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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일상 Aug 24. 2022

아픈 일을 많이 겪은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냥 내가 그렇다는 얘기-일반화는 아니고.

가끔씩 턱밑까지 올라오는 기억의 파편들로 인해 사고 회로가 정지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릴 때 겪었던 극한 순간의 냄새라던가, 그 냄새가 기억하는 시간과 공간, 불편했던 나의 느낌까지 같이 소환될 때면 일상이 정지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내게는 수면 위로 꺼내 놓기 힘든 몇몇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존재하는데 그 파편들은 깊은 바다에 수장시키듯 던져버렸지만 때때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기억해야 하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돌아가서 지난날의 나와 마주해 보아야만 치유라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그럴 자신이 서질 않는다.


한동안 나는 꽤 많이 울었다. 그리고 자주 울었다.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하고 그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며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왔다. 그 눈물의 끝자락에는 언제나 자책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시원한 해결책 대신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커다란 물음만이 마음속에 쌓여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그날의 어떤 일들은 지워지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히 남는 것은 있었다. 인생에서 __했더라면 하는 가정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인생의 수선비를 지불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겪은 수많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그저 나쁜 일을 겪었다. 괴로운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 긴 생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수선비를 지불했다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생각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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