럿 가지고 있는 소위 핫한 분들은 미국에서도 희소 가치가 높다.  FANG (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 뿐만 아니라 Uber, AirBnb 등 실리콘 밸리 기업에서 제시하는 연봉(+주식 보너스)은 최소 30만불에서 최고 100만불 (2019년 중위값은 50정도로 가늠;)은 될 것이다.  오죽하면 저명한 AI research scientist를 NBA나 NFL같은 프로 스포츠 리그 선수에 비교할까?   


한편, 한국에서의 교수 연봉은 지난 10년 동안 확실히 동결 건조되어서, 이제는 보너스 두둑하게 챙긴 S모 대기업 사원보다 낮은 실정이다. 원래 교수는 수당으로 먹고 사는 거라고들 하지만, 수당을 위해서는 워라밸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결국 남은 건 명예와 연구 자유도지만, 금전적 보상의 차이가 너무 크다.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다"라는 유명 짤방.  원본은 오피스 북극성.

물론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운 좋게 (혹은 선견지명이 있어서) 전공 영역을 선택한 것일 뿐, 남들보다 특출난 지능을 가지고 있거나 일당백 영웅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현 상황의 원인을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란 이야기.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개선이 가능한 문제는 사회 전 영역에 산적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겨울이 갑자기 찾아올 일은 없고, 아마 연착륙하리라 생각한다.  


'10만 전문가 양성'을 기치에 건 한국 정부의 목표는 명백히 수급 불균형의 해소에 있는데,  상황이 이 쯤 되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만도 하다.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정부 예산을 투자해 인공지능 대학원을 설립하는 게 최선일까?   전문인력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는 넘치고 투자될 자본도 충분하니까 돈은 진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진짜 문제는 극도로 경직된 교육 정책과 대학 구조가 아닐까?       


대안으로서 정책 방향을 조금 생각해 보았다.


1. 피라미드 형 인재 양성 구조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일반적인 대학원 교육 방식으로는 교수 1명이 기껏 매년 박사 1-3명 정도를 배출하는 것이 한계이다.  Tier-1 학회에 논문을 여러 편 개제 한 AI research scientist들은 게임에서 '영웅' 캐릭터라고 본다면, 그 밑에는 장교 (최신 논문을 이해하고 구현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 AI engineer / designer) 이 10명은 있어야 효율적인 구조가 되지 않겠나? 하지만 대한민국의 고등 교육 시스템에서는 중간급 전문 인력의 볼륨을 늘리기 위한 장치가 미흡한 것 같다. 굳이 다른 분야에서 찾자면 의/치/법학 전문 대학원이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인공지능 전문가라는 또 하나의 철밥통 전문직을 만들고 싶나? 


2. 개방적으로 실험하고 배우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비록 MOOC이나 Flip learning의 열기가 조금씩 가시는 중이긴 하지만, 인공지능 교육에서는 아직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Kaggle처럼 기업이 문제와 데이터셋을 올리면 다양한 수준의 참가자들은 그 문제를 풀고 금전적인 보상과 명예를 획득하는 플랫폼이 어느 정도 검증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서, 정부가 클라우드 사용료와 공공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특별한 장비나 실험실 없이도 기업 연구소에 꿀리지 않는 실험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게 인공지능의 장점이다. 정부의 역할은 처음 플랫폼이 돌아갈 때까지의 지원, 기리고 플랫폼 상에서의 업적이나 평판이 전문가 자격에 걸맞는 지표가 되도록 관련 법규를 만드는 정도라고 본다.  장미빛 상상이 너무 심했나?     


3. 수능에 인공지능에 관련된 수학 개념을 대폭 추가해야 한다. 얼마 전 기사에서 보니 행렬이나 벡터가 너무 어렵다고 수능에서 아예 빼버렸던데, 병크 지리는 짓이라고 본다.  더 나가서, Bayesian theorem을 비롯한 조건부 통계와 확율 분포, Decision tree나 KNN, Linear regression처럼 비교적 단순한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되고  돌아가는 구조를 이해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잘 설명해놓은 영상이 유튜브에도 많던데...   아무튼 피라미드의 아래쪽에 해당하는 도메인 전문가들 - 사회과학, 법학, 영업, 교육, 의료, 기타 등등 - 이 인공지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사회 전체가 보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4. 교양으로서의 인공지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강 인공지능의 위험성이나, GDPR, 노동 소외와 같은 문제를 논하는 것은 환영이지만, 때로는 SF소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식 수준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수능이 다음 세대의 생산 활동을 위한 준비라면, 교약으로서의 인공지능은 이미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친 기성 세대가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리소스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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