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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curry Feb 06. 2016

[아치스 국립공원] 악마의 정원

걷기 좋은 길@유타


'신들의 잔치' 특집의 두 번째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지난번에는 '천사들이  내려앉는 곳'에 대해 썼으니, 이번에는 '악마'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천사들은 닿을 듯 말 듯 정말 아름답지만 굉장히 높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악마들은 닿기 쉬운 곳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곳은 유타에 있는 또 다른 국립공원인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내에 있는, 아주 기묘한 느낌의 '악마의 정원(Devil's Garden)'이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유타주의 동쪽 경계에 자리하고 있어 굉장히 가기가 어렵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6시간 40분, 그랜드 캐년 남쪽에서 달리면 5시간, 덴버에서 달려도 5시간 40분, 산타페에서 달려도 6시간 40분 정도. 그래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대도시가 바로 솔트레이크 시티이다. 해외 출장 정도로 어쩌다가 한번 올 일이 있을까 말까 한 곳이긴 한데 그래도 막상 오면 굉장히 아름다운 도시이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3시간 40분 정도만 남동쪽으로 운전한다면, 이곳에 도달할 수 있다. 


굉장히 외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를 뉴멕시코에서 콜로라도를 거쳐 유타로 로드 트립을 했던 우리로서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여행 코스였지만, 이곳을 오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솔트레이크 시티로부터의 출발을 권한다. 아치스(구글맵에 왜 알처스?로 나왔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국립공원 자체만 해도 굉장히  볼거리가 많지만, 그 외에도 그 옆에 캐년 랜즈 국립공원, 데드 호스 주립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 머무르면서  이곳저곳 구경을 한다 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아치스 국립공원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광경. 영화 '인디애나 존스-최후의 성전', '델마와 루이스' 등의 촬영 장소였다. 
저 멀리 곳곳에 구멍이 뻥 뚫린 아치가 보인다. 그 뒤로는 눈 덮인 산이 넓게 펼쳐진다. 

불타는 기둥(Fiery Furnace)이라 불리는 곳. 굉장히 새빨간 기둥들이 나란히 모여있다. 


미국의 '국립공원 선정 기준'을 보면, 경치가 아름답다고 무조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형적으로 기이하고 형성과정이 특이해서,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곳. 신기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어서 멸종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곳. 이러한 곳들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 생태보호 구역 + 국립공원', 이 세 가지 의미가 다 포함된 곳이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말 그대로 아치(Arch)가 많아서 생긴 국립공원이다. 미국 한복판에 있는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 시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과거에 바다였다. 하지만 바다 밑부분이 해발고도 2000m 이상으로 융기하면서 바다의 밑바닥이 육지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바다 밑바닥에는 두꺼운 소금층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두터운 사암, 아래 그림에서 노란 층으로 형성되어있었다. 또 그 아래 부분은 쥐라기 시대 때의 화산 지형으로 형성된 석회암 지반(잔디색 부분). 시간이 흐르면서 소금은 녹아 없어져 버리게 되고 사암층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지역은 해발고도가 높고 대륙 쪽이라 일교차가 하루에도 30도 이상 나기도 한다. 극심한 일교차로 인해 풍화작용도 활발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 사암층으로 물이 흘러들다가 석회암으로 잘  스며들지 못 하고 고이게 되면서 큰 구멍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구멍이 점점 커져서 생긴 것이 바로 아치. 이 아치스 국립공원 내에는 이런 크고 작은 아치들이 2000여 개 정도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아치 형성 과정(http://www.nature.nps.gov/geology/parks/arch/)


아치스 국립공원 내에도 역시 다른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여러 트레일이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데블스 가든(Devil's Garden), 즉 악마의 정원은 국립공원 내에 있는 크고 작은 많은 아치들을 '한꺼번에 아주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라 소개하고 싶었다. 


이곳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데, 첫 번째 코스는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아주 무난한 코스이다. 아래 지도 상에서 볼 때, 빨간 별표 표시된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까지이다. 이곳까지만 가도 굉장히 독특한 지형을 감상할 수 있어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걷는 정도로 무난하다. 


별표 이후의 트레일이 바로 두 번째 코스인데, 약간의 경사도 있기 때문에 일단 등산화 착용은 필수이다. 특히나 나는, 겨울에 갔어서 경사가 있는 바위 곳곳이 눈이 덮여있거나 얼어있었다. 따라서 겨울에는 하이킹 폴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지난번 소개했던 '엔젤스 랜딩'보다는 덜 무섭지만 그래도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자칫 어지러울 수도 있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권하지 않는다. 또한 점선으로 이루어진 트레일들은 Primitive Trail, 원시적인 트레일이라고 해서 길이 정확하지가 않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경로로 다녀야 하며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길이 정확하지 않을 때는 cairn, 돌탑을 따라가면 대부분의 경우 정확한 길이 많다. 하지만 겨울에 하이킹을 하는 경우 이마저도 정확하지가 않기 때문에(눈이 또 쌓이거나 아니면 금방 해가 져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해가 떠 있는 낮에 하이킹을 하는 것이 좋고, 사람이 많을 때 하이킹하는 것이 좋으며, 사람들이 많이 다닌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데블스 가든은 주차장부터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띤다. 아치스 국립공원 내를 운전해 가며, 

"저기 있는 돌들은 정말 신기하게 생겼네? 돌들이 무슨 책장에 꽂힌 책들 같아. 차곡차곡."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데블스 가든 트레일 헤드 주차장이었다. 늦은 오후 세시,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는 상황에서 해가 지기 불과 몇 시간 전인 시간에 도착해 버렸다.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차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겨우 주차를 하고 들어가는데, 책꽂이 같은 돌들이 가득한 곳이라 어디로 들어가는지가 궁금했다. 저 돌들 사이로 들어가는 건가? 맞았다. 돌들 사이사이마다 길이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넓은 길이 나 있었다. 걸어가는 길 양옆으로는 하늘로 올곧게 솟은 바위들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어서 저마다 제 자존심을 뽐내는 것 같이 보였다. 



겨울이라 그런지 이곳저곳 길이 미끄러웠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곳곳이 얼어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닥을 손으로 짚고 가는 사람을 볼 때마다, 하이킹 폴을 가져온 게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주차장을 바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구석으로 들어서면 가장 처음 만나는 것이 터널 아치(Tunnel Arch)이다. 푸른 겨울 하늘로 들어서는 동굴 입구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저 터널 아치까지 기어 올라가서 가까이서 찍었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추웠고, 해가 저물기 전까지 다른 곳들까지 많이 보아야 했다. 하지만, 아 이게 아치구나. 저렇게 큰 바위에 어떻게 저렇게 큰 구멍이 뻥 뚫렸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세히 보면 왼쪽  윗부분에도 또 다른 아치가 하나 있는데 곳곳에 저렇게 이름이 붙여 있진 않지만, 구멍이 뻥 뚫려 있는 아치를 발견해 보는 것도 이 트레일의 묘미이다. 아까 잠깐 사진으로 소개했던 불타는 기둥, Fiery Furnace부터 데블스 가든 트레일의 끝인 다크 엔젤까지 걸어가다 보면 총 123개의 아치들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숨겨진 아치를 발견하는 재미. 그 재미가 바로 이 트레일을 걷게 되는 이유이다. 


가장 첫번째 만나게 되는 터널 아치(Tunnel Arch). 가까이 가기 전까지, 측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터널 아치에서 다시 뒤로 돌아나오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내리막길을 택하면 바로 두 번째 아치인 파인트리 아치(Pine Tree Arch)에 도달하게 된다. 겨울이라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길인데도 길 곳곳이 얼어있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정말 조심하며 내려갔었다. 근처에 도달하니 근방에 소나무가 참 많다. 특히나 아치 아래에 소나무가 그림처럼 자라고 있어서 파인트리, 소나무 아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처음 보았던 아치와는 달리 굉장히 규모가 큰 아치가 마치 고대 성의 입구처럼 우뚝 서 있었다. 사람이 일부러 돌을 깎아도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악마가 만들었다고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겠지. 그렇게 큰 규모의 아치가 이렇게 자연적으로 발생했다 하니, 참 자연은 위대해 보인다. 사진을 찍으려고 아치 바로 아래 가서 섰다가, 아치 너머로 건너가려 하니 다른 산행인이 그쪽 너머로는 못 가게 되어있다고 우리를 말린다. 나중에 나오다 보니 아치 너머로 진행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눈에 덮여 있어서 잘 못 보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웅장한 규모에 깜짝 놀랐던 파인트리 아치(Pine Tree Arch)


겨울 산행은 생각보다 추웠다. 눈도 생각보다 많이 덮여있었다. 이곳으로 오기 며칠 전, 폭설로 인해 State Emergency(주 긴급상황)이 발령된 뉴멕시코에서 운전해 오며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쳐 박히는 경험을 했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조금 눈이 덜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곳보다는 눈이 적게 온 상태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눈이 꽤 많이 덮인 상태였다. 또한 내륙 쪽이어서 그런지 눈이 덮였는데도 꽤 춥다. 바람을 막아줄 바위가 있는 곳은 그나마 바람이 덜 부는데, 뻥 뚫린 평원을 지나가게 되면 추운 겨울 칼바람에 정말 손과 양볼이 시렸다. 그래도 사람들이 드물게 볼 수 있는 겨울의 아치스 국립공원 장관을 볼 수 있으니, 그 얼마나 행운인가. 하고 스스로 위안을 했다. 


뒤로 보이는 곳이 주차장의 반대쪽 뷰. 이곳 바위들은 햇빛을 받으면 받을 수록 더 붉게 빛난다. 붉은 바위는 파란 겨울 하늘과 참 잘 어울린다.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까지는 조금 걸어가야 한다. 사실 여름이었으면 별 것 아닌 거리였을 텐데도 눈 덮인 길이라 앞으로 나아가는 게 더뎠다. 곳곳에 걸어가며 바위들이 겹겹이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저기가 아치다! 아니다! 내기를 하며 남편과 함께 걸어가던 찰나였다. 저기 멀리 아주 길고 가는 아치가 하나 보인다. 

"저기인가 봐, 랜드스케이프 아치! 얼마나 멋진 경치이길래 이름이 그럴까 했는데 장관이네."

남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단다. 그도 그럴 것이 해 질 녘, 어두운 무렵에 가면 빛이 잘 들지 않아 멀리 서는 아치의 모양이 잘 모이지 않는다. 또 아치가 가늘고 길며, 뒤의 바위 벽면과 겹쳐 보여 잘 분간해 내기 어렵다. 아치 근처, 특히나 아치 아래 가서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래 봐도 데블스 가든 전체에서 제일 큰 아치이다. 가 이미 뉘엿뉘엿 바위 뒤로 내려간 상태라 많이 어두웠지만, 그래도 그 형태가 참 멋있었다. 그리고 어쩜 저렇게 가늘게 아치의 형태가 남아있을까  신기해했다. 


해 질 무렵의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 아마도 이곳은 해 뜰 무렵에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은, 그런 곳이다. 


이 국립공원 내의 아치들은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지구의 산물로, 계속해서 아치가 생겨나고 무너지고 하는 등  끊임없이 그 모습이 변화되고 있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이 아치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 그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서 아치가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도 2008년에 이 공원의 대표적인 아치였던 월 아치(Wall Arch)가 무너져 내렸고, 이 국립공원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진을 찍는 델리킷 아치(Delicate Arch)도 2010년 약간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저 아치 위에 사람이 올라가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말하길, 이제 저 랜드스케이프 아치의 수명도 얼마 안 남았다고 한다. 그러니 정말 빨리 가서 이곳을 보아야 하겠다. 그래서 몇 해 전인가, 어떤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다며 저 랜드스케이프 아치 위에 올라갔다가, 국립공원 레인저들에 의해 끌려 내려왔다고 한다. 어딜 가나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아무튼 아직 남아 있는 지구 역사의 잔존을 보호하기 위해 기본 매너는 지켜줘야 하겠다. 


랜드스케이프 아치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다시 되돌아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등산화를 신은, 모험심 가득해 보이는 사람들은 뒤에 나 있는 숲길로 향한다. 사실 딱히 길이 없기 때문에 앞에 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면 된다. 숲을 조금 지나니 거대한 바위 오르막길이 나온다. 아래 첨부한 사진에서 공간감이 별로 나지 않아서, 여름에 이 비탈길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풍경을 아래에 덧붙여 보았다. 굉장히 가파러 보이는 것은 둘째치고 라도, 곳곳에 눈이 덮여 있고 얼음이 얼어있었다. 기어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바닥을 짚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였다. 엔젤스 랜딩에 이어, 내가 왜 이런 짓을 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여름이었으면 덜 무서웠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래를 보거나 뒤를 돌아다보면 아찔해져서  그만두고 싶어 진다. 그래서 앞만 보고 계속 나아가기로 했다. (그 와중에 잠시 뒤돌아 사진 찍는 여유도 가져보았다.) 


여름에 올라도 가파르게 느껴지는 비탈길이다. 이걸 겨울에 올랐으니... (출처: http://www.coloradoguy.com)


바로 위에 보이는 오르막길 사진에서 꼭대기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에 도달했다. 그 위에 도달하니 고인돌 같은 보인다. 그리고 그 고인돌 너머로 눈 덮인 산이 보였는데 아주 장관이다. 이 돌을 기점으로,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곧 해가 질 것 같아 우선 가까운 아치를 먼저 보기로 했다. 그래서 향한 곳이 바로 파티션 아치(Partition Arch)이다. 


오르막길의 정점.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하이킹을 재개하기 딱 좋은 곳이다. 


파티션 아치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눈 덮인 숲길 속에서 없는 길 찾아가기.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어 사람들이 많이 다닌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사람들이 하도 이곳저곳으로 많이 다녀서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이곳을 먼저 한번 와 보았던 남편 덕분에 그래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파티션 아치는 도달하자마자 우아! 하는 함성이 나오는 그런 곳이었다. 사실 이곳에 올 때만 해도, 구석에 숨어있는 곳이라 그저 그런 작고 보잘 것 없는 아치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모든 편견을 깨어버린 그런 곳이었다. 투명 대문이 열린 것 같다. 아치 너머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역시나 어렵게 어렵게 높은 곳을 올라오면 그 끝엔 항상 놀라움이라는 선물로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이 파티션 아치의 뷰는,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뷰 중 하나인 것 같다. 
파티션 아치 역시도 그 규모가 정말 웅장하다.


왜 파티션이라는 이름이 이 아치에 붙었을까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 아치를 기준으로 숲길과 넓은 평원의 뷰로 나뉘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치에 서서 오래도록 이 풍경을 취한 듯이 바라보다가, 아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치의 안쪽은 곡선의 절벽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고소공포증만 없다면 앉아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절벽이다. 사실 바로 앞에 소나무도 있고 곧바로 아래가 절벽은 아니어서, 나에게는 정말 쉬기 딱 좋은 곳이었달까. 눈 앞에 있는 바위 바위마다 까마귀가 날아다니며 '깍깍'거리고 있었고, 해가 뉘엿뉘엿 내려앉을 때마다 바위의  붉은빛이 변해가고 그림자도 길어지는 모습이 참으로 멋있었다. 저 멀리에는 눈 덮인 풍경이 장엄하게 펼쳐지는데, 이곳은 어찌 그리 황량한 느낌이 들던지. 우주의 다른 행성에 잠시 온 느낌이었다. 만약 눈이 없는 여름이었으면 이곳에서 해 지는 풍경까지  바라보았을 텐데 그러지 못 해 상당히 아쉬움이 드는 곳이었다. 




파티션 아치 안쪽의 뷰를 꼭 보라고, 그리고 두려움이 없다면 앉아서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나바호 아치(Navajo Arch)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이곳을 다녀오니, 다음 행선지가 너무  기대되었다. 참고로 이곳의 명칭은 인디언이라 불리는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부족을 딴 명칭이기 때문에 '나바조'가 아닌, '나바호'로 읽는다는 사실을 염두하기 바란다. 


이곳은 파티션 아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굉장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곳은 작은 동굴 같다는 것이 첫인상이었다. 보통의 다른 아치들은 앞뒤로 널찍하게 뻥 뚫려, 아치를 통해 경관을 볼 수 있는 형세인데 반해서,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굉장히 작은  아치인 데다가 아치 뒤에 좁은 공간이 마련되어있고 바위로 막혀 있어서 마치 작은 동굴에 들어온 느낌이다. 해가 이미 많이 저물어 있었고 이제 한 시간 후면 해가 완전히 질 것 같은 그런 시간이었다. 따뜻하게  내려앉은 햇살이 동글 안으로 비스듬히 비추는데, 빛을 받아 아치 주위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또 그 앞에는 가득하게 눈 덮인 땅, 그리고 이곳저곳에 푸른 소나무. 마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풍경을 선물로 받은 느낌이었다. 겨울에는 이곳이 눈으로 가득 차지만, 여름에는 물이 고여 풍경이 반짝반짝 반사되는 물 웅덩이를 이루는데 그 풍경도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 가득 드는 나바호 아치의 겨울
바닥에 물이 고여 풍경이 그대로 반사가 되는 여름의 나바호 아치 (출처: http://beyond.thirddoor.com/)


이곳의 풍경에 취해서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거의 네시 반. 겨울에 해 지는 시간이 보통 다섯 시 조금 너머여서 빨리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갈래길에서 다른 길로 쭈욱 가면 또 더블 오 아치(Double-O Arch)까지 재미난 풍경들이 가득 펼쳐진다는데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혹시나 다음에 올 수 있다면 꼭 가 보길 기약하면서. 


더블 오 아치를 가는 길은 바위 위로 걸어 다니는 하이킹이기 때문에 겨울 말고 여름에 오는 게 하이킹이 더 안전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 지형의 독특한 풍경 중 하나인데, 해 뜰 때와 해질 때 그 방향의 햇빛을 비스듬히 받으면 정말로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듯 색깔이 변화한다. 특히나 더블 오 아치는 해질 무렵 아주 새빨갛게 변화한다는데 여름에 하이킹한다면, 이 풍경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보지 못 한 풍경들을 여러 블로그들을 통해 사진을 찾아보면서, 이 하이킹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못 가보았다는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혹시나 다시 가게 된다면 덧붙인 체험기를 작성할 계획이다. 


무시무시해 보이는 트레일 표지판. 이 돌 위로 올라가는 것이 정식 트레일 루트이다. (http://beyond.thirddoor.com/)
저 책꽂이 같은 바위들 사이로 가는 트레일. 미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진 때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http://sergiophoto.photoshelter.com/)
해 질 녁에 도착하면 불타는 듯 새빨갛게 변신한다는 더블 오 아치. 상상 속의 지옥 풍경 같은 느낌이다. (http://hopsontrails.wordpress.com)


이곳의 경치는 흔히 말하는 아름답다는 풍경은 아니다. 오히려 기이한 별세계 같다는 표현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특히나 마지막에 사진으로 덧붙인, 불타는 듯한 더블 오 아치의 풍경을 보면서 지옥이 있다면 이렇게 새빨갛게 불타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이곳저곳을 미로처럼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길을 잃도록 만들어 놓은, 장난치기 좋아하는 악마들의 정원. 이곳은 아름다운 곳은 아니지만,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어서 또 다른 의미의 탄성을 자아내는 그런 곳이다. 우리가 평생 동안 화성이나 달에 직접 가 볼 수 없다면, 이곳에 와서 한 번 하이킹을 해 본다면 간접 경험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데블스 가든(Devil's Garden) 관련 정보

- 거리: 왕복 11.5km

- 코스: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간단 코스(터널 아치, 파인트리 아치, 랜드스케이프 아치), 그리고 덧붙여서 갈 수 있는 제대로 된 하이킹 코스(파티션 아치, 나바호 아치, 더블 오 아치)

- 소요 시간: 첫 번째 코스만 간다면 왕복 1시간 이내, 두 번째 코스까지 간다면 왕복 3-5시간

- 주의 사항: 이곳은 일교차가 크므로, 여름에 갈 때는 간단한 간식과 물 2병 정도 지참. 

               겨울에 갈 때는 따뜻한 바람막이와 하이킹 폴, 등산화 필수.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에는 돌아 내려오는 것이 좋고, 만약 해 질 녘 풍경을 보고 싶다면 

               헤드라이트를 지참해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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