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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Feb 11. 2021

Day 21공부와 일상

명절 특집, 공부로 잔소리 들을 조카를 위해_2


3막 게임과 공부


별아,


응.


게임할 때, 매뉴얼만 보고 게임 룰만 알고 게임 잘 할 수 있어?


아니.


실전 많이 해봐야 되지?


응.


공부도 똑같아. 시간 들여서 한 만큼 내공이 쌓여.


...


너한테 필요한 득템도 해야 되지?


응.


교과서 외에 너한테 맞는 노트, 참고서, 문제집을 아이템처럼 잘 써야 돼.


응.


학원 가니?


요즘은 안 가.


너 게임할 때, 내공 높이고 싶을 때 니가 해? 게임 굉장히 잘하는 친구나 형이 대신해 줘?


내가 하지.


학원은 니가 도움이 필요할 때 가서 도움을 받는 게 좋고,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야 돼. 친구 만나러 학원 가는 애들도 있다고는 하는데 이해는 되지만, 이모가 게임은 잘은 모르지만, 게임 같이 할 때 정보를 얻고 즐겁긴 하겠지만 내공 쌓는 건 결국 네가 그 게임 할 수 있어야 되지 않아?


그렇지.


게임이든 학교 공부든 요리든 비행기 정비이든 코딩이든 선택인데, 일단 대학 가기로 마음먹었고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싶으면 게임 내공 쌓아가듯 하면 돼.


응.


이모는 예전에 게임해보려고 하니 되게 어렵더라. 일단 게임마다 다른 룰을 얼른 파악하고 익숙해져야 하고, 관찰도 잘해야 되고, 순발력 있어야 되고, 위기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하고. 같이 하는 게임이라면 눈치도 있어야 되고. 협력도 잘해야 하고. 매너도 있어야 되고... 어우....


데헷.


어떤 면에서는 게임보다 공부가 더 쉬워. 게임은 너를 기다려주지 않고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공부는 천천히 진행되니까 어떤 시점에서는 오히려 앞서 가서 기다릴 수도 있거든.




4막 일상의 반복은 나의 힘


이렇게 하니까 나도 모르게 성적이 올라가 있더라. 함 들어봐.


응.


니가 게임만큼 공부가 재미있지 않듯이, 이모는 너 나이 때 친구들이랑 노는 거랑 TV가 더 재미있었어.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는 수업만 받았어. 모르는 거 이해는 뒤로 미루고 일단 노트 필기도 열심히 하고. 집에 가서는 놀고.  시험 치는 날짜가 나오면, 한 일주일 전부터 교과서랑 노트랑 보면서 바짝 공부해서 벼락치기로 시험 준비했어.


히힛


그런데, 날이 갈수록 수업에서 못 알아듣는 내용이 많아지는 거야. 그리고 틀리는 문제가 많아서 시험지에 사선으로 빗줄기가 많이 그어지니 기분도 안 좋은 거야. 동그라미가 기분이 좋잖아. 어떤 계기도 있었고... 해서 어느 날 공부를 좀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그래서 어떻게 한 줄 알아?


어떻게?


'모르는 게 점점 더 많이 늘어나서' 수업 시간에 마음이 답답하고, 시험 답안지에 비도 많이 와서 기분이 안좋고 우울하니, 그러면  '모르는 게 점점 더 줄도록 하자' 일단 마음을 먹었어.


응.


수업 시간에는 수업만 들었다고 했잖아.


응.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 10분 동안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 빼고는 바로 앞 수업 시간에 한 걸 몇 분간 복습했어. 별거 아닌 거 같지?


응.


모르는 건 집에 가서 설명이 잘 나와 있는 참고서로 찬찬히 알아보기로 하고 다음 수업. 그 수업 쉬는 시간에는 그 수업 내용 교과서와 필기한 것 쓱 복습. 매 수업시간+쉬는 시간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점심시간에는 애들이랑 밥 먹고 좀 놀고. 그리고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는 조금 쉬었다가 오늘 수업 시간에 한 걸 전체 다 복습. 배운 교과서를 다시 보고, 노트 필기한 걸 다시 보고, 참고서 해당 부분 보면서 이해 안 되는 부분 이해하고, 참고서에 있는 문제 다 풀어. 별로 이렇게 안 하고 싶지. ㅎ


응.


근데 갑갑한 게 시원해지는 느낌이 있어. 학교 수업 중에 모르던 걸 집에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는 참고서를 보고 이해하게 되니까. 또 차분하게 해 보면 뭔가 열리거든. 나 스스로 해낸 그 느낌이 좋아. 그리고 습관 되면 더 할 만해. 안 하면 허전하고 뭔가 빼먹은 느낌. 아마도 게임 안 한 것처럼?


헤헷

 

토요일에는 좀 놀아. 친구 만나서 맛있는 거 사 먹기도 하고. 그리고 일요일에는 부족한 걸 좀 집중적으로 해. 학교 시험이 다가오면 날짜에 맞춰서 시험 계획을 세워. 이것도 재미 중 하나야. 순서는 교과서, 노트, 참고서, 문제집. 평소 풀지 않던 문제집을 시험 때 풀어서 가상 시험을 쳐. 그러면 무술 대회에서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이라는 말 있듯이 준비가 되는 거야. 쉽지?


응.


이렇게 하려면, 네가 마음이 좀 편하고 조용한 장소, 종이 색이나 활자,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참고서를 마련하면 돼. 공부 내용에 관심을 가지려는 거니까 그 외의 것은 심플한 게 좋을 거야. 암튼 취향에 맞게.


응.


방학 때는 학교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 제일 어렵고 그래서 하기 싫은 과목을, 제일 쉬운 기초 책을 사서 한 권을 다 보고, 줄 그어진 것만 한 번 더 보고, 문제 풀어보고 틀리곤 하는 부분만 참고서로 돌아가 다시 보고, 틀리지 않을 때까지 반복해서 풀어보고. 그러면 돼. 고등학생이어도 중학생 책 보든가 아주아주 기초적인 걸 보고 내공을 쌓아두면 위에 어떤 걸 올려도 흔들리지 않아. 그리고 잘 쌓아져. 쉽지?


응.


이렇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학원 갈 시간이 없어. 인강 들을 시간 없어. 학원 가고, 인강 듣는 이유 이해가 가는데, 이렇게 혼자 하루, 하루, 일주일, 한 달 해보면 깜짝 놀랄걸? 버스나 전철, 걸어가면서도 머릿속으로 공부하고 있는 너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성적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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