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기사 실기
작년 5월 초에 산업안전기사 필기시험을 봤습니다. 아마도 한 달 150시간 넘게 공부해 약 75점쯤 획득해 합격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작년에 바로 연이어 실기시험까지 준비하는 것이었지만 늘 계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였습니다(사실 필기가 끝나자마자 2024년 실기 책을 사놓고서는 시험을 보지 않아 책을 버렸습니다. 법이 개정되는 게 있으니 시험은 항상 최신 책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 해 여름은 올해만큼이나 더웠고 공부는 늘 하기 싫었으니까요(솔직히 공부가 재밌다고 한 사람은 제 주변에 딱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제 아내입니다. 아내는 공부가 재밌다고 합니다. 앉은자리에서 서너 시간 이상을 집중해 수업자료를 만들거나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게 공부는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 그냥 참고 또 참는 겁니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한 달, 두 달 훅훅 지나갔습니다. 어느덧 연말이 지나고 2025년 새해가 왔습니다. 4월 중순에 시작하는 시험을 접수할까 했지만 3월 이사때문에 내려놨습니다(다들 아시잖아요, 이사 전후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이번에는 아이들 전학까지 있어서 바빴습니다). 다시 2025년 실기 책을 주문했습니다. 이번에는 페이지를 넘기기 편하게 링을 끼워 분철까지 마쳤습니다. 2회 차 실기 시험을 치를까 했지만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웠습니다.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도 26도가 고작이었습니다. 더 이상 온도를 내렸다가는 전기세 폭탄이 나올 테고 또 공부한다고 앉아있으면 엉덩이에 땀이 날테고 그러다 게으름의 덫에 빠져 또 기회를 날렸습니다.
필기 합격 후 2년 이내에 실기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규정을 찾아보려 하니 못 찾겠어요,,, 전에 봤는데...) 아무튼 3회 차 11월에 시험을 보느냐 아니면 마지막으로 내년 4월 예정인 1회 차 시험을 치르느냐를 골라야 했습니다. 속 편히 올해까지 더 놀다가 내년에 시험준비를 할까? 작년 거 버리고 올해 책 샀는데 버리고 내년에 다시 또 책을 산다고(야, 이 게으른 XX야, 혼자 속으로 자신을 혼냈습니다)? 5분쯤 생각하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올해 3회 차 시험을 보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시험 준비 계획을 세웠죠. 실기 책을 보니 필답형과 작업형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필답형과 작업형이 각 200쪽 분량이었습니다(이 책 특징이 중복된 문제를 줄여서 다른 책에 비해 양이 적지만 있을 건 다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산업안전기사 실기는 필답형(55점)을 치르고 1주 후 작업형(45점)을 봐야 시험이 끝납니다. 두 시험에서 얻은 점수를 합쳐 60점이 넘으면 합격입니다. 합격후기를 읽어보니 한 달 동안 공부한 분들이 많아서 저 역시 한 달을 준비하기로 했지만 다시 게으름이 도졌습니다. 200쪽인데 뭐 금방 외울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놀다가 10월 17일(시험 3주 남기고서야)이 돼서야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더 이상 놀 수 없었습니다(자격증은 따고 싶고 공부는 하기 싫은 이율배반적인 사람입니다!!!).
(낯선 문제와 답을 보며 울면서 외우고 게을렀던 제게 짜증을 내면서) 5일간 필답형을 1 회독 후 다시 4일 만에 1 회독을 마쳤습니다. 계산문제는 약 30개라 금방 넘어갔지만 나머지는 모두 주관식이라 읽으면서 외워야 했습니다. 작년에 공부한 건 다 날아가서 다시 머릿속으로 욱여넣어야 했습니다. 읽고 외우니 하루에 80쪽을 보는 게 최대였습니다. 근무 다음날엔 겨우 2~30쪽을 보고 다음 날에 최대한 공부하는 식으로, 근무 날에는 짬나는 시간에 무조건 책을 보는 걸로 정했습니다. 공부한 지 13일 차, 3 회독 중반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씩 익숙해져서 외우는 것도 덜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갈 길이 멉니다. 보고 또 보고, 외우고 또 외워야 시험장에서 막히지 않고 써 내려갈 수 있을 테니까요.
확실히 어느 정도 조급함이 생겨야 공부가 잘 되긴 합니다. 시험 때까지 5 회독을 넘겨 6~7 회독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아마도 6 회독 때부터는 문제만 보고 답을 타이핑하는 걸로 방법을 바꿀까도 생각 중입니다. 시험을 위해 검은색 볼펜과 계산기도 미리 준비를 해놨습니다. 수험표도 출력해야 하고요... 필답형을 치르는 11월 8일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것만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