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2
<상대방 말을 듣지도 않고 내 말만 하는 심리 : 긴장하거나 고집이 세거나>
1.
“김대리, 아침 미팅시간에 말한 보고서 있잖아요. #%@#@%%#%”
“아, 제가 먼저 말씀드리려던 했는데요. 오늘 오후까지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팀장의 마지막 말은 ‘지난달 프로젝트 자료와 비교하는 형식으로 가는 편이 좋겠어요.’였다. 기한이나 날짜 이야기는 꺼낸 적도 없는데 김대리는 왜 이렇게 답하는 걸까.
2.
팀장은 이 상황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1미터 앞에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내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동문서답을 할 수 있는가.
김대리가 팀장의 말을 아예 듣지 않아서 그렇다. 말소리는 귀에 들렸지만 그 멘트의 내용은 모두 튕겨낸 결과다.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작동한다. 내 말에 대한 상대의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앞으로 펼쳐질 시나리오까지 완성해 놓는다.
상대방이 입을 떼는 순간 ‘레디, 액션’ 신호가 떨어졌다고 느낀다. 들리는 말에 구태여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내가 해야 할 대사를 내뱉기 바쁘다.
3.
주로 과하게 긴장하는 상황에서 이런 패턴이 나오기 쉽다. 지적을 자주 당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심하다.
평소 상급자가 하는 말의 태반이 자신에 대한 질책이니 이번에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여긴다. 공습경보를 내리고 철통방어를 시작한다. 어떻게 변명하고 빠져나갈지 미리 잔머리를 굴린다.
자기 고집이 너무 강한 사람도 이런 실수를 자주 한다. 상대의 속마음까지 자신이 이미 훤히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유형이다.
안 봐도 뻔하니 지금 상대방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고 여긴다. 예상한 대로 맞아 들어가면 더욱 기고만장해진다. 이제 웬만한 대화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다한다. 상대에게는 마이크도 주지 않으려 한다.
4.
이러한 소통 문제에는 당연히 ‘경청’이 답이다. 다만 그 경청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간단치 않으니 문제다.
“자, 이제 정말 열심히 들을 테니 말해봐.”
결심만 한다고 잘될 리가 없다. 처음부터 ‘대충 들어야지.’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경청의 반대말을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적당히 대충 듣기’라고 말하기 쉽다. 나는 ‘선입견에 빠져 나만의 상상으로 추측하며 듣기’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하는 말을 하나하나 집중해서 듣고 그에 적절한 반응만 해도 충분한데 구태여 어렵고 힘든 길을 가려고 한다. 대화할 때는 귀를 잘 열어야 하지만 내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면 더 훌륭하다.
5.
“잠시만요, 제가 좀 적으면서 듣겠습니다.”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은 메모하며 들으면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상대의 말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습관을 갖자. 상대가 하려는 말의 내용부터 정확하게 알고 난 뒤에 내가 할 말을 시작해야 실수가 없다.
*3줄 요약
◯지나친 긴장과 고집은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진정한 경청은 선입견 없이 상대의 말에 온전히 집중할 때 완성된다.
◯이해가 안되면 바로 묻고 이해한 뒤에 대답하자.