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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리 Jul 15. 2021

욕망의 팝콘

[감성에세이] SNS 에 중독되어버린 일상

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 골고루 챙겨보는 편이다. SNS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원하면 얼마든지 멀리까지도 쉽게 닿을 수 있는 자유를 얻지만 동시에 SNS가 보여주는 세상이 전부인 듯한 좁은 시야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몰 운영이 일이자 인터넷 쇼핑이 취미인 내게 SNS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힙한 것들을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일부로라도 자주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내려가던 피드에서 처음 보는 제품들을 충동구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튜브를 볼 때마다 나오는 전화 영어 광고 영상을 보고 6개월을 결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색감이 완벽하게 보정된 아름다운 풍경의 여행 사진을 보다가 갈증을 못 이기고 느닷없이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어쩌면 SNS는 팝콘을 튀기는 전자레인지처럼 우리의 욕망을 튀겨주고 있는 건 아닐까. SNS 레인지에 들어가는 순간 '관심'이라는 알갱이들은 순식간에 마구잡이로 튀어 오르며 뜨거운 욕망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판단할 새도 없이 빠르게 뜨거워진 욕구를 식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이다. 빠르게 소유하여 마음의 안정감을 갖거나 다른 욕망의 불꽃을 태우며 잠시 잊어버리는 것이다.


가령 클렌징의 구매를 위해 제품의 SNS 후기를 살펴보다가 어떤 예쁜 여자가 신은 요즘 유행인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신발이 눈에 아른거려서 정신 차려보면 클렌징이 아니라 신발을 사고 있다. 그러다가 클렌징이 바닥을 보일 때쯤 또다시 탐색을 시작한다. 분명 이런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SNS에서 광고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충동적일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며 행동한다. 더 무서운 것은 잠재적인 무의식 속에서 SNS 가 욕망의 시작과 끝을 모두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SNS에서 무심히 보고 지나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진짜 내 욕망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타인이 심어놓은 욕망의 씨앗은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서 내 마음속 나무 한 그루가 되어 자리 잡는다. 그러다 어느새 욕망의 나무들이 빽빽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찬다. 내 안의 새싹들은 이미 자리 잡은 나무들에게 영양분을 다 뺏겨 말라버리고 만다.


모든 자원이 한정적이듯 내 욕망을 가꿀 수 있는 에너지도 한정적이다. 쉴 틈없이 SNS를 탐색하는 습관을 멈추고 잠시라도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내 것이 아닌 잡초들 정도는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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