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교육의 전당
오우크쇼트에 의하면, 대학은 ‘자유교육의 전당’ 일 수밖에 없다. 그는 인간이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자유를 규정하였다. 인간이 인간 본연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유에 대한 책임으로 학습을 해야 한다. 여기서의 학습은 책 한 권의 분량으로 잘 요약해놓은 것들을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다. 학습은 인간을 자기이해에 이르게 만드는 자기 의지가 개입된 영위이다. 인간은 그 본성상 자기이해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대학에서의 자기이해를 추구하는 모험에 입문해야 하며, 인류의 문화유산인 정신세계에 대한 탐구를 해야 한다. 즉 대학은 자기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하는 곳이고, 더 나아가 세계에 대한 탐구를 하는 곳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대학은 ‘자유교육의 전당’이 아닌 ‘취업을 위한 전당’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지금의 대학교육은 자기이해나 자기성찰을 위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학습을 자기이해가 아닌 자기 배반의 가치와 동일시되고 있다.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머무르며,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자유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취업’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기 의지를 가지고 자기이해를 위한 교육이 그 힘을 잃게 된다면, 교육은 본연의 가치와 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은 교육의 획일화로 이어져 교육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조차 못하게 될 것이며, 결국 교육의 붕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 교육의 본질을 버리고 현실에만 머물러, 자기이해와 성찰을 위한 배움을 추구하지 않은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대학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게 해 준 그 근본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대학 바깥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배움을 위부적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한다.
인간이 자유에 대한 책임의 대가로 학습을 해야 한다면, 대학에서 만큼은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즉 대학의 이념은 ‘취업’이 아닌 ‘배움’의 추구에 있으며, 이것이 자유교육인 것이다. 세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양립하는 곳이다. 눈에 보이는 입자에만 치중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힘을 가질 수 없다. 입자는 파동으로서 그 힘을 앞세워 그 움직임과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현실, 취업의 벽에만 갇혀 있게 된다면, 대학은 앞으로의 움직임과 방향을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발전 없이 제자리에만 머물고 말 것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에 머무르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자유의 혼란 속에서 혼란을 받아들이고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자유교육의 의의이다.
대학은 지금 현실과 대학의 본질인 자유교육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 혼란과 갈등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혹은 벗어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자유교육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가치로운 일이다. 대학에서는 자유교육을 추구하기 위해 배움을 추구해야만 하며, 이것은 외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화가 아닌, 학문적 대화로서 다양한 언어의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혹자는 이것이 대학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고, 사회의 현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은 위험할 수도 있는 모험을 계속해야만 하고, 대학 그 자체로서의 독립된 자리를 지키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가 사회로부터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인간, 자기 의지를 가진 인간은 자기이해를 추구하는 모험에 참여함으로써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대학이 ‘취업을 위한 전당’이 아닌 ‘자유교육의 전당’으로 회복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으로서 자유교육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상기의 글은 아래의 도덕윤리과평가론에 대한 답안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우크쇼트는 어째서 대학은 '취업의 장'이 아닌 '자유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정보 기반의 디지털 지식 사회인 현대사회에서 이른바 '자유교육'의 의의는 무엇이며, 그 용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논의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