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처음 인사드리러 갈 때는 무척 긴장했다. 그래서 그날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겨울이었고 날은 매우 추웠다. 블레이저 슈트를 입고 코트도 걸치고 따라갔다. 긴장해서 먼 길도 아닌데 담배를 계속 피워댔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밥을 먹는데 장모님께서 소고기를 넣은 민어찜도 차려 주셨다. 이름만 들었던 민어라는 생선을 처음 보고, 맛보았던 날이다.
오늘은 세배드리러 가는 날. 처음 갈 때 보다 확실히 편해졌다. 청바지를 입고 파카를 입었다. 전철역에서 내려 집에 가는 길에는 사진을 찍었다. 학교에 사는 고양이들도 만나고, 매번 갈 때마다 눈을 잡아끌었던 건물의 사진도 찍었다. 문구점은 아내가 청소년 시절에 다니던 곳이었을까, 궁금했다.
모든 결혼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남자가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다. 나는 아내 집에 갈 때 이제는 편안하다. 우리 집에 갈 때 아마 아내는 나처럼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세뱃돈을 모두 아내에게 줬다. 기꺼이 주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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