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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curry Jun 02. 2016

[밸리 오브 더 가즈] 신들의 계곡

사진 찍기 좋은 오프로드@유타


사실 '신들의 잔치' 3부작 연재를 시작한 건 지난 2월. 벌써 3개월 반이나 지나버렸다. 한국에 한 달 동안 놀러 가는 관계로, 한국 가서 써야지 했었던 게... 사진이 담긴 외장하드를 집에 두고 미국을 떠나버리는 사태 발생. 그 후에는 개인적인 사정 발생. 이렇게 미루고 미루던 게 결국은 벌써 6월까지 지나버렸다. 아무래도 더 미루다가는 반년, 결국 1년씩이나 흐를 것 같아서 다시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늦게 브런치로 돌아왔다. 


가장 처음 '신들의 잔치' 3부작에서 소개했던 곳은 '엔젤스 랜딩(Angels Landing)', 바로 천사가 내려앉는 곳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 천사가 아름다운 세상을 내려다보듯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었던 곳. 


두 번째로 소개했던 곳은 '데블스 가든(Devil's Garden)', 바로 악마의 정원. 수백만 년 동안 굉장한 풍화, 침식 작용을 통해 생겨난 각종 희한한 모양의 아치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가는 길조차도 마지막에는 까다로워서 악마가 참 어렵게 어렵게 미로를 만들어놓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었다. 


이 유타 주는 오랜 세월에 걸쳐 무한한 지형, 기후 변화에 따라 특이하게 생겨난 자연 형태가 많다. 게다가 일교차도 엄청나서 그런지 이런 특이한 지형이 있는 곳들에는 지금 현재 그렇게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다. 대부분 네이티브 아메리칸, 우리가 흔히 인디언이라 부르는 원주민 부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런 관계로 자연 형태가 잘 보존이 되어있고 각각의 지형들을 더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천사와 악마, 그리고 신을 지명에 갖다 붙인 곳이 많은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내 추측. 


이번에 마지막 편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밸리 오브 더 가즈(Valley of the Gods)', 신들의 계곡이다. 신들의 계곡은 이 근방 더 유명한 곳,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근방에 있는 곳인데 작은 버전의 모뉴먼트 밸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모뉴먼트 밸리는 유명한 만큼 관광객 수도 많고, 공원 자체를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 관리하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로컬 도로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오프로드로 빠지는 곳에 있다. 입장료도 없고 그냥 먼지 혹은 그날 날씨에 따라 진흙길, 눈길인 곳이다. 규모 또한 모뉴먼트 밸리보다는 작지만 그렇다고 아주 작은 것은 아니다. 다만 처음 보자마자 느끼는 첫인상이 '신성하다'는 느낌이어서 그 이름 또한 '신들의 계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운전하다가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안내판. 정신 바짝 차릴 것! 

밸리 오브 더 가즈는 사실 입구를 굉장히 찾기가 어렵다. 사실 나 역시도 목적지로 딱 지정하고 간 것이 아니라, 163번 도로를 따라 운전해 가다가 창 밖 풍경이 너무도 멋있어서 잠깐 오프로드 샛길로 차를 돌려 새어 보자고 했던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유명한 '신들의 계곡'이었던 것이다. 아래 지도에서와 같이 딱히 길이 나 있지도 않고 표지판 마저도 아주 작아서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이다. 남서쪽을 향해 163번 도로를 달리다가 261번 도로가 만날 때쯤이 다가왔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운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오프로드 도로라, 구글 지도 상에도 길이 아주 미세산 색으로 표시 되어 있다.


지도를 보게 되면 코스 곳곳에 Butte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 정확한 발음은 '비우트' 혹은 '비웃'이다. 유타에 가면 여러 종류의 큰 바위의 형태를 볼 수 있는데 침식의 정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메사(Mesa)', '비웃(Butte)', 그리고 '스파이어(Spire)'이다.  먼저 '메사'(아래 사진, 좌)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말인데 바위의 모양이 마치 큰 테이블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폭이 넓고 안정적이며 침식의 초창기 단계의 바위이다.  두 번째 단계가 바로 이 '비웃'(아래 사진, 중)인데, 조금 더 침식이 일어난 상태로 '메사'와 비교해 볼 때 주변 둘레가 침식되어졌고 테이블 윗면도 조금 더 깎이고 규모도 작다. 하지만 여전히 테이블의 느낌이 살아있는 상태이다.  마지막 침식 단계로 생겨난 것이 바로 '스파이어'(아래 사진, 우)인데 이 경우에는 물과 바람의 침식 작용으로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뾰족하게 바위가 서 있는 형태이다. 




이곳은 총 17마일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처음 들어갔다가 결국 흙길 도로를 계속 따라가게 되면 어쨌든 로컬 도로가 나오기 때문에 길을 잃을 것 같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오프로드이기 때문에 4륜 구동차를 반드시 운전하길 추천한다. 흙길이고 비가 오면 푹푹 빠지는 진흙길, 눈이 오면 눈에 파묻히는, 그리고 정식 도로도 아니기 때문에 누구도 눈을 치워주지 않는 그런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날 것 그래도의 환경 때문에 아웃도어 액티비티,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나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인기 명소라고 한다. 다만 관광객들이나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도 않기 때문에 혹시나 차가 멈추거나 미끄러진다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꼭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비상식량이나 장비 등을 챙겨가면 좋을 것 같다. 


여름의 흔한 풍경. 진흙길이라 차 바퀴가 약간씩 빠지고 주변에 건조한 모래들이 엄청나게 날릴 수 있다. (출처: www.fiberglassrv.com)


이 밸리 오브 더 가즈를 제대로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는데, 바로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감상하는 방법이다. 워낙 면적이 넓고 도로가 있다고는 하나 아주 가까이 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열기구를 탄다면 더욱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또 웅장한 규모를 광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볼거리일 듯하다. 나는 이곳을 연말을 맞이해 갔었는데, 조금만 더 늦게 갈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1월 둘째, 셋째 주 때 Bluff International Balloon Festival(Bluff 국제 열기구 축제)가 이곳에서 열리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풍선은 이곳에서 출발해서 이 근방을 몇 시간이고 날아다닐 수 있다고 하니, 이곳을 이 무렵 방문 예정인 사람들은 꼭 스케줄을 미리 확인해 가면 좋을 것 같다. 



꼭 굳이 열기구를 타지 않더라도 드라이빙으로 볼 수 있는 풍경 또한 멋있고, 각각의 비웃 근처에 걸어서 그리고 암벽등반으로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곳이다. 붉디붉은 바위가 해가 지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변해가고, 그 뒤로 비치는 하늘이 물들어가는 것도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이곳 여행의 묘미이다. 참고로 이곳은 해가 뜰 때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한다. 



신성한 이곳을 높은 곳에서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옆에 한 군데 있는데 이곳의 이름은 바로 '모키 덕웨이, 뮬리 포인트 오버룩(Moki Dugway, Muley Point Overlook)'이다. 밸리 오브 더 가즈를 한 바퀴 구경하고 261번 도로로 나온 후,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산으로 꼬불꼬불 오르게 되는 길이 나온다. 굉장히 급회전하는 절벽 도로이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운전자라면 어서 빨리 운전자를 교대해야 한다. 하지만 고생 끝에 도로를 다 운전해 올라가면 이 근방이 모든 곳이 다 보이는 지점이 나오는데, 길가에 넓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 차를 대고 구경을 하면 된다. 


좌측으로는 신들의 계곡, 저 멀리 강이 흐르는 길목과 꼬볼꼬불 이어진 산 능성이를 바라보기에 딱 안성맞춤인 곳이다. 


 좌측 저 멀리 보이는 눈에 덮인 계곡이 바로 신들의 계곡. 눈에 덮여 있어서 그런지 더 신성하게 느껴졌다. 
우측으로 멀리 계곡과 평원, 강물이 흘러간 자리들이 보이는데 또 다시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질 뿐이다. 


이 곳은, 하이킹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냥 드라이빙으로만으로 보았기에 굉장히 짧게 느껴졌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딱 이곳을 가야지! 하고 정해서 갔던 곳도 아니기에 그냥 지나가며 보았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동안 너무 황홀하게 느껴졌던 곳이었다. 웅장한 비웃들 사이로 지나갈 때마다 자연이 만든 큰 신전들 사이사이로 지나가는 느낌이어서,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높은 곳에서 저 멀리 계곡을 바라볼 때에는 감히 저 신의 영역에, 내가 다녀왔었구나 하는... 만족감과 경외감과 숙연한 마음. 많은 마음들이 교차되었다. 


이번 '신들의 잔치' 특집에서 공유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느꼈던 위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다. 인간에게 아무리 오랜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이런 아름다움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또한 광활하게 펼쳐지는 이 자연의 조각품들 사이에서, 나는 한 줌의 먼지에도 지나지 않는 작은 존재임을 느꼈다. 유타 주의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하며 위대한 자연을 다들 한번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 밸리 오브 더 가즈(Valley of the Gods)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 암벽등반, 아웃도어 자전거, 사람 없는 한적한 곳의 하이킹을 좋아하는 사람들

- 자연 풍경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사람들

- 4륜 구동 드라이빙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 밸리 오브 더 가즈(Valley of the Gods) 관련 정보

- 입장료가 없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다.

- 163번과 261번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구글맵으로 네비를 켜고 가면 좋은데, 이곳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으니 반드시 미리 '오프라인 지도 다운 받기'로 지도를 저장해 둘 것

- 진흙이나 눈길로 인해 차가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4륜 구동차로 운전할 것

- 사람이 아주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비상식량, 차량용품, 따뜻한 옷 등은 꼭 차 안에 준비한 채 드라이빙을 시작할 것

- 1월 중순에 있는 Bluff International Balloon Festival 일정을 미리 확인해 열기구를 타고 일대 구경하는 것도 추천

- '모키 덕웨이, 뮬리 포인트 오버룩(Moki Dugway, Muley Point Overlook)'에 가서 한번쯤 이 근방 전반적인 뷰를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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