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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오일 맛집을 찾아서

파주 오버테이크 모터스

by 거칠마루

3월 말, 아내의 티볼리 엔진오일과 미션오일, 브레이크 오일(원래는 brake fluid라 브레이크 액이 맞는 표현이지만 흔히들 브레이크 오일이라 부르니까 이걸로 씁니다)을 교환을 위해 인터넷을 뒤지던 중이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예방정비를 하는 편이라 아내를 설득해서 65,000km쯤 탄 티볼리의 오일류 세 가지를 교환할 생각이었습니다. 차량 매뉴얼에는 무교환으로 되어 있다 해도 절대 무교환인 오일은 없습니다. 더구나 가혹조건(짧은 거리 반복주행, 교통체증, 험로나 비포장길 주행, 무거운 짐 적재 등- 네이버)에서의 주행이 대부분인 아내의 차량은 조금 이른 시기지만 미션 오일도 갈아야 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일반 카센터나 차 브랜드의 정비소에서도 위 작업을 하지만 꽤나 비싼 가격을 줘야 합니다. 엔진오일 교환만 해도 7만 원 이상, 미션오일 교환 보통 20만 원 이상, 브레이크 오일 교환이 낮게 잡아도 6~7만 원입니다. 세 가지 오일을 가는데 30만 원을 넘게 써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줄여볼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싸게 하려면 공임을 아끼면 됩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오일을 사서 공임나라에서 교환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션오일(Total 또는 발보린) 9만 원, 공임(순환식 7만 원 또는 드레인식 1회 4만 원-드레인 1회 추가 시 2만 원) 6-7만 원, 브레이크 오일 2리터 2만 원, 공임 3.8만 원, 티볼리 엔진오일 세트(Total 5w30 4리터, 오일필터, 에어필터) 약 3만 원, 공임 2만 원 총 27만 원 정도가 들 예정이었습니다. 더구나 미션오일 20리터를 산다면 보관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집에는 놔둘 곳이 없었습니다. 회사나 집 근처 공임나라를 갈까 했는데 인기가 많아 예약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블루핸즈 등 일반 카센터는 30만 원을 훌쩍 넘어 4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들 것이 뻔했습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파주의 오버테이크 모터스라는 정비소였습니다. 정말 구세주가 따로 없었습니다.


오버테이크 모터스 가격표

이게 웬 떡이냐 싶었습니다. 한 곳에서만 최소 5년 이상 작업한 곳이었습니다. 혼다 CR-V 카페에서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외제차 작업과 더불어 포터, 그랜저, 티볼리 등 국산 브랜드의 오일 교환 작업도 많이 하는 곳이었습니다. 더구나 엔진오일 교환 시 팬에 남아있는 잔유를 99% 이상 석션기로 빼내주는 곳이었습니다(보통 엔진오일 교환하면 차를 리프트에 띄워서 자유낙하식으로 엔진오일을 빼내고 형식적으로 잔유 제거를 합니다. 그래서 제 차인 QM6는 엔진오일 정량이 4리터이지만 잔유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아 3.7리터를 넣으면 정량을 채웁니다). 위에 나온 가격표로는 세 가지 오일 교환 시 최소 15만 원이면 모든 비용이 끝나는 정비소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왜 나는 이제야 이런 곳을 찾았을까 후회막심이었습니다. 정말 절반 가격이 맞나 싶었습니다. 아내의 차는 엔진오일 5리터와 미션오일 12리터가 들어 총 17.7만 원이 들었습니다.


작업장이 깨끗한 게 정비소에 들어가자마자 첫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청결이 우선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깨끗한 정비소 치고 작업 실력이 떨어지는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사장님 혼자 일하시는 곳이었지만 아침저녁으로 1시간 동안 청소한다며 지금은 예약 작업이 많아 바빠 더러운 편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제가 볼 땐 정말 깨끗했는데 이게 더럽다니....). 게다가 아무 오일이나 쓰지 않고 캐스트롤 브랜드를 쓰는 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3대 윤활유 브랜드인 GS의 KIXX, SK의 ZIC, S-OIL 세븐 레드나인에서 4리터에 대략 13,000원의 가성비 좋은 합성유를 만듭니다. 캐스트롤은 해외 유명 브랜드 엔진오일로 1리터에 6천 원 정도 합니다. 우리나라 브랜드보다 1만 원 더 비싼 만큼 성능이 더 좋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그 차이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정비소에서는 일반 정비소의 절반 가격만 받고도 가성비 국산 오일 대신 캐스트롤 엔진오일, 미션오일을 쓴다니 차에도 좋고 지갑에도 좋은 일이었습니다. 꼼꼼한 작업에 좋은 오일, 깨끗한 작업장까지 나무랄 곳이 하나 없는 곳이었습니다. 다만 위치가 파주라서 거리가 멀었습니다. 1시간 30분의 작업이 끝난 뒤에는 사장님이 너무 고마워 근처 꽈배기 파는 가게에서 간식을 사드리고 왔습니다. 모든 작업이 끝난 후 이걸 브런치에 꼭 써야지 했지만 게으름에 뒤로 미루고 미루다 못 쓰고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습니다. 장모님 댁 근처로 이사 온 올 3월 이후로 제가 관리하는 차가 한 대 더 늘어났습니다. 제 차 QM6, 아내 차 티볼리, 장모님 차 2013년식 소나타 총 3대가 됐습니다(저는 차 관리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엊그제 추석을 맞이해 잠시 둘러본 소나타는 세 가지 오일 모두 교환할 때가 지났거나 지난 상태였습니다. 아내와 장모님께 차량 상태 설명 후 급하게 예약 전화를 했습니다. 장모님 댁에서 80km가 다 되는 거리지만 고속도로 통행료와 기름값을 더해도 그곳에서 작업하는 게 싼 가격에 아들과 드라이브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근처 황탯국 맛집도 갈 수 있었습니다(기대했지만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상호를 쓰지 않겠습니다).


2층 대기실 큰 창에서 바라본 작업장


장모님 차는 70,000km를 막 넘었는데 미션오일 색깔이 검은색에 가까워 상태가 매우 나빴습니다. 처음 미션오일 교환하냐는 사장님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요, 오일 교환 후 워셔액을 채워주셨고 간단히 차량 내부의 매트 청소까지 완벽한 서비스가 제공됐습니다. 더구나 2층 대기실 냉장고에는 캔커피와 오렌지 에이드, 카프리 썬이 있었고 편안히 작업 장면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큰 창문이 나 있었습니다. 이번 장모님 차 세 가지 오일 교환 비용은 16.7만 원이었습니다.



이거 모두 제가 제 돈 주고 직접 방문한 후기입니다. 광고 아닙니다. 사장님과 아무런 친분도 없고요, 싼 가격에 꼼꼼한 작업을 받을 수 있기에 자랑한 겁니다. 혹시라도 차량 오일 교환할 때가 됐다면 가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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