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 아침 시장을 구경하다
아침 여섯시 반, 비 내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평소라면 이불을 돌돌 말고 "나 더 잘래~" 했을 시간이다. 여행만 떠나오면 부지런해지는 건 아마도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다고 느껴서 일게다. 게으른 여행자가 되고 싶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 운명이라면 받아 들여야지 어쩌겠노. 모자를 눌러쓰고 아침 일찍 방비엥 새벽시장을 구경하러 나갔다.
라오스 날씨는 5월부터 10월까지 몬순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1년의 반이 우기라고 하니 말 다했다. 하지만 우기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두 차례 비가 내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진 하늘을 볼 수 있으니까. 나 역시도 일주일 동안 라오스 여행을 하면서 운이 좋게도 밤에만 비가 내리고 아침이 되면 그쳤다. 거짓말처럼 말이다.
방비엥에 머무는 3일 동안 남쏭 (쏭강)이 바로 앞에 보이는 숙소에 머물렀다. 마을까지는 조금 걸어나가야 했지만 조용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오래된 리조트였지만 나름의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다. 비가와서 그런지 차분한 아침이다.
라오스여행자라면 바게트 샌드위치를 안 먹고 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일 아침 바게트 빵을 배달하는 아저씨의 손길이 분주하다. 라오스는 프랑스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바게트가 흔하다.
방비엥에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파는 노점이 모여있는 거리가 있다. "싸바이디~" 인사를 건넨다. 아주머니께서 샌드위치 하나 먹고 가라며 눈길을 보낸다. 비 오는 아침이라 그런지 무쇠판에 노릇노릇 부쳐지는 계란 프라이의 냄새가 유난히도 식욕을 자극한다.
라오스에서는 집집마다 신을 모시는 곳이 있다. 향을 피워놓고 음식을 놓아두는데 여기에도 우산을 씌워 놓은 모습에 눈길이 간다.
라오스의 풍경은에서 한국의 시골 모습이 느껴진다. 방비엥 골목을 누비는 채소 트럭도 아침 일찍 출동했다.
방비엥의 새벽시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소소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길을 따라 이어진 20여 개의 좌판이 전부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다.
방비엥의 아침 시장은 조촐하다. 채소와 고기, 과일 등 식재료를 파는 곳이 전부이다. 갓 따온 채소에는 싱싱함이 묻어있다. 아주머니께서 채소를 손질할 때 초록향기가 사방으로 퍼진다.
아침 시장에서 사 온 재료들은 맛있는 음식으로 뚝딱 만들어질 것이다. 어느 집 식탁에는 개구리 반찬도 올라와 있겠지? 소박한 시장 풍경이 정감 있게 느껴진다.
쪽파, 호박, 비트, 시금치 등 우리네 시골 장터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가지런히 진열해 놓은 채소의 모습이 소박하다. 손가락만 한 미니바나나는 당도가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손 잡고 시장에 따라나온 아이의 손에는 바게트 빵이 들려있다. 봉지를 흔들며 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다.
비 오는 날에는 따뜻한 국물이 당긴다. 닭 육수로 끓인 라오스의 쌀국수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쏭강 너머로 산이 구름 속에 갇혔다. 한 폭의 동양화를 걸어놓은 듯하다. 밤새 비가 내려 쏭강의 유속이 꽤 빠르다. 마치 커피를 풀어 놓은 듯 강물이 갈색이다.
촉촉히 젖은 라오스의 풍경을 마음속에 아로 새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본다. 금세 비는 그칠 테고, 비가 그치면 다시 여행길을 떠나면 된다. 여행 중 비는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