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말싸움에서 궁지에 몰릴 때 살아남기 : 공격은 넓게, 수비는 좁게>
1.
“김사원이 저지른 실수는 HR팀 책임이에요. 기본 소양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현장에 투입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봅니다.”
상대가 내 의견을 강하게 반박하고 나온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진다. 내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잘 모르겠다.
2.
논쟁을 벌일 때마다 백전백승하는 사람은 없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논리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덜 되었을 때는 상대의 기세에 눌리고 만다.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바로 상대방 주장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전략이다.
“지금 말씀은 HR팀 교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서 이런 실수가 생긴다는 말씀이죠?”
논쟁의 핵심은 ‘영역 컨트롤’이다. 상대방 주장을 가능한 한 넓게 확대시켜야 한다.
일단 몇 가지 단어만 뽑아 거대한 담론으로 재편집하자. ‘항상, 모든, 누구에게나, 근본적으로’ 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반박하기가 너무 쉬워진다.
3.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코멘트를 보편적인 원리로 넓혀 버리면 상황은 급변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일수록 예외 상황도 늘어난다. 상황이 제각각이니 사례별로 다양한 허점이 드러나게 된다.
“운동은 무조건 건강에 좋아요.”한다면 “다리 부러진 사람은요?”, “열이 펄펄 나는 사람은요?” 하면 끝이다.
이 논쟁의 시작은 김사원의 실수였지만 말 한마디로 프레임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불리한 입장이라면 새로운 관점으로 판을 바꾸어 보자.
그렇다고 전혀 엉뚱한 이야기로 튀면 곤란하다. 회피하며 도망치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드러나 보인다.
4.
이 내용은 내가 곤경에 처한 수비적인 상황에도 똑같이 응용할 수 있다. 누가 내 말의 꼬투리를 잡고 집요하게 파고들면 이제는 거꾸로 범위를 좁혀야 한다.
‘이번에는, 제 경험으로는, 그 시간대에는’ 같은 문구를 써서 특정 범위로 제한해 버리면 상대도 더 이상 추궁하기 어려워진다.
“아뇨, 저는 HR팀 교육시스템에 대해 말씀드린 적 없어요. 김사원의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그 커리큘럼에 대한 의견만 말씀드렸습니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라. 그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가지 않도록 방어만 잘하면 된다. 따로 상대방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없다.
5.
“요즘 젊은 직원들은 말이야...”
“나이 많은 꼰대들은 말이야...”
말의 권위를 높이려는 욕심에 대상을 넓히거나 일반화하고픈 유혹에 빠진다. 타깃은 무조건 좁을수록 유리하다.
김대리가 지각했다고 해서 ‘근무 불성실’을 거론하면 곧 강력한 역풍을 맞는다.
*3줄 요약
○상대방 주장은 최대한 넓게 해석하여 반박하기 쉽게 만들자.
○내 주장은 좁게 한정하여 공격받을 여지를 줄이자.
○평소에도 일반론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피하는 편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