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술이란, 미술이든 음악이든 뭐든 인간이 자유롭게 표현하며 약간의 인내의 과정을 겪으며 성장,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술과 음악에 관심이 많아 피아노 전공과 잔재주 미술 사이에 걸쳐놓은 나는 나이 듦에 따라 우리에게 더욱 예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노쇠하고, 나이 들어가면서 드는 상실과 실망감, 변화에 대한 놀랍고 슬픔, 몸이 굳어가며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내려놓아야 할 때를 매번 깨달으며 살아갈 때, 우리는 예술이 더욱 필요하다.
무엇을 잘 그리고, 잘 연주하기보다는 예술이라는 것에서 작은 시작의 기쁨과 과정의 희열을 느끼며 위로받는다. 때로는 누군가의 용기의 시작이 되면서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마 성인 피아노를 가르치면 서다. (20대 때, 성인을 가르쳤을 때는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쉰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절실하게 와닿는 이유도 한몫.)
"쌤~~~,나 피아노 영영 못 칠 뻔했잖아요. 아. 글쎄 악보가 잘 안 보이고 눈이 침침해서 어제, 안과에 같더니 신경과로 가보라는 거지. 그러면서 암 같다고 얘기해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잖아."
체르니 30번을 치는 70대 중반의 어르신은 오진으로 일어난 해프닝을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 일 없는 것에 감사하며
침침한 눈으로 체르니와 임영웅의 노래를 더듬더듬 코드에 맞춰 연습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큰일 날 뻔했네요. 오진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선생님 좋아하는 피아노도 계속 칠 수 있으니까요. 심란했을 텐데, 그래도 우리 선생님 진짜 대단해요. 젊은 사람들도 피아노 쉬었다 시작하기 어렵고, 용기가 안 날 텐데, 이렇게 다시 시작해서 눈이 침침하고 불편한데도 해내고 있으니 젊은 사람들한테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몰라요"
"그렇긴 하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릴 때 배우다가 그만둔 피아노를 일흔 넘어 다시 시작한 용기도 대단하고, 비록 손가락이 마음 같지 않게 잘 돌아가진 않지만, 꾸준하게 연습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몰두하며 쏟아낼 수 있는 시간들이야말로 얼마나 가치 있게 쓰는 것인가.
예술이 주는 힘이다.
이것들이 허투루 만들어진 건 아닐 터.. 살아온 세월의 이런저런 과정들과 함께 예술이 어우러져 그분의 삶 속에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