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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 Yeon Lee 이탁연 Jan 26. 2020

VR/AR, 3D, 가상인간 등 원형 집착에 대한 비판

가상 현실, 증강 현실, 3차원 TV, 가상 인간, 그 외 다양한 첨단 기술이 가진 공통적인 목표는 원형에 대한 집요한 모사라고 생각합니다.   

  - VR과 AR, 3D 영상은 사용자가 현실 공간과 인터랙션하는 방식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는게 목표

  - 단순한 chatbot부터 가상 인간 (e.g. 삼성 Neon) 에 이르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은 인간-인간의 의사소통이 성배


아직 시장에서 넓게 성공하지 못한 기술들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군”이라 생각합니다. 즉, 비전은 맞는데 아직 충분히 멀리 가지 못해서라는 거죠.   

  - VR, AR은 기기가 너무 무겁고 해상도나 반응속도가 낮아서 아직 멀었어

  - 삼성 Neon은 너무 반응이 느리고 복잡한 대화를 나눌 수가 없는게 문제야


역사를 돌이켜 보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언젠가 새로운 가치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새로운 가치가 원래 상상하는 쓰임새와 전혀 달랐던 케이스들입니다. 한 예시로, 연금술사들은 본래 목표였던 금을 만들어 내는 데는 실패했으나, 현대 화학 연구에서 쓰이는 다양한 정제 기술이나 실험 도구를 만들어냈죠.  

  - VR, AR, 3D영상에 관한 다양한 연구의 목표는 현실의 공간이 제공하는 인터랙션을 아무 비판없이 모사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인터랙션은 특정 상황에서 전혀 쓸모가 없거나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거든요.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인터랙션이 가상 공간의 핵심 가치가 될 수도 있구요. GUI의 역사에서는 90후반-2000년대 초반에 2D를 보다 현실에 가까운 3D로 바꾸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그 중 절대 다수는사용성 평가에서 탈락되었습니다. 아마도 장시간 정확한 작업을 수행하는데 2D보다 어려웠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찬가지로 VR은 몸 전체 (특히 목) 근육을 격열하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키보드-마우스로 어떤 자세나 움직임도 소화할 수 있는 기존 게임에 비해 지극히 사실적 (i.e., 덜-가상적) 입니다.  시선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대신, 감독의 구도나 편집 기술을 쓸 수 없게 되었죠. 몰입감으로는 VR/AR이 (키보드+마우스+모니터) 조합보다 (중간에 거치는 인터페이스 레이어가 적으니까) 우월할까요?  저는 이것마저 케바케라고 생각합니다.  현상학(Phenomenology; “Where the action is” - Paul Dourish) 면에서 해석하자면,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터페이스 레이어의 싱크로율이 높아져서, 마치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 결과 가상의 타격감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만일 적절한 인터페이스 레이어가 없다면 (i.e., 마우스 없이 신체의 어떤 부위, 예를 들어 손가락을 이용해서 조작을 한다면) 싱크로율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FPS게임에서 마우스가 표준 인터페이스로 쓰이는 까닭은, 인터페이스 레이어로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 가상 인간 프로젝트의 목표도 Turing test (“내가 사람이게 로봇이게?”)를 통과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인간의 특징 중에서 어떤 측면은 특정 상황에서 전혀 쓸모가 없거나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를 제공하는게 가상 인간의 핵심 가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회화의 역사에 비유하자면, 가상 인간 프로젝트는 아직 중세 시절 누가 대상을 얼마나 정확히 재현하는지 기술을 연마하는 단계 (혹은 1960년대 극사실주의)라고 볼 수도 있어요.  20세기 현대 미술이나 상업 캐릭터들은 모두 대상을 해체하고 그 정수를 추출해서,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순도가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는데 말이죠.  



왜 사람들은 원형이 되는 경험에 집착할까요? 알기 쉬운 목표가 있어야 계속 전진해 가는 힘 (펀딩)이 생겨서 일지도 모릅니다. 대외적으로는 목표로 계속 전진하는 척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원형을 해체-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더 큰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연구를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유명한 누군가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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