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어깨 담으로 인한 통증
10일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왼쪽 목 뒷부분과 어깨 쪽이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피부 속 2~3cm 지점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통증이 아닌 마치 허리디스크로 인해 꼼짝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고통과 비슷했습니다. 아마도 베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프기 며칠 전에도 자고 일어났을 때 살짝 목의 결림이 있었던 게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6개월 이상 함께했던 베개인데 슬슬 머리를 지지하는 가운데 솜 부분이 쉽사리 밀려나더니 옆으로 자는 제 목과 어깨를 지지하지 못하고 담이라는 선물을 남겨주고야 말았습니다. 아, 그렇게 베개를 저 먼 옷장 속으로 처박아 놓았습니다(아마 저 베개를 쓸 일은 다시없을 겁니다, 다시 꺼내는 순간이 온다면 쓰레기통으로 향할 때가 아닐까).
그냥 단순한 근육 뭉침 정도라 며칠이 지나면 괜찮겠지 여겼습니다. 저번에 집 인근의 소방서로 발령받은 뒤로는 출근해서 곧바로 체력단련실이 아닌 넓은 대기실에서 교대시간인 10분 전인 8시 30분까지 배밀기 푸시업을 100~110개 정도에 허리 스트레칭 동작을 8분 정도 하는 게 제 루틴입니다. 어깨와 목이 아픈 그날은 루틴대로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됐지만 루틴이 왜 루틴이겠습니까? 그냥 하니까 루틴인 거죠. 그런 생각을 하며 푸시업 자세를 취했습니다. 팔을 굽혀 상반신을 바닥과 평행선으로 만들고 올라오려고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탈이 난 왼쪽 어깨 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몸을 일으킬 수 없었습니다. 억지로 오른팔에 힘을 주어 올라오니 왼쪽으로 기우뚱거리며 올라오는 이상한 푸시업을 하게 됐습니다. 평소처럼 30 → 27 → 24 → 20 순서로 내려오는 푸시업 개수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개수를 줄여 한 번에 10개를 겨우 해냈습니다. 그리고 허리 스트레칭 동작 1번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날은 50개를 겨우 했던 것 같습니다. 왼쪽 손을 머리로 올려보려 했지만 왼쪽 귀 옆으로 손을 번쩍 들 수 없었습니다. 혹시 뇌졸중이 아닐까 구급대원 시절 교육받았던 간단한 검사를 해봤습니다. 코를 중심으로 얼굴 양쪽의 미소지음, 양손 올림, 양 발 올림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점심 먹기 전, 후와 저녁 먹기 전, 후 3층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기 전 턱걸이 8개를 해왔습니다. 아프지만 턱걸이는 어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철봉을 잡는데 왼쪽 어깨에서 찌릿하는 통증이 느껴집니다. 결국 팔로 몸을 당기지 못하고 그저 매달리기 1분으로 대체해야 했습니다(매달리기 1분도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줄넘기를 하거나 복싱 쉐도우 연습하는 정도의 운동은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젠 상체 근력운동은 전에 했던 무게를 들 수 없었습니다(절대 무거운 무게로 운동하지 않습니다). 왼팔은 8kg 덤벨을 겨우 들 정도의 힘만 남아있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아파하는 저를 보더니 담으로 인해 결리는 목, 어깨를 주물러 줬습니다. 3분 정도 마사지를 받았더니 한결 움직이기 편했습니다. 마사지를 받는 내내 "아, 아파, 야, 살살해봐" 웃음과 아픔을 동시에 표현하는 날 보며 후배가 마시지 볼을 사용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회사에 작은 마사지볼이 있으니 그걸로 아픈 부위를 문지르면 결리는 것도 빨리 낫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습니다. 후배의 말을 듣고 마사지볼을 찾아 헤맸습니다. 저 원래 물건 잘 못 찾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 몸이 아프니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되더라고요. 3~4일간 시간이 날 때면 사무실 의자에 앉아 마사지볼로 왼쪽 어깨와 목을 풀었습니다. 마사지볼을 쓰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통증은 여전했습니다. 그냥 참아보자 곧 낫겠지 생각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에도 계속 아파하는 저를 본 아내님이 빨리 병원에 가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평소에는 아프면 잘만 병원 찾아가던 사람이 이번엔 웬일로 참고 있냐고 어서 병원 가서 치료받고 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내님의 말을 그냥 넘기면 안 됩니다. 혼납니다. 바로 근처 정형외과로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목과 어깨를 만져보시더니 아픈 부위가 다른 쪽에 비해 뭉친 정도가 심하다며 근이완제, 진통제를 처방해 주셨습니다. 물리치료로 두세 가지를 받았는데 빨판 같은 걸 아픈 쪽에 붙이고 전기자극을 주는 게 가장 효과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나을 때까지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고 도수치료를 받으면 빨리 낫는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도수치료를 받으면 좋겠지만 비싼 관계로 Pass, 정형외과의 물리치료는 별로였습니다. 부러지거나 수술할 거 아니면 굳이 정형외과 대신 근처 한의원 치료가 낫겠다 싶었습니다.
집 근처 한의원은 특이하게도 여자 선생님이 진료하는 곳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여자 한의사 선생님이었습니다. 경상도 말투에 손도 엄청 빠른 분이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뜸 대신 부항을 주로 쓰는 분이었습니다. 아픈 부위 찜질 → 부항 → 침 치료를 받고 나면 거의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목에서 어깨 쪽으로 내려왔고 강도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왼팔은 여전히 힘이 없고 손도 번쩍 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니 서서히 컨디션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푸시업은 여전히 10개씩, 턱걸이는 매달리기 1분으로, 그리고 체력단련실에서 상체운동을 할 때는 기존 무게의 절반만 하지만 그래도 복싱 쉐도우와 스텝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아픈 지 10일이 넘었지만 언제 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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