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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시험이 끝나고 난 뒤

산업안전기사 실기(필답+작업)

by 거칠마루

오늘은 시험이 끝나는 날입니다. 1달 동안 (북한식 표현을 쓰자면) 가열차게 준비해서 오늘 실기시험을 최종 마무리했습니다. 시험 준비하는 내내 수능이다, 단풍 구경이다 여러 가지 볼 것과 관심거리가 넘쳐났지만 제겐 와닿지 않았습니다. "行矢必中-쏜 화살이니 과녁에 맞힌다, 고승덕 전 의원 자서전에서 나온 글귀, 대학 4학년 때 읽었는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알맞은 글귀라 각종 시험을 준비할 때마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문구입니다" 이 네 글자를 떠올리며 공부했습니다. 나름 치열하게 했네요.


이번에 공부한 책 역시 직8딴 산업안전기사 실기 편입니다. 작년에 책을 샀을 때, 중복된 부분을 모두 없애고 비슷한 시험문제끼리 모아 놓아 철저하게 수험자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답안 길이도 최대한 줄여 주관식 답을 외우기 쉬웠습니다.


1. 필답형 치르고 느낀 점

10월 17일부터 3주 걸렸습니다. 총 8 회독했습니다. 다만 제가 치른 이번 시험에서는 기존과 출제 유형이 달랐습니다. 주관식으로 3가지나 4가지를 써라는 문제가 아예 나오지 않았습니다. 책에 있는 걸 모조리 다 외웠는데 시험지를 훑어보니 계산 문제만 3개에다 처음 보는 귀마개와 귀덮개 유형을 쓰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습니다. 계산기를 깜빡하고 회사에 놔두고 왔습니다(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계산문제를 모두 손으로 풀어야 했습니다. 3문제 푸는 데 30분 정도 넘게 걸렸고 계산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자책과 더불어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그 결과 평소라면 하지 않을 자잘한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철골작업할 때 세 가지 조건을 쓰라는 문제를 10번도 넘게 외웠는데 그걸 놓쳤습니다. 공부한 대로라면 풍속 10m/s 이상, 강설량 1cm/s 이상, 강우량 1mm/s 이상이 올바른 답안이라 이렇게 써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이상"이라는 말을 빼고 "풍속 10m/s, 강설량 1cm/s, 강우량 1mm/s" 쓰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답안지 제출하고 나니 그때 생각났습니다. 아까워서 속으로 엄청나게 후회했습니다.


계산기를 놓고 간 것도 억울한데 그날은 이상하게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문제도 제대로 읽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실수를 한 걸 생각하니 55점 만점 중 30점 정도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채점관이 아주 잘 주면 32점을 받을 것 같습니다. 필답형을 치르고 나서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실수에 실수를 연발한 시험이라 아쉽고도 아쉬웠습니다. 지금까지 시험 때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는데... 할 말이 많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라 여겼습니다.


2. 작업형을 치르고 나서

보충 설명 : 산업안전기사는 특이하게 필기시험을 치르고 실기 시험이 있습니다. 실기 시험은 두 번에 나뉘어 치르게 됩니다. 필답형과 작업형입니다. (제가 망친 시험인) 필답형은 총 14문제가 나오며 배점이 5점~3점까지 다양합니다. 시험지에 계산문제와 주관식(~에 대해 3가지나 4가지를 쓰시오)이나 단답형 문제가 나옵니다. 그 시험지가 B4 3장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한 면에 문제가 2~3개가 있고 문제 빈 공간에 직접 답을 쓰면 됩니다.


그리고 8일 정도 뒤쯤에 치르는 작업형은 9문제가 나오며 문제당 5점입니다. 모든 문제는 CBT 형식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영상과 문제가 나옵니다. 그 뒤 종이 답안지에다 해당 번호의 답을 적어서 감독관에게 제출하면 끝나는 시험입니다.


필답형을 치른 주말은 공부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푹 쉬었습니다. 작업형 공부량은 100쪽만 외우면 끝입니다. 그것도 필답형과 30% 정도 내용이 겹칩니다. 월요일부터 하루 4시간 이상 책을 봤습니다. 이번엔 최소 7문제 이상을 맞아야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게 됩니다. 책을 보니 역시나 외울 게 많습니다. 죽어라 외웠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시험부터 문제 출제 유형이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기출문제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서너 가지를 쓰시오"라는 문제를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총 7번을 봤습니다.


막상 시험을 보니 2문제 빼고는 답을 확실하게 적었다고 느낌이 왔습니다. 나머지 두 개가 애매한데 이번에는 마음을 차분히 갖고 문제와 영상을 세 번 네 번 유심히 봤습니다. 뭐, 그런다고 답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신중하게 답을 쓰고 답안지를 제출하니 16명 중에 제가 두 번째로 늦게 나왔습니다. 9시에 시험 시작한 지 약 40분 만에 작업형 시험이 끝났습니다. 이젠 12월 24일 결과 발표를 기다려야 합니다.


노후를 위해 준비한 자격증인데 힘들게 공부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시험 결과가 좋다면 다음엔 뭘 준비할지 고민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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