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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Mar 28. 2021

제로 웨이스트+비건 Week 3

제로 웨이스트 샵 방문기


이번 주 제비(제로 웨이스트+비건) 프로젝트 미션은 제로웨이스트 샵 방문하기.


어제 토요일 들르려고 했던 곳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제로 웨이스트 샵, '지구샵'으로,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걸어갈 수도 있는 버스로 대여섯 정거장 거리에 있었다. 비가 와서 다음날인 오늘 가려고 보니 일요일은 휴무. 다음에 슬슬 걸어서 가보기로 하고, 오늘은 지난 해부터 가보고 싶었던 '알맹상점'을 행선지로 정했다.


알맹상점은 모토가 '껍데기는 가라'이다. 그래서 알맹상점.


신동엽 시인의 시 제목과 본문에서 따온 모토가 플라스틱과 과대포장으로 포화상태인 현대에 참으로 잘 어울린다. 시와 제로 웨이스트 샵의 콜라보.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어서 이런 저런 저널에, SNS에 소식이 실려있고, 알맹상점 자체 SNS도 있다. 어제 비에 이어 오늘도 날이 잔뜩 흐리고 쌀쌀해 코로나를 계기로 유행하고 있는 랜선 나들이를 하려다가 택시를 타고 직접 가보았다.


알맹상점 외부

카카오 블루를 타고 한강을 건너 좀 지나서 기사님께서 다 왔다고 내려주신 곳에서 두리번 거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입간판이 보였다.



비건도 추구하고 있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랫층 좌 우로 정육점과 줄서서 기다려 입장하는 삼겹살 집. 

알맹상점은 월요일 휴무로, 화-일요일 오후 2시에서 8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입간판에 친절히 적혀있었다.



알맹상점 입구 복도와 계단






입구에 무료 나눔 박스와 선반이 있다.


비건에서 중요한 동물권에 관한 인식들을 볼 수 있다.



알맹상점에 감사하는 손편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알맹삼점 실내(2층)


계단을 통해 상점 안으로 들어가니, 일요일 오후인데 사람들이 꽤 있었다. 스텝 두 사람 포함 대체로 20-30대 청년들이었다. 인근 신촌, 마포, 홍대, 합정, 망원, 연희동, 연남동 등 동네가 힙한 장소가 많기도 해서 위치가 괜찮은 것 같다. 방문자 통계에도 20대가 많았다.



스텐, 유리, 실리콘 등 다양한 비플라스틱 재질의 빨대들.



스크래치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하지만 성능은 멀쩡한 보조 배터리를 업체에서 기증해 무료 나눔 중이었다. 마침 최근에 산 충전용 빔 프로젝터의 충전시간이 짧아 보조 배터리가 있어야 하나 생각중이었는데 반가왔다.  그 위에 있는 것은, 손으로 돌려 전기없이 사용하는 소독기라는 재미난 물건이었다.



플라스틱 화분이 대부분, 도기는 너무 무겁던 차에 코코넛 화분을 이 곳에서 알게되었다.


더 반가운 소식. 원두 커피 찌꺼기를 가져오면 이걸로 화분과 연필을 만드는 업체에 넘겨준다고. 기분이 좋아서 또 기억할 겸 커피 연필 한 자루 사왔다. 커피 주간 이후로 커피를 조금씩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선물로 훅 들어오는 원두, 남아 있던 원두 다 먹으려면 또 한참이니 이왕 있는 원두, 맛있게 마시고 원두 내린 후 찌꺼기는 이곳에 가져오면 되겠다.



이미 설겆이용 비누를 사용하고 있지만, 다 쓰면 사용하려고 향이 좋은 TEA TREE 설겆이 비누와 비건 설겆이 비누 두 개를 사왔다.




화장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이런 화장품 용기는 정말 반갑고 이쁘다.





리필 스테이션!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코너.



식초에서 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리필해갈 수 있는데, 미처 병을 준비해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빈병을 씻어 소독해 판매하고 있다. 500원이었던 듯. 집에서 쓰고 남은 병이나 통을 씼어서 가져다 줘도 좋겠다. 가만보니 라벨은 그대로 있다. 사실 라벨 떼기가 쉽지 않다. 항상 뜨거운 물에 하루 내지 며칠 담가두곤 하는데 이처럼 재사용하는 용기는 라벨을 그대로 둬도 되겠다. 어차피 잘 떨어지지 않는다면.



펌핑 용기도 판매한다. 무게를 재어서 계산대로 가져가서 정산.


우유갑이나 은박이 되어 있는 두유팩 등을 잘라서, 씻어서, 말려서 차곡차곡 모아서 가까운 주민센터나, 한살림 매장, 알맹상점과 같은 제로 웨이스트 샵에 가져다 주면 된다. 30개가 넘으면 화장지 1롤과 교환해준다. 며칠 전엔 어쩌다 먹는 우유와 팩 몇 개 포장을 한살림에 가져다 주고 왔다.


3월은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용기 어택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화장품 회사에 재상용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를 돌려주면서 제로 웨이스트 행동에 참가하기를 촉구하는 액션 캠페인. 집에 화장품이 거의 없어서 가져다 줄 게 없긴 하다.




다회용 포장지도 있고, 100퍼 천연 라텍스 고무장갑도 있었다. 포장이 없어 더 좋다. 여기는 알맹상점이니까.






운동화끈도 합성섬유로 만드니 플라스틱.  가져오면 면이나 마와 같은 천연섬유로 만든 주머니의 끈으로 사용한다.


솔도 플라스틱 탈출.



빨대와 수저 가져다니기. 용기도 플라스틱 대신 되도록이면 스텐, 실리콘, 나무, 천연섬유 사용. 



계산대 부근에는 소박한 장식품들이 있었는데, 바다에서 아마도 버려진 병이 깨져서 백사장과 바다,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피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할 겸, 줄일 겸 펼치는 프로젝트로 보이는 '바다 유리, 어디까지 주워봤니'. 그렇게 주운 유리로 이런 저런 장식품을 만드는 것 같았다. 백사장에서 느긋하게 걷다가 누군가가 생각없이 버린 유리병 파편에 발이 베인다고 생각해보면, 그런 유리조각이 바다 생물의 먹이와 함께 흡입된다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끔찍한지...




몇 가지 소중한 물건들을 사서 내려오는 길.





궁서체 ㅎㅎ 이런 일에는 진지해야지. 하지만 이처럼 유쾌하게!



보람있는 하루.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뮤직비디오 IMAGINE, 특히 가사 이 부분이 생각난다.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오늘 알맹상점을 다녀와서 드는 생각.


"수많은 사람이 이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https://youtu.be/YkgkThdz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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