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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일상 Mar 30. 2023

말하지 않는 남자와 사는 법

결혼을 하고 나서 알았다. 그가 이렇게 말이 없는 남자라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연애기간 내내 그는 수다쟁이였다. 매일 넘쳐나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잠들기 전 휴대폰이 뜨거워 질 때까지 건넨 달콤한 말들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마흔이 넘고 인생을 아주 조금 알고 나니 그때 그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에 불과했다.

연애기간 동안에도 우린 싸우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동굴에 숨지는 않았다(고 기억하고 싶다). 다만 결혼 후 더 그 기간을 견딜 수 없는 까닭은 둘이 사는 집에서 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한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한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공격을 당하는 쪽의 사람은 그저 속수무책이다.

자신의 인생을 던져 선택한 사람이 자신을 필사적으로 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건 나더러 나가라는 뜻인데 내가 알아 듣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봐달라고 하는 것인가.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 울어도 보고 애원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처음 그런 상황과 마주했을 때 내가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다면 조금은 내 감정들에게 덜 미안했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든다.


남편은 우리의 대화 중에 혹은 나의 어떠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편하다 느껴질 때면 입을 다물곤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는 절대 그 입을 열지 않았다. 위에 열거한 몇가지 나의 애타는 행동들이 수반이 되어야만 입을 열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지옥불에서 누군가 건져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하늘만 올려다 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이렇게 시작된 고된 동굴 탐험기를 기록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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